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의 대중국 제재로 인한 '반사이익'을 기반으로 글로벌 수주 시장에서 반등의 기회를 잡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수주 점유율이 25%를 넘어서며 부진했던 흐름에서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글로벌 발주량 자체는 급감세를 보이고 있어 지금이야말로 한국 조선업이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야 할 '골든타임'이라는 지적도 있다.
29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표한 '해운·조선업 2025년 상반기 동향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한국 조선업의 수주 점유율은 25.1%(표준선 환산톤수 기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17.2%) 대비 약 8%포인트 증가한 수치이며 수주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중국과의 격차도 지난해 51.0%포인트에서 올해는 26.7%포인트로 크게 좁혀졌다.
보고서는 이번 반등을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따른 발주 흐름 변화로 해석했다. 실제로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중국 해운사 및 중국산 선박 운영사에 대해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컨테이너선 건조 수요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상당 부분 이동했다는 것이다.
한국 조선사들은 이 같은 흐름에 빠르게 대응해 상반기 487만CGT를 수주했다. 이 중 53.3%는 컨테이너선 수주로 지난해 상반기 2척에 불과했던 중대형 컨테이너선 수주 실적과 비교해 큰 도약이다. 이로 인해 2023년 연간 기준 15.0%에 머물렀던 한국의 수주 점유율은 2024년 상반기에만 25%를 넘어서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진짜 회복'으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도 전 세계 조선 발주량 자체가 급감세를 보이고 있어 단순 점유율 상승에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1939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54.5% 감소했다. 특히 한국 조선사들의 핵심 선종 중 하나인 LNG선의 경우 발주량이 82.9% 감소해 105만CGT에 그쳤다. 이는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수익 모델을 이어오던 국내 조선업계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의 상반기 총 수주량(487만CGT)도 전년 동기 대비 33.5% 줄었고, 수주액은 161억4천만달러로 31.8% 하락했다. 수치상 점유율은 증가했지만 실제 수주 총량은 위축된 것이다.
보고서는 "2021년 이후 처음으로 발주량이 건조량을 밑돌았다"며 "이는 조선 시장이 구조적인 전환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발 통상 마찰과 관세 이슈 등 글로벌 무역 갈등이 조선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한국 조선업계가 다시 세계 정상의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일시적 반사이익에 의존하지 않고 근본적인 기술 경쟁력 확보와 품질 격차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보고서는 "이번 점유율 상승은 미중 갈등 구조 속에서 '어부지리'로 얻은 일시적 기회에 가깝다"며 "이 기회를 활용해 중국과의 기술·품질 격차를 벌리고 친환경 선박, 스마트십 등 미래 선종 중심의 투자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 조선사들의 재무적 체력이 여전히 충분하지 않으며, 고용 확대나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전환하기에는 제약이 많은 상황"이라며 "조선업이 단순한 제조 산업이 아닌 국가 안보와 해양 전략의 핵심 자산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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