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에 연루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이 공천 관련 전화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 의원이 공천개입 관련 첫 진술을 한 것이다.
특검팀은 전날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의 공천개입 의혹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상현 "尹 전화 받은 적 없다" 기존 입장 번복
특검팀은 지난 27일 윤상현 의원을 소환해 약 15시간 가량 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조사에서 윤 의원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당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과 관련해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윤 의원이 "김영선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과 당선인 비서실장(故 장제원 전 의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2022년 대선 당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무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받고 그 대가로 그해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을 창원 의창 선거구에 공천받도록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민주당이 공개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보궐선거 공천 발표 전날인 2022년 5월 9일 명씨에게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며 "상현이(윤 의원)한테 내가 한 번 더 이야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한다
이날 윤 의원은 특검 조사 과정에서 고 장제원 전 의원도 자신에게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부탁한다는 전화를 따로 했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장제원 전 의원이 전화를 걸어와 '김영선 공천을 잘 부탁한다'고 했는데 자기 뜻인 것처럼 말하다가 나중에 '당선인의 뜻도 그렇다'고 했다"며 "다음 날엔 윤 전 대통령이 전화로 취임식 얘기를 하다가 '창원 그건 비서실장에게 얘기 들었느냐'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윤 의원은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의 전화가 없었다고 했는데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윤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공관위에서 (공천 자료를 윤 대통령에게) 가져왔다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대통령도 저에게 '뭐해라 저해라' 이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특검, 이준석 압수수색…통화 자동 녹음된 휴대전화 확보
아울러 특검은 28일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자택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특검은 압수수색 영장에 이 대표를 공천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 피의자로 적시했다. 재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 대표가 공범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압수수색을 통해 특검은 통화 자동녹음 기능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이 대표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의 통화 녹취록에서 공천개입을 뒷받침할 내용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공천 발표를 앞두고 이 대표와 명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씨는 최근 한 언론사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2022년 보궐선거 공천 발표를 앞둔 5월 8일 이 대표가 '당선인(윤 전 대통령) 측에서 창원의창은 경선을 해야한다더라'는 내용의 한기호 당시 사무총장의 메시지를 전달해줬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명씨는 이튿날인 5월 9일 윤 전 대통령에게 "김영선 공천을 부탁드린다"는 취지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측은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공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당시 윤 전 대통령 부부와 공천을 논의할 정도로 깊게 소통하는 사이가 아니었다는 것이 이 대표 측 입장이다.
한편, 이 대표가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2월 29일 명씨, 김 전 의원,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와 경남 하동군 칠불사에서 만났다는 이른바 '칠불사 회동'도 수사 대상이다.
당시 김 전 의원은 김건희와의 통화 기록,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보여주며 총선 공천 개입을 폭로하는 대가로 개혁신당 비례대표 1번 공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尹 첫 소환조사 결국 무산…"내일 출석하라" 재통보
한편,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김건희특별팀의 첫 소환 조사는 무산됐다.
특검팀은 지난 21일 윤 전 대통령에게 29일 오전 10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은 현재까지 변호인 선임계를 비롯한 어떠한 의견도 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그간 내란특검팀 출정 조사와 내란 재판에도 건강 악화를 이유로 불응해왔다.
이에 특검팀은 오는 30일 오전 10시에 출석하라는 수사협조요청서를 서울구치소장에게 재차 송부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의 출석 불응이 이어질 경우 특검팀은 강제구인 등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의 이번 출석 요구서에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도 적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윤 전 대통령이 2021년 10월 국민의힘 경선 토론회에서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에 대해 "한 넉 달 정도 (위탁관리를) 맡겼는데 손실이 났다"라는 허위사실을 말했다는 게 뼈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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