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글로벌 D램 시장 1위 굳히기에 나섰다.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효자’ 역할을 하면서다. 다만 내년 이후 시장 과열과 단가 하락 가능성이 거론되며 수익성 방어가 향후 관전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 22조2320억원, 영업이익 9조212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40%를 넘어섰으며 이 중 최소 4조원이 HBM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D램 출하량에서 HBM 비중은 10%대에 불과하지만, 고부가가치 제품 특성상 이익 기여도가 압도적이다.
HBM은 최신 D램인 DDR5 대비 웨이퍼당 생산량은 적지만, 용량당 가격은 4배 이상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HBM3E(5세대) 8단 제품은 HBM3(4세대) 대비 30~40%, HBM3E 12단은 8단보다 50~60%가량 비싸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HBM3E 12단 비중을 전체 HBM 출하량의 절반 이상으로 늘렸으며 하반기에는 80% 이상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이 같은 고부가 전략을 앞세워 SK하이닉스는 연간 D램 시장 1위 자리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옴디아·트렌드포스·카운터포인트리서치 등 주요 시장조사업체들은 이미 1분기 SK하이닉스가 33년간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를 제쳤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미만에 머물 것으로 추정되면서 양사 격차는 더 벌어졌다는 관측이다.
호재도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 물량 대부분을 공급하며 밀접한 협력 관계를 유지 중이다. 최근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 AI칩 ‘H20’ 판매를 재개한 것도 긍정적이다. H20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 이후 합법적으로 판매 가능한 최고급 사양 GPU로, HBM 수요 확대가 불가피하다.
HBM 시장의 장기 독주에는 변수가 없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HBM 시장 독주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내년부터 단가 하락과 수익성 저하 가능성을 경고했다. 반면, 2027년까지 50% 이상 점유율을 유지하며 HBM 최대 공급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은 유지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BM 수요의 성장성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성장 초기의 급격한 상승률만큼은 아니어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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