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온라인서비스동영상(OTT)의 등장 이후 전통 유료방송 시장이 쇠퇴의 길을 걸으며 미디어 산업이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텔레비전과 셋톱박스가 아닌 손 안의 휴대폰과 태블릿으로 방송·영상 미디어를 보는 시대다. 인터넷TV(IPTV), 위성방송,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며 산업 재편에 나서는 중이다. 뿌리는 통신업으로 같지만 각사가 모색하는 대응 방법과 생존 전략은 제각각이다. 본지는 국내 전통 유료방송 기업들의 혁신 노력과 미래 준비, 그리고 미디어시장 재편 과정에서의 역할을 심층 분석한다. 빠르게 재편되는 미디어 시장에서 기업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함께 진단한다. [편집자주] |
|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 하나로통신이란 사명으로 시작한 SK브로드밴드의 역사는 한국 초고속인터넷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1997년 9월 제2시내전화 사업자로 출발한 SK브로드밴드는 1999년 4월 세계 최초로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방식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1년 말에는 국내 최초로 전화선 대신 광 통신망을 이용하는 '하나포스 광랜'(당시 e-valley)을 출시하며 ADSL보다 속도를 최대 10배 높였다. 이런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은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SK브로드밴드는 2006년 국내 최초로 인터넷TV인 IPTV를 상용화하기도 했다. 당시 이름은 '하나TV'로 지금은 'B TV'로 불리는 서비스다. 지상파 방송국 편성표에 따라 프로그램을 시청해야만 했던 당시 시청자들에게 주문형비디오(VOD) 중심의 IPTV는 혁명이었다. 하나TV는 시작 1년 만에 가입자 50만명을 모았다. 2008년 2월 하나로통신은 SK텔레콤에 인수되며 SK브로드밴드로 사명을 바꿨고 SK텔레콤의 방대한 휴대폰 가입자를 기반으로 인터넷·IPTV 결합상품을 판매하며 1위 사업자가 됐다.
IPTV는 2010년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10년 300만명이던 IPTV 가입자 수(전 통신사 기준)는 10년만에 1700만명을 돌파하며 유료방송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그 중 SK브로드밴드는 국가고객만족도조사(NCSI)의 초고속인터넷과 IPTV 부문에서 14년간 1위를 지킨 시장강자였다.
그런데 2016년 넷플릭스가 세계가전박람회(CES)에서 글로벌 130개국에 동시 데뷔를 발표하면서 기세가 꺾였다. 2022년부터 IPTV의 가입자수가 정체되기 시작한 것이다. 당해 IPTV 가입자는 2056만명으로 2021년 2020만명에 비해 1.78% 증가했다. SK브로드밴드도 2023년 1분기 유료방송(IPTV+케이블TV) 매출이 47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는 4755억원, 올해는 4780억원으로 사실상 동결 수준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이들이 OTT를 선호하면서 유입 고객이 사라졌다.
'인구구조 변화'라는 거대한 산을 마주한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 확장을 선택했다. 2029년 개소 예정인 7조원 규모의 울산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가 SK브로드밴드 주도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는 향후 SK그룹 AI 인프라 구축 사업의 핵심축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0년 서초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시작으로 오랜 기간 IDC 사업에 공을 들여온 SK브로드밴드의 노하우가 인정받은 것인데, 20년전 당시만 해도 IDC 사업은 돈 먹는 하마로 여겨지며 계륵 취급을 받았으나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수요와 챗GTP로 시작된 생성형 AI 서비스가 대중화에 성공하면서 결과적으로는 혜안이 됐다.
실제로 SK브로드밴드의 기업간거래(B2B) 매출은 이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B2B 매출은 3460억원으로 이 중 AI 데이터센터 부문은 10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1% 성장했다. 대신증권은 “2030년까지 SK브로드밴드가 목표로 하는 데이터센터 용량은 300MW이며 이에 따른 연매출은 약 9300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쟁자인 KT와의 격차는 좁혀야 할 산이다. KT는 2022년 클라우드·IDC 부문을 분사해 ‘KT클라우드’를 설립하고 첫 해에만 5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2022년 말 기준 KT는 14개(104MW), LG유플러스는 11개(130MW)의 IDC를 각각 보유 중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AI 시대에 신사업으로 인프라를 집중함과 동시에 IPTV 또한 AI를 통한 플랫폼 고도화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IPTV의 가장 큰 강점은 OTT 대비 ‘무게감’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가정 내에서는 AI 스피커처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이를 기반으로 Btv에 AI 추천 기술과 음성인식 UX, 개인화 인터페이스 등을 결합하며 차별화된 IPTV를 만들어가고 있다. 콘텐츠 경쟁력이 부족한 만큼 자체 제작보다는 기술력 강화와 패키징 전략 중심으로 OTT에 맞서는 중이다.
AI 시대를 맞아 인프라 사업자로 탈바꿈 중인 SK브로드밴드의 성장이 기대된다. SK브로드밴드는 1분기 분기보고서에서 "유료방송시장에서 OTT 사업자와 콘텐츠 경쟁이 심화되고 있지만 콘텐츠 차별화와 AI 및 빅데이터와 같은 ICT 융합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통해 홈 플랫폼 영역에서 새로운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 "기업사업은 AI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영역에서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 및 전용회선과 같은 핵심 인프라 확충을 통해 기존 회선 기반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