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홍민정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27일(현지시간) 극적 타협에 성공하며 확전 위기에 놓였던 양측 간 무역전쟁을 가까스로 봉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스코틀랜드 회동 직후 공동 성명을 통해 “EU산 주요 수입품에 부과할 관세를 15%로 설정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경고했던 최대 30% 관세안이 철회되면서 EU는 영국이 미국과 체결한 10% 관세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게 됐다.
이번 합의로 미국 정부는 연간 약 900억달러(약 124조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됐고, EU는 향후 10년간 6,000억달러(약 829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자동차·와인·컴퓨터 칩 등 EU 주력 수출품이 일괄 15% 관세를 적용받는 대신, 항공기 부품과 일부 농산물 등은 면세 품목으로 남았다.
EU는 협상 결렬에 대비해 미국산 930억유로 상당의 보복 관세 리스트까지 마련했지만, 회원국 간 이해가 엇갈리며 ‘맞보복’ 대신 타협안을 수용했다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가 더 나은 조건을 얻기 위해 치를 대가를 고려해 결국 15%를 받아들였다”며 내부적으로 ‘뼈아픈 양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무역 갈등이 봉합됐음에도 EU 내부에선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직 집행위 관료 게오르크 리켈레스는 “4월 중국이 미국과 즉각 맞대응에 나섰을 때 EU가 동참했더라면 협상력이 더 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회원국들은 미국이 3월 자동차·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발표했을 때조차 ‘전쟁’과 ‘협상’ 사이에서 의견이 크게 갈렸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안보·투자를 지렛대로 EU를 압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EU 외교 소식통은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중단, 나토(NATO) 철수 가능성이 협상 테이블 밖 ‘그림자 변수’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합의 직후 금융시장은 일단 안도했지만, 자동차·농축산물 가격 상승과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가 기존 평균 관세(2.5%)보다 여전히 6배 이상 높다”며 “장기적으로 소비자 부담과 물가 상승 압력이 남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EU가 ‘규칙 기반’ 협상을 고수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식 거래 전략으로 임했다”면서 “이번 합의가 미·EU 통상 관계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한 것은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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