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건축가 김원의 건축 이야기(6) 우리가 꿈꾸는 친환경 건축-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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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건축가 김원의 건축 이야기(6) 우리가 꿈꾸는 친환경 건축-③

연합뉴스 2025-07-30 10:11:40 신고

3줄요약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김원 건축가 김원 건축가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제공

필자는 직전 칼럼에서 친환경 건축과 관련한 세계적 추세 변화를 다각도로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공리적인 이유 말고도 나 자신 개인적으로는 일찍부터 버나드 루도프스키의 '건축가 없는 건축' 같은 종류의 토속 건축에 심취해 있었다. '건축가 없는 건축'은 건축가가 자기가 지은 건물 안에 들어가서 살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해 자신을 드러내지 않음을 뜻한다. 즉, '쇼잉'(Showing, 보여주기식 건축)을 위한 건축을 철저하게 지양하는 것이 원칙이다.

나 또한 세계의 건축 조류가 하나가 된다는 국제주의 양식에는 결코 동조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게다가 처음으로 네덜란드에서 배운 공부가 'Climatic design'이라는 과목이었는데 이름대로는 '풍토적 설계'라 할까.

그 내용은 나라마다 각기 다른 기후 풍속과 건축 재료에 알맞은 경제적이고 지속 가능한 설계 방법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과목이다. 나는 정말로 그 과목이 마음에 들었다.

태양 고도에 따라서 차양의 길이를 정하는 실습이나 건축하는 주변 자연에서 쉽게 취할 수 있는 지역 특성이 있는 건축재료들을 활용하는 방법, 지역주민들의 생활방식에 따른 배치와 평면구성의 원리를 토론하는 시간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유학 시절의 나에게는 마치 우리 전통 건축을 다른 나라 친구에게 소개하라고 주어진 시간 같았다.

교수와 학생 모두 한국의 오랜 전통인 온돌 난방방식의 효율성에 대해 감탄하고 그 지혜에 감동했다. 물론 자연히 나는 어깨가 으쓱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든 건축가가 관여하지 않고 어느 개인이나 지역 공동체의 주도로 그 지역 고유의 자원과 형태, 기술로 지어져 대를 걸쳐 전해 내려오는 전통 건축이 전 세계 건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크다.

그러나 이들은 기념비적인 건축을 더 우월한 것으로 생각하는 예술 취향의 주류 건축계로부터 무시당해 왔다.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파괴되고 잊히고 있다.

우리는 전통 건축에서 배울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재료와 기술에 관해 관심을 가져야 하고, 거기서 새로운 환경디자인을 위한 영감을 얻어야 한다.

우리 조상은 팔만대장경 경판을 800년 동안이나 썩지 않고 벌레 먹지 않도록 완벽하게 보관했다. 더구나 그것은 인공의 기술을 쓰지 않고 오로지 자연의 힘만으로 이루어낸 놀라운 사실이었다. 오늘날과 같은 항온항습 기술로 그것이 가능했을는지도 의문이려니와 800년 동안 주야장천 24시간 냉방·온방 습도조절 기계를 가동했더라면 그 유지 비용은 또한 얼마나 많이 들었을까.

신라 때 세워져 지금도 남아 있는 지리산 칠불사(七佛寺)의 아자방(亞字房) 온돌 구들은 한번 불을 때면 100일 동안 따뜻한 온기가 지속하는 것으로 세계 최고 기록을 갖고 있다. 지구상 어느 시대, 어느 민족에게도 온돌이라는 난방방식은 없었고 이런 극한적인 에너지 절감 시스템은 없었다. 우리 민족은 천부적으로 친환경적이고 건강하고 경제적인 삶의 방식을 알았다.

해인사 팔만대장경 해인사 팔만대장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것이 바로 LCC라고 하는 내용연한통합비용(耐用年限統合費用, Life Cycle Cost) 개념의 시초다. 산출 방식은 한 건물이 세워질 때부터 허물어져 없어질 때까지 그 건물을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전체 비용을 합산한다.

그렇게 하면 신축 당시의 초기 투자가 상당히 높은 수준의 비중을 차지해도 내용연한 동안 절감을 계속한다면 LCC 전체로 보아 크게 이득이 된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LCC의 계산에 있어서 우리 조상은 참으로 탁월한 감각과 지혜와 기술을 겸비했다.

우리는 현대과학 문명을 향유해 살고 있지만 잘못된 일과 모르는 일과 더 연구해서 적용해야 할 일이 아직 너무도 많이 있다. 우리는 좀 더 자연을 연구하면서 조상의 지혜를 존경심으로 대하고, 배워야 한다.

1992년 건축가협회지에 나는 '한국 건축가의 환경 선언을 만들자'고 다음과 같이 썼다.

