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부드럽고 맛있게 요리하는 비결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정답은 바로 '재우기'다. 하지만 어떤 재료로 어떻게 재우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동안 고기 잡내 제거와 연육을 위해 배, 키위, 파인애플 등을 갈아 넣는 방법이 널리 알려졌지만, 최근엔 '우유'를 활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고기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식감은 부드럽고 촉촉하게 살릴 수 있어 요리 고수들 사이에선 필수 재료로 자리 잡고 있다.
잡내 제거와 연육, 우유가 가진 효과
우유는 단백질과 지방이 균형 있게 포함된 유제품이다. 여기서 단백질은 고기의 질긴 근섬유를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고기의 육질을 분해하는 데 관여하는 카세인과 유청 단백질은 고기 속으로 스며들며 결을 풀어주고, 조직을 느슨하게 만든다. 그래서 익혔을 때 퍽퍽하지 않고 촉촉한 식감을 살릴 수 있다.
지방 성분은 고기의 표면을 코팅해 수분이 증발하는 걸 막아준다. 덕분에 굽거나 삶아도 육즙이 빠지지 않고, 안쪽까지 촉촉하게 익는다. 여기에 우유에 포함된 젖산은 고기 표면의 핏물이나 냄새 성분을 중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런 작용이 복합적으로 일어나면서 누린내나 비린내 없이 고기 본연의 풍미를 깔끔하게 즐길 수 있게 된다.
배 대신 우유가 좋은 이유
배나 키위처럼 단맛이 강한 과일은 고기를 재울 때 부드럽게 만드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당분이 많다 보니 양념 맛을 덮을 수 있고, 단맛이 강하게 배면 고기 본연의 감칠맛이 희석되기도 한다.
우유는 다르다. 단맛은 거의 없고 고기에서 나는 강한 맛을 부드럽게 덮어주는 역할을 한다. 음식 전체 맛의 균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연육과 잡내 제거 기능은 배 이상이다. 게다가 고기를 우유에 담갔다가 양념을 하면 양념이 더 잘 배어드는 효과도 있다. 그래서 구이, 수육, 튀김, 볶음 등 어떤 요리든 먼저 우유에 재운 뒤 조리하면 훨씬 맛이 깊어진다.
'우유 보쌈', '우유 수육'처럼 아예 우유에 삶아 조리하는 방식도 있다. 잡내 없는 깔끔한 맛과 부드러운 질감이 특징으로, 집밥 고수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어떻게 재워야 할까
방법은 간단하다. 고기 500g 기준, 우유 한 컵(200ml) 정도를 준비한다.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등 어떤 고기든 사용할 수 있다. 겉면에 가볍게 칼집을 내주면 우유가 더 잘 스며든다. 유리나 스테인리스 용기에 고기를 넣고, 우유를 부은 뒤 냉장고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재운다. 하루 이상 재워도 되지만, 너무 오래 두면 고기에 우유의 맛이 너무 스며들 수 있다.
사용한 우유는 반드시 버려야 한다. 잡내와 핏물이 빠져나온 액체라 위생상 다시 사용하는 건 금물이다. 고기는 흐르는 물에 한번 가볍게 헹군 뒤 양념하거나 조리하면 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우유 비린내 없이 부드럽고 깔끔한 고기 요리가 완성된다.
이 방법은 고기를 삶을 때, 구울 때 모두 적용 가능하다. 삼겹살, 등심, 목살, 닭다리살, 닭가슴살까지 어떤 부위든 활용할 수 있다. 튀김 전에도 활용하면 바삭한 튀김 옷 안에 부드러운 속살을 만들 수 있다.
이럴 땐 주의해야 한다
고기를 우유에 재울 때는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먼저, 반드시 신선한 우유를 사용해야 한다.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개봉 후 오래된 우유는 고기의 잡내를 제거하기는커녕 오히려 이상한 맛과 냄새를 더할 수 있다. 상온 보관하지 말고, 냉장해 보관하면서 재워야 한다.
또한, 우유에 재운 후에는 꼭 헹궈야 한다. 재운 채로 바로 굽거나 튀기면 우유의 단백질 성분이 열에 반응해 타거나 비린내가 날 수 있다. 흐르는 물에 10초 정도만 가볍게 씻으면 충분하다.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이나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는 조심해야 한다. 완전히 제거됐다고 해도 고기 표면에 미세하게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엔 배나 무, 양파즙처럼 식물성 재료를 활용한 방식이 더 적합하다.
마지막으로, 무가당 두유나 요구르트로 대체해도 되지만, 맛이나 질감이 우유만큼 안정적이지는 않다. 특히 두유는 고소한 향이 고기와 충돌할 수 있고, 요구르트는 산도가 높아 고기가 질겨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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