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창문을 열어도 모기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선풍기 앞에서 조용히 잠드는 게 가능해졌다는 말이 나온다. 밤이면 윙윙거리는 소리와 함께 잠 못 이루던 여느 여름과는 분명 다르다. 실제로 서울시 모기 예보 지수는 7월 기준 2단계 ‘관심’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예년이라면 '주의'나 '불쾌' 단계가 일반적이었던 시기다.
그렇다면 왜 올해는 이렇게 모기가 보이지 않는 걸까. 전문가들은 폭염, 물 부족, 강화된 방역이라는 세 가지 요인을 꼽는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9월 이후 날씨가 변화하면 다시 출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모기 번식에 치명타
모기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물이다. 웅덩이, 빗물 고인 화분, 배수구, 정화조처럼 고인 물만 있다면 어디든 산란할 수 있다. 그런데 올해는,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 장마가 유난히 짧았고, 비도 적게 왔다. 서울 기준 장마가 10일 남짓으로 끝나면서 물이 고일 기회 자체가 줄었다.
여기에 기록적인 폭염이 덮쳤다. 7월 초부터 35도를 넘나드는 날씨가 이어졌고, 체감온도는 40도에 육박했다. 문제는 모기가 활동하기 좋은 온도가 25~30도라는 점이다. 32도를 넘기면 모기 생존율이 급감한다. 수온이 높아진 물에서도 유충이 버티지 못한다. 이처럼 산란장소는 말랐고, 기온은 너무 높았으며, 습도는 낮았다. 즉 모기는 생존 자체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 모기 활동 지수도 100을 기준으로 했을 때 최근 41.7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21일엔 65.3까지 올랐다가 하루 만에 23.1로 떨어졌다. 한마디로 활동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조용히 작동한 방역 시스템도 한몫
기후 조건만이 모기를 줄인 것은 아니다. 방역 당국의 전략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지자체는 드론, 스마트 센서, 자동 채집기 등 기술 기반 방역 시스템을 확대했다. 연막소독, 유충 방제, 정화조 약제 투입 등이 이른 시기에 집중적으로 이뤄졌고, 이에 따라 개체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전년 대비 27% 이상 모기 개체 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와 수도권 일부 자치구는 정기적인 유충 검사 및 실시간 감시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사람들의 생활 습관 변화도 영향을 준다. 외출 시 피부 노출을 줄이고, 창문에 방충망을 설치하거나 전자모기향을 사용하는 빈도도 늘었다.
문제는 ‘가을 모기’…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일 수도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기온이 내려가고, 습도가 오르면 모기는 다시 활동할 여지가 생긴다. 실제로 지난해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6월에는 모기 개체 수가 많았지만 7~8월엔 폭염과 폭우로 줄었고, 9월 들어 다시 증가했다.
올해도 같은 시나리오가 예측된다. 특히 9~10월 따뜻한 날씨가 이어질 경우 모기가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모기 활동 지수가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본다. 일부 보건소에선 8월 말 기준, 모기 수집 수치가 오히려 평균 이상을 기록한 사례도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계절 경계의 모호화도 한몫하고 있다. 여름은 짧고, 가을이 길어지면서 모기 활동 시기도 뒤로 밀린다. 가을비와 태풍이 잦아지면 고인 물이 생기고, 이는 다시 산란 장소가 된다. 결국 모기에게 좋은 환경이 다시 조성되는 것이다.
가을 모기에 의한 감염병 위험도도 높아진다. 기온 변화에 적응한 외래 모기 종이 늘고, 뎅기열, 일본뇌염, 지카 바이러스 같은 질환의 전파 가능성도 함께 언급된다. 국내 일부 지역에서는 열대 모기 종이 발견된 사례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모기 예방 및 퇴치 팁,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9월부터 모기 개체 수가 다시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예방과 퇴치에 더 신경 써야 한다. 가장 기본은 물을 고이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다. 집 주변 화분 받침, 배수구, 마당의 물통 등은 비 온 직후라도 반드시 비워줘야 한다. 정화조나 하수구는 방제 약품을 주기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는 방충망과 전자모기향을 사용한다. 오래된 방충망은 틈새가 생기기 쉬워 교체 또는 수리가 필요하다. 에어컨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면 모기장을 설치해 직접적인 접근을 차단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피부 노출이 많아지는 늦여름 캠핑이나 외출 시에는 의류와 모기 기피제를 함께 활용해야 한다.
최근엔 친환경 퇴치법도 주목받고 있다. 레몬그라스, 시트로넬라, 유칼립투스 등은 모기가 싫어하는 향으로 알려져 있다. 아로마 오일로 분사하거나 디퓨저 형태로 활용하면 실내에서도 어느 정도 퇴치 효과를 볼 수 있다. 커피 찌꺼기나 말린 귤껍질을 말려 태우는 방법도 인기다. 연기 속 향이 모기를 쫓는 데 도움이 된다.
이처럼 모기의 활동성은 일시적인 감소일 수 있고, 가을철이 본격적인 모기 시즌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개인 차원의 예방과 함께 지자체의 방역 상황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부터 다시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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