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주방도 덥고 눅눅하다. 잠깐 불을 켰을 뿐인데 땀이 흐르고, 가스레인지 앞에 오래 서는 게 고역이 된다. 하루 세 끼를 다 챙기기보단, 냉장고에 뭐라도 있으면 꺼내어 한 끼 뚝딱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선다.
입맛이 없다고 굶자니 속이 허전하고, 시켜 먹자니 기름진 배달 음식에 물리는 날도 많아진다. 별다른 조리도구나 기술 없이도 만들 수 있으면서, 식감은 부드럽고 조리 시간은 짧아야 한다.
전자레인지와 프라이팬 하나만 있으면 되는 가지 덮밥이 바로 그런 요리다. 껍질을 벗긴 가지를 전자레인지로 익히고, 그 위에 계란을 얹어 팬에서 살짝 구운 뒤, 짭조름하고 은은한 간장 소스를 살짝 졸이면 끝이다. 복잡한 양념 없이도 감칠맛이 살아나고, 밥에 비벼 먹으면 국이나 찌개 없이도 한 끼가 완성된다.
가지, 부드럽고 흡수력 좋은 채소
가지는 수분이 많고 열량이 낮은 채소다. 100g당 열량은 18kcal 정도로, 대부분이 수분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포만감을 줘 식단 조절 시 부담 없이 활용하기 좋다. 가지에 들어 있는 가장 눈에 띄는 성분은 바로 껍질에 들어 있는 보랏빛 색소다.
보라색을 띠는 이유는 안토시아닌 계열 색소인 ‘나스닌’ 때문이다. 이 성분은 가지 껍질에 몰려 있으며, 빛과 열에 쉽게 파괴되지 않아 조리 후에도 일부 남는다. 나스닌은 체내 산화 스트레스를 낮추는 항산화물질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칼륨, 엽산, 마그네슘, 비타민B군 등이 들어 있다. 칼륨은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돕고, 엽산은 세포 생성과 관련 있는 비타민이다. 비타민 B1, B6는 에너지 대사에 관여한다.
가지의 식감은 부드럽고 흡유성이 좋아 기름에 조리할 경우 소스 맛이 잘 배고, 다른 식재료의 풍미를 끌어올린다. 그만큼 조리법에 따라 영양소 손실도 생기기 쉬워 전자레인지 활용이나 단시간 조리하기 좋다.
부드럽게 찐 가지, 계란 입혀 굽는다
가지는 껍질을 벗겨 통째로 전자레인지에 넣는다. 3분 정도 돌리면 충분히 부드럽게 익는다. 식감은 흐물거리지만 수분을 머금고 있어 나중에 소스를 넣었을 때 간이 잘 배인다. 크기가 작으면 3분이면 되고, 큰 가지는 4분 이상 조리해야 한다. 껍질은 제거하는 게 좋다. 색은 예쁘지만 질감이 질기고 먹기에 거슬린다.
소스를 만드는 동안 가지를 식히면 조리하기 편하다. 간장 1.5큰술, 굴 소스 0.5큰술, 알룰로스 1.5큰술, 물 100ml를 섞으면 준비 끝이다. 알룰로스 대신 올리고당이나 물엿을 써도 무방하다.
전자레인지에서 꺼낸 가지는 수분이 많다. 키친타월로 가볍게 눌러 물기를 빼도 좋고, 그대로 써도 무관하다. 계란 한 개를 접시에 풀고, 가지 위에 부드럽게 입힌다. 포크나 수저로 가지를 살짝 눌러주며 계란물을 얹어야 골고루 퍼진다. 이 과정은 손으로 눌러주는 것보다 도구를 쓰는 게 깔끔하다.
팬에는 기름을 넉넉히 두르지 않아도 된다. 아보카도 오일을 쓰면 향도 고소하다. 중불에서 굽다가 계란이 익고 노릇한 색이 돌면 준비한 소스를 부어 졸인다. 소스가 바닥에 살짝 고일 정도로 남아야 한다. 소스를 너무 졸이면 간이 강해지고 가지도 질겨질 수 있다. 팬을 너무 오래 두지 않는 게 관건이다.
안에 볶음밥을 채우면 오므라이스처럼
밥은 흰쌀밥을 써도 상관없지만, 오므라이스처럼 안에 볶음밥을 넣으면 한층 더 든든하다. 양파와 당근을 다져 기름에 볶고, 햄이나 새우, 소시지를 넣어도 어울린다. 약간의 소금, 후추, 케첩 한 숟갈이면 충분히 맛이 살아난다. 계란에 감싼 가지를 덮개처럼 얹고, 남은 소스를 위에 뿌려낸다.
접시에 가지 계란을 얹고 그 아래 볶음밥을 깔아두면 소스는 밥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가지는 촉촉하면서도 계란과 함께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
가지 덮밥 레시피 총정리
■ 요리 재료
가지 2개(작은 가지 기준), 계란 1개, 아보카도 오일 1스푼, 간장 1.5스푼, 굴소스 0.5스푼, 알룰로스 1.5스푼, 물 100ml, 밥 1공기
*볶음밥용: 양파 1/4개, 당근 30g, 햄 또는 새우 30g, 식용유 1스푼
■ 만드는 순서
1. 가지 껍질을 벗기고 그릇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3분 돌린다.
2. 간장 1.5스푼, 굴 소스 0.5스푼, 알룰로스 1.5스푼, 물 100ml를 섞어 소스를 만든다.
3. 계란 1개를 풀고 익힌 가지에 포크로 눌러가며 계란물을 묻힌다.
4. 팬에 아보카도 오일 1큰술 두르고 가지를 올려 노릇하게 굽는다.
5. 소스를 부어 중불에서 촉촉하게 졸인다.
6. 접시에 밥을 담고 가지를 올려 오므라이스처럼 완성한다.
* 볶음밥
1. 팬에 식용유 두르고 양파, 당근, 햄을 볶는다.
2. 밥을 넣고 함께 볶아 간을 맞춘 후 그릇에 담는다.
3. 가지를 올리고 남은 소스를 끼얹어 마무리한다.
■ 오늘의 레시피 팁
- 가지는 전자레인지에 익힐 때 랩을 덮으면 수분 손실이 적다.
- 계란물은 얇게 펴 바르는 것이 좋다, 두껍게 바르면 덜 익을 수 있다.
- 소스는 졸일수록 짜질 수 있으니 촉촉하게 마무리해야 맛이 부드럽다.
- 볶음밥에 케첩이나 소금 간을 약하게 해 소스와 어우러지게 조절한다.
- 냉장고 속 다른 채소나 치즈, 토핑을 활용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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