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그룹의 막내, 형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소년은 이제 무대 위에서 ‘자기 색’을 입힌 음악을 노래하는 아티스트가 되었다. 윤산하. 열일곱에 데뷔한 그는 올해 데뷔 10주년을 앞두고 두 번째 솔로 미니 앨범
으로 돌아왔다. ‘변화’를 주제로 한 이번 앨범은 그가 얼마나 단단해졌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차은우를 따라잡고 싶다는 열망, 유닛 활동을 함께했던 문빈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팬들에게 건네는 사랑의 언어까지. 이제 윤산하는 ‘산하’라는 이름 하나로 무대를 채운다. 변화 속에서 본질을 지켜가는 청년 아티스트의 현재를 들여다본다.
ⓒ판타지오
“엑스트라 버진, 지금 내 나이에 딱 맞는 색”
지난해 첫 미니 앨범
를 통해 솔로로 데뷔한 윤산하는 11개월 만에 두 번째 미니 앨범
으로 돌아왔다. ‘카멜레온처럼 다채로운 변화를 담겠다’는 이번 앨범은 장르도 분위기도 곡마다 다르다. 이질적인 음악 스타일 속에서 ‘윤산하’라는 필터를 통과하며 모두 제 색을 입는다. “예전엔 비슷한 분위기의 곡들로 구성된 앨범이었다면, 이번엔 각기 다른 색으로 준비했어요. 타이틀곡 ‘엑스트라 버진(Extra Virgin)’은 하이브리드 팝 장르인데, 컨트리풍 코드에 힙합 리듬이 섞여 있어서 색다른 매력이 있어요. 반복되는 멜로디가 중독성도 있고요. 무대에선 ‘칠하면서도 힙한’ 산하를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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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곡 선정 과정은 그에게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엑스트라 버진’과 ‘배드 모스키토’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결국 확신 있는 선택을 밀어붙였다. 오랜 시간 형들의 의견을 따르던 막내는 이번만큼은 스스로의 직감을 따랐다. “예전엔 ‘형들이 맞겠지’ 하는 마음이 컸는데, 이번엔 처음부터 진짜 자신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형들도 ‘잘 나왔다’고 해줘서 기뻤죠.” 솔로 활동은 그에게 자신감의 근원이 되었다. 첫 앨범 때는 두려움도, 흔들림도 컸다. “그땐 문빈 형과의 유닛 활동이 마지막이었고, 솔로는 처음이라 두려웠죠. ‘이게 맞을까?’ 싶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앨범 재킷부터 콘셉트, 퍼포먼스까지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냈고, 모든 준비 과정에서 한층 더 단단해진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뮤직비디오 모니터링을 하는데, 눈빛이 다르더라고요. 안무하시는 단장님도 ‘자신 있어 보여’라고 하셨어요. 나름 느껴지는 게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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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의 또 다른 축은 자작곡이다.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한 ‘아우라(AURA)’와 팬송 ‘Love you like fools’는 그의 진심이 오롯이 녹아든 곡이다. 특히 팬송은 단 두 시간 만에 가사를 완성했다. “처음 만났을 때의 풋풋함부터 앞으로의 미래까지 담고 싶었어요. 마지막엔 ‘바보같이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넣었고요. 진심을 꺼내는 게 재밌더라고요.” “지금의 나는 자신 있는 사람, 확신을 가진 아티스트예요. 그래서 이번 앨범은 저만의 색이 선명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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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기억, 그리고 앞으로의 윤산하
한 해 동안 윤산하는 참 많은 것을 이뤘다. 아스트로 멤버들과 3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열었고, 일본 돔 무대에도 섰다. 첫 지상파 드라마 주연작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도 방송을 앞두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아시아와 남미를 도는 팬 콘서트 투어도 예정돼 있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성장 중이다. ‘하고 싶은 일’을 정확히 알고, 그것에 집중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예전엔 ‘그냥 해야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지금은 하나하나 기억하려고 해요. 순간에 집중하고, 행동에 책임을 지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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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닮고 싶다는 마음도 그 성장을 이끈다. 특히 차은우는 윤산하에게 오랫동안 ‘넘고 싶은 목표’다. “은우 형은 진짜 바쁘잖아요. 앨범도 하고 연기도 하고, 팬미팅도 하고… ‘형이 없을 때 따라와’라는 말 들었을 때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아직 15% 정도 따라간 것 같아요(웃음).” 문빈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지난 2023년, 유닛 활동을 함께했던 멤버 문빈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은 그를 오랜 시간 멈춰 세웠다. “1년 반 가까이 아무것도 못 했어요. 노래도 듣기 싫고, 아무 의욕도 없었죠. 그런데 문득 ‘형이 이런 제 모습 좋아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이번 앨범에 문빈의 색도 함께 담았다고 말한다. “형이 퍼포먼스나 성품 면에서 정말 많은 걸 가르쳐줬어요. 그래서 이 앨범은 저 혼자만의 결과물이 아니에요. 형과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이 녹아 있어요.” “아직 제 색을 다 찾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조금은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고 생각해요.”
윤산하의 최종 목표는 명확하다. ‘믿고 듣는 윤산하’라는 수식어. 그의 노래가 많은 이들의 플레이리스트에서 반복되기를 바란다. “솔로 아티스트로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 목소리가 오래도록 기억되면 좋겠어요.” 소년에서 청년으로, 막내에서 아티스트로. 윤산하는 그렇게 변화 속에서 흔들림 없는 본질을 다져가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 계절의 중심엔 ‘윤산하’라는 색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