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미국과 마지막 공식 협상을 벌일 예정인 한국 정부도 일본, EU 등 주요국 협상 결과를 예의주시하며 가이드라인으로 여겨지는 15% 타결을 목표로 위해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
◇美-EU, 상호관세 닷새 앞두고 무역협정 타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7일(현지시간) 미국의 상호관세율을 기존에 예고됐던 30%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의 무역협정을 타결했다고 각각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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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이번 협상으로 8월부터 30%가 예고됐던 대미 수출 관세율을 15%로 낮췄다. 또 이미 25%(기존 관세 2.5% 포함 27.5%)의 품목관세가 부과 중인 자동차 관세율도 15%로 낮췄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등 품목관세 부과 예정인 품목 관세율도 15%를 약속받았다. 항공기와 반도체 장비 등 일부 전략품목은 관세 면제 대상으로 정했다.
EU는 이 대신 대규모 대미국 투자와 미국산 수입 확대를 약속했다. 연 2500억달러씩 3년간 총 7500억달러(약 1000조원)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약속했다. 러시아산 원유·가스를 미국산으로 완전히 대체키로 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를 포함한 6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도 담겼다.
EU 안팎에선 일단 선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이미 EU산 제품에 대해 평균 4.8%의 관세에 더해 10%의 기본 상호관세를 부과해 왔다. 여기에서 0.2%포인트가 오른 것이다. 무관세를 받은 전략품목도 추후 협상에서 늘려나갈 여지를 확보했다.
EU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국제법 위반이라며 협상 결렬 시 미국산에 대한 30%의 보복관세를 예고하며 ‘대서양 전쟁’ 우려를 키웠으나 상호관세 부과를 닷새 앞둔 정상 간 합의로 이를 피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앞선 23일(현지시간) 타결된 미국과 일본의 관세협상과 유사한 결과다. 일본 역시 25%로 예고됐던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췄다. 또 27.5%이던 자동차 관세율도 15%로 낮췄다. 일본은 이 대신 5500억달러 규모의 천문학적인 대미 투자약속과 함께 자동차 수입규제 완화, 미국산 쌀 수입 확대(전체 쌀 수입량은 유지) 등을 미국에 약속했다.
일본은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올 초부터 적극적으로 대미 협상에 나섰으나, 미국으로부터 아무런 배경설명 없이 24%로 예고됐던 상호관세율이 25%로 오르는 등 외교적 무례를 감수하고, 이에 따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퇴진론에 휩싸였으나 결과적으로 맞불 작전을 펼친 EU와 동일한 결과가 됐다.
◇“우리도 최소 15%” 통상당국 물밑 협상 이어가
통상당국은 우리와 유사한 형태의 일본, EU가 연이어 미국과의 협상을 마무리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일본과 EU가 15%란 성적표를 받아든 만큼 우리도 그 이상의 결과를 내지 않는다면 미국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
특히 현재는 유명무실해진 상황이지만, 우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둔 만큼, 일본·EU와 똑같이 15%의 결과를 받아들더라도 이전보다 더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 가령 우리는 미국 자동차 관세율이 15%가 아니라 12.5%를 받아야 ‘현상유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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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2~23일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해 25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의 자택 협상 이후에도 미국 현지에 머무르며 물밑 협상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EU와의 협상을 위해 스코틀랜드를 찾은 트럼프 대통령과 러트닉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일행과 함께 스코틀랜드에 머물고 있으리란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현지 상황을 실시간 보고받으며 31일로 예정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의 마지막 협상을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같은 날 마코 루비오 국가안보보좌관 겸 국무장관과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대체로 우리 역시 15% 관세율 선에서 31일 당일이나 주말을 낀 8월 3일 이전에 타결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다만, 한국은 경제 규모상 EU, 일본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이 어려운 만큼, 미국 제조업 재건을 도울 산업협력과 농축산물이나 디지털 분야 비관세 장벽 해소, 안보 관련 분야 등의 패키지안이 뒤따를 전망이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우리가 지금껏 제시했던 카드를 잘 묶어서 제시한다면 우리도 협상 타결 가능성 자체는 큰 상황”이라며 “다만, 미국은 15%를 최저한도로 놓고 상대국에 최대한 많은 걸 얻어내려 하는 만큼 앞으로 우리가 얼마만큼을 양보하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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