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경영난에 시달리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대규모 구조조정과 투자 축소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감원에 더해 올해 연말까지 추가로 2만명 이상 인력을 줄이고,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건설 계획도 중단한다.
인텔은 올해 말까지 직원 수를 현재 9만6000명에서 7만5000명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27일 밝혔다. 지난해 말 10만8900명에서 1년 만에 약 3분의 1이 감축되는 셈이다. 지난해 8월 1만5000명을 줄인 데 이어 올해는 전체 인력의 15%를 추가 감원한다. 자연 감소와 사업부 분할 등을 포함하면 총 2만1000명 규모다.
감원과 함께 연간 비용 170억달러(약 23조원)를 절감하기 위해 유럽에서 진행 중이던 신규 파운드리 투자도 철회했다. 독일과 폴란드의 대형 공장 건설이 취소됐고, 베트남·말레이시아 테스트 및 조립 공정은 통합된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진행 중인 첨단 공장 건설도 시장 수요와 주요 고객 확보 여부에 따라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실적 부진 속 공정 전략 수정
지난 24일(현지 시각) 발표된 2분기 실적에서 인텔은 매출 126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감소했지만, 월가 예상치(119억2000만달러)는 웃돌았다. 다만 순손실은 29억달러(약 4조원)로 전년 동기 16억1000만달러보다 확대됐다.
부문별로는 PC용 중앙처리장치(CPU)를 포함하는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 매출이 79억달러로 3% 감소했고, 서버용 CPU와 일부 AI 칩을 포함하는 데이터센터 그룹 매출은 39억달러로 4% 증가했다. 파운드리 부문 매출은 44억달러였지만, 영업손실이 31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3분기 매출을 131억달러로 예상하며 월가 전망(126억5000만달러)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지만, 순이익은 손익분기점에 머물 것이라고 예측했다.
◇“수요 없는 투자는 없다”…공정 투자 기조 전환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지난 몇 년간 인텔은 수요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너무 많은 투자를 서둘렀다”며 “백지수표는 없다. 모든 투자는 경제적 타당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 CEO는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 시장에서 AMD에 빼앗긴 점유율을 되찾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그는 “모든 반도체 설계가 최종 생산 단계로 넘어가기 전 직접 검토하고 승인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차세대 공정 개발은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인텔은 1.8나노미터(18A) 공정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연말부터 경쟁력 있는 칩을 양산할 계획이다. 향후 1.4나노(14A) 공정도 확정된 고객 주문을 기반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14A 공정이 대형 고객 확보에 실패할 때 인텔이 반도체 제조 사업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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