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데이 이상원기자] 삼성전자가 글로벌 대기업과 165억 달러(22조7,900억 원) 규모의 파운드리 계약(반도체 위탁생산 공급)을 체결했다고 지난 26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단일 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이 공시한 내용은 165억 달러(22조7천6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공급 계약으로, 계약 상대는 글로벌 대형기업이며 공급 기간은 2025년 7월 24일부터 2033년 12월 31일까지 8년 간이다.
삼성은 공시에서 기밀 유지를 이유로 구체적인 고객사를 공개하지 않았다. 계약서에 파트너사가 ‘사업 기밀 유지를 희망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대규모 계약 공시 직후 일부 외신과 X 등을 통해 발주업체가 테슬라일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영업비밀 유지 조항으로 인해 발주사를 공개하지 못했던 삼성은 황급히 내외신 매체에 기사 삭제를 요청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이런 와중에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갑자기 X에 “약 165억 달러 규모의 계약에 따라 한국의 거대 기업이 텍사스에 있는 새로운 공장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을 만드는 데 전념하게 될 것”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애플, 엔비디아 등 대부분 글로벌 대기업의 경우, 계약서상 비밀 유지 조항을 반드시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프로젝트가 시작되더라도 이를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
머스크가 ‘비밀 유지 조항’ 해제를 위해 일부러 X에 계약 사실을 확인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삼성으로선 머스크의 게시물로 인해 계약 위반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가 올린 게시물을 보면 삼성이 적잖은 부담감을 떠 안게될 가능성이 높다.
테슬라는 이번 삼성 파운드리 위탁생산에서 반도체 칩의 공급 안정성을 위해 제조 감독권도 요구했다.
일론 머스크는 삼성의 제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테슬라가 도움을 주기로 했다면서 자신이 직접 생산 라인을 둘러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공장이 오스틴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멀지 않은 ‘편리한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다 .
수시로 삼성 반도체 공장에 들러 생산을 감독하겠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조립공장에서 잠을 자면서 생산을 독려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머스크가 반도체 칩 생산에 관여하게 되면 8년 간 장기계약을 체결한 삼성으로서는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테슬라가 삼성 텍스사 파운드리에서 생산할 제품은 테슬라의 자율주행차량과 휴머노이드 로봇에 장착될 AI6 칩이다. 현재 대만 TSMC가 구글 등 주요 IT기업에 공급하는 칩은 이보다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AI4 칩이다. TSMC가 곧 업그레이드된 AI5 칩을 생산할 예정이지만 테슬라는 이를 훨씬 뛰어넘은 AI6 칩 생산을 원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X에서 “165억 달러라는 숫자는 최소 금액일 뿐이며, 실제 생산량은 그보다 몇 배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로봇 사업에서 엄청난 칩 수요가 발생할 것이란 자신감이다.
하지만 머스크의 예상과 달리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와 로봇사업이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 분석기관들은 테슬라의 미래 사업에 대체로 낙관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부정적인 분석을 내놓는 곳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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