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조선업을 무기로 삼아 관세 협상을 풀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 측에서 추가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개방 수준이 어느 정도가 될지도 관건이다.
자신의 카운터파트 역할을 할 베선트 장관에 대해서는 "지금 트럼프 정부에서 통상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중요한 직책에 있다"며 "현지에서 협상에 임하고 있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등과 현지 상황을 잘 파악하고 총력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통상 당국도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각각 카운터파트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접촉을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두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방문에 동행한 러트닉 장관·그리어 대표의 동선을 뒤따르며 협상을 제안했다. 김 장관과 러트닉 장관은 이르면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다시 만나 추가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이른바 '마스가(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로 이름 붙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에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조선업 재건에 뜻을 갖고 있는 만큼 우리의 기술 경쟁력을 지렛대 삼아 협상에 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다음달 1일부터 부과 예정인 25%의 상호관세를 낮추고 자동차·자동차 부품(25%), 철강·알루미늄(50%) 등에 부과 중인 품목별 관세까지 면제받겠다는 목표다. 러트닉 장관도 한국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국의 제안이 받아 들여질지는 미지수다. 한국에 앞서 협상을 마무리한 일본과 EU는 상호관세를 각각 10%포인트, 15%포인트 낮춘 15% 수준까지 조정하는 데 그쳤다. 자동차 관세도 낮췄지만 여전히 15%를 부과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합의를 이루지 못한 국가들의 관세가 15~20%로 매겨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수출 경쟁 품목이 일본·EU와 겹치는 한국으로서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15% 수준까지 낮추지 못할 경우 적지 않은 산업 피해가 예상된다.
농가들의 반발이 큰 농산물 시장도 개방 압력을 받고 있다. 한국은 당초 농산물을 협상 대상에 올리지 않았지만 미국의 요구에 따라 일부 수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과의 협상의 타결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얼마나 시장을 개방하겠냐"라며 "시간에 쫓기는 입장에서 협상 카드가 얼마가 남았는지가 관건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유리한 입장에 있지 않은 만큼 협상 당사자의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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