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누구니..." 우리 집 베란다에 둥지 튼 새, 알고 보니 '천연기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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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니..." 우리 집 베란다에 둥지 튼 새, 알고 보니 '천연기념물'

위키푸디 2025-07-29 01:5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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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롱이 / 국립생물자원관
황조롱이 / 국립생물자원관

도심 한복판 하늘에서 맴돌던 새 한 마리가 전봇대 꼭대기에 날렵하게 내려앉는다. 이 새는 들쥐를 사냥해 공중으로 낚아채는 대한민국의 대표 맹금류 '황조롱이'다. 산속을 누비던 새들이 점차 사라져가는 시대에, 황조롱이는 되레 도시에 터를 잡고 번성하고 있다.

황조롱이는 오래전부터 인간과 가까운 거리에서 공존해 왔다. 백제시대에는 여성들이 키우는 매사냥 새로 쓰였다. 해충과 설치류를 잡아주는 새로 여겨졌고, 지금도 들쥐 개체 수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층 건물 사이를 오가며 사람 곁에 살고 있는 황조롱이는, 도시의 변화에 가장 빠르게 적응한 맹금류 새이자, 생태계의 균형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오늘날 이 새는 어떻게 도심 속에 적응해 살고 있을까.

몸집은 작지만, 날카로운 도시의 사냥꾼

황조롱이 수컷 / Alexis Lours-Wikimedia Commons
황조롱이 수컷 / Alexis Lours-Wikimedia Commons

황조롱이는 매목 맷과에 속하는 맹금류다. 수컷은 몸길이 30cm, 암컷은 약 33cm로 암컷이 더 크다. 날개를 펴면 최대 70cm에 달한다. 수컷은 회색 머리와 꼬리를, 암컷은 전체적으로 갈색을 띤다. 등에는 검은 반점이 흩어져 있고, 배는 황갈색 바탕에 어두운 줄무늬가 있다.

이 새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정지비행’이다. 날개를 빠르게 퍼덕이며 하늘에 멈춰 선 상태에서 지상의 먹이를 노린다. 비행 중 먹잇감이 눈에 띄면 순식간에 하강해 발톱으로 낚아챈다. 들쥐, 두더지, 메뚜기, 참새, 파충류 등 다양한 동물을 사냥한다.

천연기념물이지만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이유

황조롱이 암컷 / Alexey V. Kurochkin-Wikimedia Commons
황조롱이 암컷 / Alexey V. Kurochkin-Wikimedia Commons

황조롱이는 천연기념물 제323-8호다. 흔히 천연기념물이라고 하면 멸종위기종부터 떠올리지만, 황조롱이는 다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기준으로도 ‘최소 관심종(LC)’에 해당한다. 쉽게 말해 개체 수는 안정적이며, 멸종 위험이 적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일까. 황조롱이는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다. 특히 들쥐 같은 설치류를 잡아먹으며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인간의 곡식이나 과일에는 관심이 없어 이로운 새로 분류된다. 도시에서 보기 쉬워 ‘흔한 새’라는 인식이 있지만, 생태계 내 위치만큼은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보호가 필요한 야생조류로 지정된 것이다.

지금도 전국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으며, 아파트, 전봇대, 학교 건물, 하천 옆 도로 표지판 위 등 도심에서 자주 목격된다. 서울 한강공원, 청라호수공원, 안양천, 중랑천 등 열린 공간은 물론, 고층 아파트 베란다 실외기 틈에서도 둥지를 튼다. 일부 개체는 대학교 건물 옥상이나 창틀, 심지어 CCTV 위에 알을 낳기도 한다.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도심 속 맹금류

황조롱이 / Annatsach-Wikimedia Commons
황조롱이 / Annatsach-Wikimedia Commons

황조롱이는 원래 절벽이나 산지의 처마 밑, 버려진 둥지 등에 둥지를 틀었다. 그런데 도시 확장과 함께 환경 변화가 일어나자, 이 새는 사람 사는 구조물에 적응했다. 절벽 대신 고층 아파트 베란다, 빌딩 틈이나 실외기 뒤쪽을 택한 것이다. 그곳은 천적이 접근하기 어렵고 구조적으로 안정적이다. 심지어 태풍이나 야생동물 피해도 거의 없다.

황조롱이는 번식 성공률도 높다. 4월 말에서 7월 초 사이, 한 배에 4~6개의 알을 낳고 약 27~29일간 알을 품는다. 새끼는 부화 후 30일가량 지나면 독립하며, 이 기간에도 둥지를 발견하기 쉽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둥지로 학습되면 다음 해에도 같은 장소를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냥 반가운 손님만은 아니다. 실외기에 둥지를 틀면 에어컨을 가동할 수 없고, 배설물이나 찢긴 먹잇감 잔해로 인해 불쾌감을 호소하는 사례도 있다. 울음소리도 작지 않아 민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황조롱이는 맹금류답게 날카로운 발톱을 갖고 있어, 함부로 만지거나 접근하면 위험하다.

도시에서 살아남은 이유

황조롱이 / 국립생물자원관
황조롱이 / 국립생물자원관

대부분의 맹금류는 도시 환경에서 적응하기 어렵다. 토끼처럼 덩치 큰 먹이를 잡아야 하고, 넓은 사냥 영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황조롱이는 비교적 소형이며, 들쥐나 참새 같은 도심 먹잇감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먹잇감 확보도 쉽고, 넓은 영역이 필요하지 않아 도시에서도 활동할 수 있다.

게다가 도심은 황조롱이에게 적당한 바람, 사냥할 수 있는 평지, 둥지 틈새, 천적 회피처 등 거의 모든 요소를 갖춘 서식지다. 실제로 도심의 녹지 공간, 하천 주변, 공원 등은 황조롱이의 주요 사냥터다. 일부는 고양이나 삵, 수리부엉이 같은 천적과 마주치기도 하지만, 번식기에는 호전적인 성격으로 맞서 싸운다. 그 성격 때문에 사람 눈에 띄는 빈도도 높아졌다.

도심에 이토록 잘 적응한 황조롱이는 다른 맹금류의 생존이 점점 어려워지는 시기에 오히려 개체 수를 늘려가고 있다. 이제는 아파트 베란다와 고층 빌딩 사이를 오가는 도심 생태계의 주역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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