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 유럽연합(EU)에 차례로 자동차를 포함한 관세 15%를 확정했다. 도요타를 앞세운 일본, 폭스바겐을 보유한 독일이 잇따라 15% 관세 타결에 성공한 반면, 세계 3위 완성차 기업 현대차그룹을 보유한 한국의 관세 협상 부담은 더 가중된 상황이다.
◇일본·EU 대규모 투자로 15% 관세 타결, 한국 압박
29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일본과 무역협상 타결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를 투자하고 자동차와 트럭, 쌀 및 기타 특정 농산물을 개방할 것”이라며 “일본은 미국에 15%의 상호관세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25%였던 관세율을 10%포인트 인하한 것이다.
이어 27일에는 EU와도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EU산 상품에 1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무역협정을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EU는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 구매와 6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내 추가 투자를 약속했다.
업계 관계자는 “EU와 일본은 막대한 대미 투자 및 에너지 구매를 관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했다”며 “한국의 관세 인하가 지체될수록 미국 내 점유율 확보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EU 15%가 최소 기준선···이보다 불리하면 큰일”
현대차는 올해 2분기에만 25% 관세로 8282억원의 영업이익 손실을 봤고, 기아 역시 같은 기간 7860억원의 관세 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 현대차그룹 합산 관세 부담은 1조6142억원에 달했다. 이는 5~6월 두 달간만 부분 적용된 결과다. 증권가는 25% 관세율이 유지될 경우 현대차와 기아의 내년 영업이익 감소분이 각각 2조7000억원, 2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양사 합산 시 연간 최대 8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다.
우리 정부는 일본과 EU가 확보한 15% 수준을 최소 기준선으로 삼고 있으며, 이보다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 등 분야에서 일본과 EU와 경쟁을 하고 있는 만큼 이보다 높은 관세율을 받을 경우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에 생산능력 100만대를 갖추고 있지만, 지난해 미국 판매량 170만대를 모두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생산량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미 수출이 관세 직격탄을 맞을 경우 고용 대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칫하면 수출결과가 좋아질수록 적자를 보는 기형적 구조가 될 수도 있다”며 “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정부의 통상 전략이 절박한 상황”이라고 했다.
◇韓 수십조원 조선 협력 카드···트럼프 “한국 포함 15~20% 사이”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돌파구를 찾기 위해 대규모 조선산업 협력 구상을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통상 당국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만나 '마스가(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명칭의 한미 조선업 파트너십을 공식 제안했다. 이 프로젝트는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와 금융 지원을 포함한 포괄적 협력 방안으로 구성됐다. 일본, EU와 같은 대규모의 투자제안으로 관세 인하 물꼬를 튼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 스코틀랜드 턴베리 골프장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무역 협정을 체결하지 못한 국가들에 대한 관세 수준을 언급했는데, “협상을 마무리하지 않은 국가들의 경우 15~20% 범위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현재 협상 중인 한국을 포함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을 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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