-전략-

"우리 정부는 30년간 반환경기조(反環境基調)의 정책을 지속해 왔다. 경제 발전에 저해된다는 이유로 환경 우선론은 핍박받아왔다. 국제 환경 회의에 나간 한국 대표는 경제개발의 당위성과 공해 감수설(甘受說)을 부르짖기 일쑤였다. 환경청이라는 국가기관이 생긴 오늘날에도 환경 지수(指數)들은 대부분 비밀에 부쳐져 있거나 축소 조작되고 있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에 순천 사상을 살아온 우리는 지금 환경문제에 관해 지구상의 어느 곳보다도 나쁜 상황에 있다. 현재 우리의 인구밀도, 경제성장 속도, 배금주의 그리고 환경적 무지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 누구보다도 우리는 환경에 관한 한 먼저 깨달음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건축가들이란 그런 일에 가장 앞장서야 할 사람들이다. 바야흐로 우리가 '한국건축가의 환경선언'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삼복더위에 에너지절약이라고 냉방가동을 못 하게 할 때 붙박이창을 설계한 건축가들은 얼마나 욕을 먹고 있을는지. 참으로 건축가들이 조금의 환경 의식이 있다면 얼마나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지. 그리고 환경문제란 BOD, PPT로 계량될 게 아니라 삶의 철학으로, 인륜적 도덕률로 이야기돼야 함을 우리가 말해야 한다. 콩을 볶아 먹으려다 초가삼간을 불태우는 어린애들처럼 멋모른 채 지구를 들어먹을 위태로운 인류를 위해 이제 한국인들이 뭔가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건축가들이 말이다. <건축가>, 1992년 8월호"

그러고 나서도 15년이 지나서야 2007년에 '한국건축가협회 환경선언'이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 선언문

1. 우리는 건축가와 관련 기술자 등과 워크숍, 세미나 개최를 통하여 친환경건축의 방안을 마련하고 에너지절약 건축 전략을 수립한다.

2. 우리는 건축가를 위한 에너지/친환경 설계 핸드북 제작 및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건축 디자인 지침을 법제화하여 교육하고 촉진한다.

3. 우리는 기존 및 신축 건물 에너지 소비지수 측정 및 등급제도 및 설계계획에 에너지 전문가 검토 및 서명 제도를 마련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 장치를 둔다,

4. 우리는 (친)환경 우수건축물 포상 제도를 신설하여 활성화하고 이러한 심의 기준 제도를 정부 부처, 기관, 지자체 등에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5. 우리는 (친)환경건축을 지속 가능하게 할 미래인 현재의 어린이, 청소년들을 위한 학교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하여 보급한다.

6. 우리는 언론기관 및 시민단체와 연대한 거국적 환경운동을 통하여 공공과 개인 고객 모두에게 환경 측면으로 의무적인 디자인이 가능한 이익적인 것을 홍보하고, 대국민 의식화 운동을 전개한다,

7. 우리는 국제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회복할 수 있는 디자인 교류를 통해 미래를 위한 변화를 가속하는 데 더 총체적인 접근으로 현재보다 향상되도록 한다.

2008년 2월 21일 한국건축가협회

그리고 2년 후, 2009년 10월 8일 '대한건축학회의 환경선언문'이 학회지에 실렸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대한건축학회는 우리 시대와 후손들의 쾌적하고 안전한 미래를 위하여 환경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환경과 에너지 문제의 해결에 노력하여 녹색성장에 이바지할 것을 다짐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 지속 가능한 개발 원칙 : 우리는 건축이 지역과 국가, 지구 환경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인지하고, 환경의 보전, 인간의 건강과 안전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지속 가능한 사회의 실현이 긴급한 과업임을 인식한다.

- 연속적 환경보전 : 우리는 건축이 백년대계의 가치를 지닌 사회적 자산임을 인지하고, 건축의 계획ㆍ설계, 시공, 운영과 유지관리, 해체의 과정에서 환경부하의 저감과 친환경적인 요소가 지속적이고 연속적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 자원절약 및 신재생에너지 활용 : 우리는 건축이 에너지와 자원의 소비를 절약할 수 있도록 에너지 효율 증진과 성능향상을 도모하며, 자연에너지ㆍ신재생에너지의 활용과 재이용ㆍ재생가능 재료를 적극 활용하도록 기술을 발전시킨다.

- 협력과 교육 및 승계 : 우리는 건축이 새로운 환경과 문화 창조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직업윤리를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건축이 실현되도록 노력하며, 관련 연구와 교육체계를 구축하여 다음 세대까지 계승 발전시킨다. 2009. 10. 8"

지구상 전체 에너지 소비의 40%와 탄소 배출량의 35%가 건축물에서 일어난다고 들었다.

사실 건축과 도시라는 부문에서 에너지가 과소비되고, 탄소가스 배출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사실을 볼 때 건축가들이 해야 할 일도 많고 책임도 가장 크다고 할 것이다.

김원 건축가

▲ 독립기념관·코엑스·태백산맥기념관·국립국악당·통일연수원·남양주종합촬영소 등 설계. ▲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삼성문화재단 이사, 서울환경영화제 조직위원장 등 역임. ▲ 한국인권재단 후원회장 역임. ▲ 서울생태문화포럼 공동대표. ▲ 광화문시민위원회 위원장.

* 더 자세한 내용은 김원 건축가의 저서 '행복을 그리는 건축가', '꿈을 그리는 건축가', '못다 그린 건축가'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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