고위임원의 가혹행위로 논란의 중심에 선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뒤늦은 대응에 KPGA 노동조합이 날을 세웠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KPGA 노조는 30일 입장문을 내고 "고위임원 A씨의 해임은 사건이 신고된 후 8개월 만에야 이뤄졌다. 국민적 공분과 여론에 의해 뒤늦게 결정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일 뿐"이라며 "문제의 핵심은 보복성 징계와 조직적 은폐에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KPGA 노조는 지난해 12월 협회 고위임원 A씨가 직원 B씨에게 욕설을 일삼고, 업무적 실수를 약점 삼아 사직 각서를 제출하게 했다고 폭로했다. 각서를 근거로 퇴사까지 강요하는 등 괴롭힘을 자행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협회는 A씨에게 무기한 직무 정지 징계 처분을 내리고, 자체 조사위원회를 꾸려 전수 조사를 실시해 10명 이상의 추가 피해 사례를 확인했다.
하지만 지난 8일 KPGA는 A씨가 아닌 피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고와 견책, 경고 등의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
당시 노조는 "이번 징계는 가해자가 욕설과 폭언, 강압적으로 수집한 시말서를 근거로 이뤄졌고, 징계위원회는 A씨의 해임을 수개월간 미뤄왔던 이사진을 중심으로 구성돼 공정성과 독립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논란이 거세지고 나서야 KPGA는 지난 25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해당 임원을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알려진지 8개월 만이다.
더불어 이날 KPGA 노조는 "이번 이사회에선 정작 사측이 공언한 조직 혁신안이나 주 52시간 근무제 위반 및 임금체불의 해결 방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KPGA는 조직문화 진단, 전직원 인권·윤리 교육, 징계 절차 개선과 내부감시 강화 등을 내걸고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이번 이사회에서 관련 논의는 없었다는 것이다.
노조는 "사측은 메시지로만 인권존중과 재발방지를 외치고 실질적 조치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며 "이제는 사태의 본질이 가혹행위 자체에서 피해 직원들 대상의 보복성 징계로 옮겨갔다. 이는 책임 회피와 무대응이 불러온 결과로 사측이 사안을 더욱 심각하게 키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뒤늦게 가해자를 해임했다고 문제를 덮을 수 없다"며 "오히려 지금부터가 사건의 본질을 바로잡을 분기점이다. 사측은 가혹행위 문제뿐만 아니라 피해 직원들 징계라는 2차가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전날(29일) 열린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관련 사안에 대한 문체부의 조사 필요성이 언급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의 진보당 손솔 의원은 장관 후보자에게 "KPGA에서 일어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해 알고 있냐"고 물으며 "문체부가 법인 사무검사와 감독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문체부가 국내 프로경기단체에 대해 사무검사를 진행하는 것은 드물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KPGA가 문체부 허가 법인으로 연간 30억원에 이르는 예산 지원을 받는 만큼, 사무검사 결과 문제가 발견되면 감사 청구도 이뤄질 수 있다.
한편 KPGA는 다음 달 4일 해고자 2명의 재심과 함께 보류해 둔 2명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노조는 "징계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한 이번 징계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해고자 2명의 재심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피해 직원들에게 내려진 견책과 경고 등 무더기 징계 역시 마찬가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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