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크래프톤이 지난 25일 미국의 게임 개발사 일레븐스 아워 게임즈(Eleventh Hour Games) 지분을 100% 인수하면서 올해 투자 규모가 1조원선을 넘었다.
크래프톤은 지난 4월 카카오게임즈가 보유하고 있던 국내 게임사 넵튠의 지분 38.37%를 1650억원에 인수하면서 크래프톤이 기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합쳐 42.53%의 지분을 확보해 넵튠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지난 6월에는 일본의 광고 및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인 ADK홀딩스의 모회사 BCJ-31의 지분 100%를 750억엔(약 7104억원)이라는 거액으로 인수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크래프톤은 이번 일레븐스 아워 게임즈 인수 대금 1324억원까지 합쳐 외부 기업 인수에만 총 1조원을 넘게 썼다. 여기에 연초에 인도에 투자한 자금도 480억원에 이른다.
크래프톤은 지난해까지 약 5년간 외부 투자와 인수합병을 위해 총 1조3000억원 이상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올해는 7월까지 벌써 1조원을 넘게 지출하며 더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크래프톤이 이처럼 공격적인 외부 투자에 나선 이유는 오랜 시간 ‘배틀그라운드’ 하나의 IP에만 의존하고 있는 수익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내부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배틀그라운드의 흥행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배틀그라운드의 수명이 끝나기 전 수익구조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크래프톤의 투자 행보가 중국 최대 IT 기업인 텐센트와 닮았다는 보는 시각도 있다. 텐센트는 중국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막대한 수익을 확보한 뒤 시선을 외부로 돌렸다. 텐센트의 투자 방식은 가능성이 보이는 여러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것으로 실제로 전 세계의 여러 기업들에 초기 투자와 인수합병을 진행했고 그 중 일부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등 큰 성공을 거머쥐었다.
대표적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로 유명한 라이엇게임즈도 게임 출시 전 2008년부터 초기 투자를 진행했으며 2011년 93%의 지분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2016년에는 모바일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의 개발사 슈퍼셀을 인수했으며 이외에도 에픽게임즈, 유비소프트, 프롬소프트웨어 등 국가를 가리지 않고 다수의 기업들에 투자를 진행했다. 국내에서도 크래프톤을 포함해 넷마블, 시프트업, 카카오 등의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크래프톤도 텐센트처럼 지역을 가리지 않고 가능성이 보이는 기업들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한 기업의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텐센트와 닮아 있다. 크래프톤은 넵튠을 인수할 때도, 이번에 일레븐스 아워 게임즈를 인수할 때도 기존 경영진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물론 이 방침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2021년 12월 약 6800억원에 인수한 ‘서브노티카’의 개발사 언노운 월즈는 최근 후속작 ‘서브노티카2’의 개발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으면서 경영진을 전격 교체한 바 있다. 언노운 월즈의 경우 3400억원 규모의 옵션 계약까지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크래프톤이 지나치게 과한 투자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언노운 월즈 사례로 크래프톤이 인수합병을 진행할 때 더 신중하게 기업을 평가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 일레븐스 아워 게임즈 인수가 전격 발표되면서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2018년 설립된 일레븐스 아워 게임즈는 지난해 2월 핵앤슬래시 액션RPG ‘라스트 에포크’를 정식 출시해 300만장 이상의 판매를 달성한 개발사다. 라스트 에포크는 스팀 출시 직후 최고 동시접속자 26만명을 찍었다. 이후 이용자가 빠르게 줄었지만 지난 4월 시즌2를 시작하며 다시 동시접속자 15만명을 달성하는 등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다.
크래프톤의 투자는 단순히 게임 IP의 확장에 머물지 않는다. 6월에 인수한 일본 ADK홀딩스는 다수의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한 경험을 갖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크래프톤이 애니메이션 IP 기반의 게임을 제작하거나 혹은 배틀그라운드 등 대표 IP를 애니메이션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예상하고 있다. 또한 현재 일본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작은 크래프톤이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ADK홀딩스를 활용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넵튠의 경우에도 주력 사업은 게임 개발 및 서비스지만 자체 광고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형태로 게임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크래프톤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인도 시장에서도 게임뿐 아니라 웹소설 플랫폼, 핀테크 기업 등에 투자하며 외연 확장을 시도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의 투자 행보가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현상황에 만족해 배틀그라운드 IP에만 집중하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여력이 있을 때 외연 확장을 시도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크래프톤은 높은 영업이익률에도 불구하고 주주 배당을 하지 않기로 유명한 기업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크래프톤이 향후 배당 정책을 개선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만약 주주 배당을 실시할 경우 지금과 같은 공격적인 외부 투자는 다소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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