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복날과 개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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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론] 복날과 개고기

경기일보 2025-07-28 19:14: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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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三伏)더위가 한창이다. 한자 伏(복)은 人(사람 인)과 犬(개 견)을 합친 글자다. 날씨가 너무 더워 움직이지 않고 땅에 누워 있는 사람 옆에 개도 함께 바짝 붙어 누워 있는 모습을 뜻한다. 따라서 이 글자가 “복날에는 개고기를 먹어야 한다”라는 뜻을 가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나 중국에서는 예부터 복날에 개를 먹는 풍습이 있었다. 조선 정조 때 유학자 홍석모가 우리나라의 절기(節氣)별 풍습을 모아 쓴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삼복’편에는 “개를 삶아 파를 넣고 푹 끓인 것을 개장이라 한다. 개장을 먹고 땀을 흘리면 더위를 잊고, 허약한 것을 보충할 수 있다. 삼복 중에 가장 좋은 음식으로 친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이 전통음식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에 의해 ‘미개 문화’의 상징처럼 취급받으면서 수난을 겪기 시작한다. 게다가 광복 뒤 들어온 미국인들은 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일본인들보다 더했다. 이 탓에 개고기와 개장은 점점 ‘잘못된 음식’ 같은 인상을 갖게 됐다. 이름도 개장에서 ‘보신탕’을 거쳐 ‘영양탕’이니 ‘사철탕’이니 하는, 정체불명의 것으로 바뀌었다. 급기야 지난해 1월에는 ‘개 식용 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됐고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 시행된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반려동물이나 혐오식품은 누가 무엇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인가. 세상에는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또 집에서 커다란 거미나 카멜레온, 심지어 구렁이를 기르는 사람도 있다. 웬만한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기겁할 이런 짐승들은 반려동물이라 부를 수 있나 없나.

 

예쁘고 사랑스럽기로 치면 소나 돼지의 새끼도 강아지 못지않다. 그런데 송아지나 새끼 돼지는 살이 연하다면서 오히려 그 고기를 더 좋아하고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늘 맛있게 먹으면서 개고기는 먹으면 안 된다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우리의 개고기문화를 비난하는 다른 민족들이 원숭이의 골, 말고기와 그 내장, 우리가 ‘벌레’라고 부르며 질색하는 여러 종류의 곤충 등을 다양하게 먹는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가 이를 야만적이라고 비난하면 그들은 뭐라고 대답할까.

 

전통음식은 한 나라나 민족이 자신들의 생활 여건과 사회·경제적 조건 속에서 오랜 세월 동안 그에 맞춰 발전시켜온 독특한 문화이며 풍습이다. 그래서 이는 대개가 ‘옳고 그름’이 아니라 ‘같거나 다름’의 관점에서 봐야 하며 문화의 다양성 차원에서 다뤄야 할 문제다. 식인(食人)이나 마약처럼 반사회적 문제가 아닌 한, 전래의 풍습이나 개인의 취향을 사회의 자율(自律) 기능에 맡기지 않고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옳은 일로 볼 수 없다. 그리고 요즘 같은 사회적 흐름이라면 개고기를 먹는 사람은 굳이 막지 않아도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개고기 금지보다 정작 급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무려 10만마리 이상씩 생기고 있는 ‘버려지는 개들’, 그래서 대부분이 철창에 갇혀 있다 얼마 안 가 안락사를 당하고, 일부는 가련한 몰골로 떠돌아다니며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또 일부는 들개떼가 돼 가축뿐 아니라 사람까지 해치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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