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더운 날엔 얼음 동동 띄운 아이스커피가 당긴다. 아침엔 잠을 깨우고, 점심 뒤엔 졸음을 쫓기 위해 찾게 된다. 시원함과 각성 효과 덕분에 여름철 필수 음료처럼 여겨지지만, 마시는 시간이나 상태에 따라 오히려 컨디션을 무너뜨릴 수 있다. 오후 늦게 마신 커피는 수면을 방해하고, 공복에 마시면 위를 자극해 속쓰림이나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 아이스커피는 갈증을 잠시 가라앉히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이뇨 작용 때문에 오히려 탈수를 부를 수 있다.
커피를 마시고 싶지만 위가 예민하거나 잠이 걱정된다면 대안도 있다. 커피 맛은 유지하면서 카페인을 줄이고 싶은 사람들에게 ‘치커리 커피’는 한 가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커피 대신, 치커리 뿌리로 만든 '치커리 커피'
치커리는 민들레과 식물로, 보랏빛 꽃과 아삭한 잎을 가진 채소다. 샐러드로도 즐기지만, 뿌리를 볶아 만든 치커리 커피는 전통적으로 카페인이 없는 커피 대체 음료로 널리 사용돼 왔다. 유럽에서는 1800년대부터 커피 부족을 메우는 용도로 사용됐고, 미국 뉴올리언스에서는 남북전쟁 당시 커피 공급이 끊기자 대중적으로 확산됐다. 지금도 커피와 섞거나 단독으로 마시는 음료로 꾸준히 소비되고 있다.
치커리 커피의 숨은 효능
치커리 커피는 단순한 대체 음료가 아니다. 치커리 뿌리에는 프리바이오틱 섬유질인 이눌린이 풍부하다. 이눌린은 장내 유익균 증식을 돕고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해 변비 완화에 도움이 된다.
혈당 조절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2022년 루뱅 가톨릭대학교 연구진은 전당뇨 환자에게 이눌린을 섭취하게 한 뒤, 인슐린 저항성이 줄어들고 공복 혈당 수치가 개선되는 결과를 확인했다.
이밖에도 치커리 뿌리에는 비타민 B6, 망간, 엽산, 칼륨 등이 함유돼 있다. 신경계 기능 유지나 뇌 건강, 전해질 균형 유지에 도움을 주는 영양소들이다.
무엇보다 불면이 있거나 심장에 부담이 있는 사람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천연 카페인 프리 음료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치커리 커피 만드는 법
치커리 커피는 직접 만들어 마실 수도 있다. 먼저 치커리 뿌리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오븐에 넣어 굽는다. 250도에서 2시간 또는 350도에서 30분 정도가 적당하다. 온도와 시간에 따라 풍미가 달라지고, 굽는 동안 퍼지는 초콜릿 향 같은 냄새도 인상적이다.
충분히 구운 뿌리는 식힌 후 믹서기를 이용해 갈아준다. 원두처럼 균일하게 분쇄되지는 않지만, 굵기가 달라도 우려내는 데 큰 문제는 없다. 갈아낸 치커리는 밀폐 용기에 담아 보관하고, 드립이나 취향에 맞는 방식으로 우리면 된다.
너무 곱게 갈리면 맛이 지나치게 진해질 수 있어 물을 희석해 마시는 편이 낫다. 감미료를 약간 넣거나 우유를 섞어 라떼처럼 즐기면, 커피에 가까운 풍미를 한층 부드럽게 느낄 수 있다.
과용은 금물, 치커리 커피 마실 때 주의점
치커리 커피도 과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눌린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복부 팽만, 방귀, 설사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장이 민감하거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있다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은 하루 20g 이하의 이눌린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지만, 개인에 따라 더 적은 양에서도 불편을 느낄 수 있다. 치커리 커피를 마신 뒤 속이 더부룩하거나 가스가 많아졌다면 섭취량을 줄이거나 잠시 중단하는 것이 낫다.
또 치커리는 국화과 식물이다. 민들레, 국화 등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치커리에도 반응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치커리 커피의 효능 총정리
1. 치커리 뿌리에 풍부한 ‘이눌린’이 장내 유익균을 늘려 배변 활동을 돕는다.
2. 이눌린은 인슐린 민감도를 높여 공복 혈당과 인슐린 저항성 개선에 도움을 준다.
3. 천연 카페인 프리 음료로 불면이나 심장 두근거림 없이 커피 향을 즐길 수 있다.
4. 비타민 B6, 망간, 엽산, 칼륨 등 신경계와 전해질 균형 유지에 필요한 미량 영양소도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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