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대출 규제 강화와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전세사기 우려가 맞물리면서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이 급속도로 '월세 중심'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기존에는 비(非)아파트 형태의 주거지에서만 선호되던 월세 매물이 이제는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인 강남권은 물론, 강북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날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6·27 대출 규제 시행 이후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는 보증금은 줄이고 월세는 높이는 방식의 임대차 계약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출 규제가 시행되면서 전세 자금을 충분히 구할 수 없는 유동성 부족과 전세보증금 반환 부담을 줄이려는 집주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대표적인 고급 주거지인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 19일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875만 원으로 계약이 체결됐다. 같은 단지에서는 보증금 6억 원에 월세 500만 원, 보증금 없이 월세만 875만 원에 달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마찬가지로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 역시 보증금 5억 원, 월세 600만 원에 거래되며 이전 달 보증금 10억 원, 월세 340만 원 대비 보증금은 반토막, 월세는 약 76%나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84㎡도 보증금 2억 원에 월세 450만 원으로 계약되며 인근 아파트 가운데 월세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이러한 현상은 강남3구를 넘어 마포·용산·성동 이른바 마용성 지역과 강북권으로도 확산 중이다.
세입자도, 집주인도 모두 월세 선호해
마포구 ‘마포그랑자이’ 전용 84㎡는 이달 초 보증금 2억5000만 원, 월세 350만 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 같은 평형의 매물이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150만~180만 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월세가 크게 올랐다고 볼 수 있다.
동대문구 청량리 인근 고급 아파트인 ‘청량리역롯데캐슬 SKY-L65’ 전용 84㎡ 또한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380만 원로 계약됐으며 ‘한양수자인그라시엘’도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340만 원으로 체결됐다.
임대차 시장이 이처럼 월세 중심으로 옮겨가는 주된 이유는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세입자들이 목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금 대출이 제한되면서 보증금을 줄이고 월세를 높이는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라며 "세입자 입장에선 초기 부담을 낮출 수 있어 매력적인 조건"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집주인 측에서도 전세보증금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어 월세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보증금 부담을 회피하고 안정적인 수익 흐름을 원하는 집주인과 전세사기 우려를 피하려는 세입자의 요구가 맞물리며 월세 비중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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