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대한상공회의소가 정부의 연간 40조원 규모 벤처투자 시장 조성 계획과 관련해 “벤처투자의 지역·업력별 쏠림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상의는 28일 ‘벤처투자시장 현황과 정책과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최근 벤처투자 규모는 2021년 15조9000억원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다 작년 11조9000억원으로 반등했으나, 벤처투자의 수도권 및 창업 7년 이상 후기기업 등 지역·업력별 투자 편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3) 전체 벤처기업 중 비수도권 소재기업 비중은 약 40%에 달했으나 이들에 대한 벤처투자 비중은 20%에 불과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모태펀드도 지난 2005년 출범 이후 2024년 8월까지 정부 출자금 9조9000억원 포함 총 34조3000억원을 투자했으나, 이 중 ‘지방’ 계정에 집행된 투자는 총 1조1000억원으로 전체의 3.2%에 그쳤다.
일부 비수도권 벤처기업들은 투자자들이 지방기업에 관심을 두지 않아서 일부러 수도권까지 와서 IR을 진행해야 하는 형편이다.
대한상의는 “민간 투자자의 수도권 선호가 시장원리에 부합할 수는 있으나, 정부가 주도하는 모태펀드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에 맞춰 전략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지역 RE100 산단 조성 등 새 정부 정책기조에 발맞춰 모태펀드 내 권역별 지역특화 펀드를 신설하고, 지방 계정에 대한 출자 예산을 확대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한상의는 벤처투자자금이 창업 7년 이후의 후기벤처기업에 쏠리는 현상도 지적했다. 지난해 총 벤처투자액 11조9000억원 중 창업 3년 이내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는 2조2000억원(18.6%)에 그친 반면, 7년 이상 후기 투자는 6조4000억원(53.3%)으로 역대 최고였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2020년(초기 26.8%, 후기 39.6%) 이후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으며, 모태펀드 역시 작년 창업 3년 이내(22%) 투자 비중보다 7년 이상(44.3%)이 훨씬 높게 나타나 전체 투자비중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대한상의 “보통 창업 3년 이내는 수익 창출 없이 막대한 개발비와 운영비가 드는‘데스밸리(Death-Valley)’구간으로 지속적인 투자 유치가 필수적”이라며 “불확실성이 높은 초기 창업기업에 대해서는 모태펀드가 초기 스타트업 전용 펀드를 늘리는 등 투자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조성된 지역특화 펀드, 초기 스타트업 펀드 등에 대해서는 세제혜택과 손실발생 시 우선충당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을 덧붙였다.
대한상의는 정부의 연간 40조원 벤처투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책금융 등 공적자금뿐만 아니라 금융사와 개인 등 가능한 민간투자를 총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우선 은행권의 벤처투자에 대한 위험가중치(RWA) 하향을 건의했다. 현재 시중은행의 경우 벤처투자의 위험가중치가 400%로 일반 주식(250%)에 비해 훨씬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는 벤처투자에 대한 RWA를 150~250% 수준으로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는 일본과 EU 등 주요국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기준은 은행 건전성 강화를 위한 국제 기준인 바젤 규제에 따라 마련됐다. 바젤 규제는 권고 사항인만큼, 현행 RWA를 일반 주식 수준 이하로 하향하면 재무건전성 관리 부담을 낮춰 금융기관의 벤처투자 여력을 확대할 수 있다. 또 정책 목적의 펀드 출자는 RWA를 100% 수준까지 낮출 수 있는 예외 조항도 있으나, 해당 조항의 국내 도입은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대한상의는 또 개인의 비상장·벤처투자를 허용하는 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y,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의 국회 소위 통과에도 주목했다. 대한상의는 “현재 논의 중인 일반 BDC 뿐만 아니라 다양한 BDC에 재투자하는 ‘모펀드형 BDC’를 함께 도입하면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완화하면서 벤처투자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외에도 보고서는 ▲개인의 벤처투자조합 등 투자 시 세액공제율 상향(현행 10% → 30%) ▲폐쇄적·비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비상장 주식 유통 인프라를 개선한 민관공동 플랫폼 구축 등의 제도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경기 침체 상황 속 벤처기업처럼 성장하는 기업이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단순히 기업 규모에 따른 지원보다는 성장하는 벤처기업에 대한 리워드를 제공할 수 있는 정책들을 신속히 추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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