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 칼럼] 한미 관세 협상, ‘조선·원전·반도체’ 트로이카 기술동맹 카드가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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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 칼럼] 한미 관세 협상, ‘조선·원전·반도체’ 트로이카 기술동맹 카드가 돌파구

뉴스로드 2025-07-29 08:50: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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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부장관(왼쪽), 여한구 본부장(가운데)이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만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정관 산업부장관(왼쪽), 여한구 본부장(가운데)이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만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미 간 관세 협상이 최종 타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이미 15% 수준의 상호관세를 골자로 하는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한국 협상단도 협상 목표를 15%로 설정한 가운데,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를 위한 통상 카드가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한국은 단순한 교역 상대국이 아니라, 미국의 산업 및 기술 재건 전략의 핵심 파트너다. 특히 조선, 원전, 반도체라는 세 산업은 미국의 산업·에너지·기술 안보를 동시에 뒷받침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중국을 견제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분야다. 이들 산업에서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현지 투자를 통해 공동 발전 기반도 구축 중이다. 이제 이 기술동맹을 외교 협상의 핵심 카드로 활용할 시점이다.

▲ MASGA 프로젝트, 미국 조선업 르네상스 버팀목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는 미국 상업 및 해양 안보 역량 복원을 목표로 한다. 이 계획의 핵심축은 한국이다. 한화그룹은 올해 초 미국 필리조선소를 1억 달러에 인수하며 미국 내 유일한 한국 조선소 직진출 사례를 만들었다. 이는 단순한 투자 이상의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한국은 LNG선,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부문에서 글로벌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친환경 선박과 군함 기술에서도 경쟁국을 압도하고 있다. 미국의 조선 부활 구상이 실행력을 갖추려면 한국과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MASGA의 실질적 협상을 위해 정부 협상단과 함께 미국에 파견되었고, 이는 민관이 결합된 기술외교의 좋은 사례가 될 전망이다. 

▲‘원전 르네상스’와 한국형 원전의 글로벌 가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행정명령을 통해 2050년까지 미국의 원전 발전 용량을 97GW에서 400GW로 확대하겠다는 ‘원전 르네상스’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는 1GW급 대형 원전 약 300기를 신규 건설하는 셈으로, 미국 에너지부는 2030년까지 10기를 착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은 30여 년간 신규 원전 공백기를 겪으면서 건설 인력, 공급망, 관리 역량 전반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웨스팅하우스조차 과거 보글 원전 프로젝트에서 7년 이상 지연과 파산을 경험한 바 있다.

반면 한국의 팀코리아는 바라카 원전 성공 사례를 포함해 설계부터 시공, 운영, 해체까지 원전 산업 전 주기에 걸쳐 실적과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한국의 원전 평균 건설 기간은 56개월로, 미국(272개월)의 5분의 1 수준이다.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기술 개발과 원전 해체 시장 진출도 활발하게 전개 중이다. 미국 내 해체가 필요한 원전은 아직 29기에 달하며, 한수원은 이를 새로운 수출 시장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 한국의 기술혁신이 선도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금 이 순간 미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고성능 AI 반도체용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세계 1위를 굳히며 2025년 2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전체 D램 매출의 41%를 HBM이 차지했고, 영업이익은 9조2129억원으로 40%가 넘는 이익률을 나타냈다.

이 성과는 엔비디아 등 AI 빅테크 기업들이 고성능 메모리 수요를 늘린 데 따른 것이며, SK하이닉스가 업계 최초로 HBM3, HBM3E를 양산하며 기술력과 신뢰를 동시에 입증한 결과다. 메모리 반도체의 ‘명가’로 재부상한 SK하이닉스는 ‘순부채 제로’를 추진하며 재무구조도 탄탄히 다지고 있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의 글로벌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CXMT는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빠르게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으며, 2027년에는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10% 달성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응해 SK하이닉스는 더욱 과감한 투자를 통해 ‘공급 주도권’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전자도 28일 테슬라와의 23조원 규모 파운드리 계약을 통해 2나노미터 초미세 공정 기술력을 입증했다. AI6 칩은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만 생산되며, 이는 미국 내 제조 능력을 강조하는 트럼프의 산업 정책과 정확히 맞물린다. 이재용 회장과 일론 머스크 CEO를 중심으로 한미 간 네트워크도 이번 수주 성공의 기반이 됐다.

▲한미 기술동맹은 협상 카드이자 전략 자산

이처럼 조선, 원전, 반도체 산업은 단순한 수출 품목이 아니다. 이들은 미국의 산업 자립과 안보 전략에 직접 연결되어 있으며, 한국은 기술력·경험·현지 투자의 측면에서 독보적 위치에 있다. 관세 협상의 본질은 무역의 규모보다 동맹의 전략적 가치에 있다.

일본·EU가 이미 15% 수준의 협정을 체결한 상황에서 한국에 불리한 조건이 적용된다면, 이는 한미 기술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제는 정부가 기술을 전략 자산으로 보고, 외교 테이블에서 그 가치를 적극적으로 환산해야 할 때다.

한미 간 관세 협상에서 조선·원전·반도체가 핵심 협상 카드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경제적 가치 때문만이 아니다. 이들 산업은 미국이 중국을 전략적으로 견제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산업군이자, 공급망·기술 우위·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국가 전략 자산이다. 한국은 이들 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갖춘 몇 안 되는 민주주의 국가로, 미국의 ‘중국 차단망’에 반드시 필요한 협력국으로 평가된다.

이를 바탕으로 목표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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