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케이팝의 뿌리를 묻는다면 우리는 과연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까요.”
최근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비롯한 한국의 대중음악을 소재로 만든 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현상과 유행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보려는 이가 있다.
‘노래하는 대중음악사학자’ 장유정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장은 대중음악의 역사 계보를 연구해온 국내 1세대 학자다. 서울대 국문학과에서 ‘일제강점기 대중가요 연구-유성기 음반 자료를 중심으로’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90여편의 논문과 30여권의 저서를 통해 연구와 저술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12년에는 ‘외로운 가로등’(1939년)을 리메이크하며 가수로도 데뷔했고 세 장의 정규 음반과 30여곡의 디지털 싱글도 발매했다. 전국을 돌며 강연과 노래를 곁들인 렉처콘서트를 이어가면서 대중음악의 역사를 알리고 있기도 하다. 연구자와 가수, 평론과 기고 등을 가리지 않고 대중음악의 가치를 알리는 일이라면 언제든 발벗고 나서는 셈이다.
신민요, 독립운동가요, 트로트, 민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대중음악의 뿌리를 파헤쳐온 그의 질문과 관심사는 늘 우리 음악의 뿌리가 어떻게 형성됐고 우리 곁에 어떤 노래들이 있었으며 대중이 어떻게 향유해 왔는지 파헤치는 데 있었다.
지금은 해외에서도 케이팝을 통해 학위를 받는 사례가 많아지고 활발히 연구와 강연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가 학계에 진입할 당시만 하더라도 대중음악사를 제대로 연구하는 이는 찾아볼 수 없었고 학문으로서 정립되지 않았던 때였다.
이에 장 교수는 뿌리와 역사를 모르고 어떻게 대중과 소통하는 콘텐츠를 연구할 수 있겠냐는 일념 하나로 열심히 공부해 왔다. 주변에서 그를 이단아로 부르던 시절도 개의치 않았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제가 해온 모든 연구와 창작 활동들은 따져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하고 싶으니까, 좋으니까 하는 것”이라며 “음악을 듣다 보면 그 뿌리를 찾게 되고, 또 역사를 알게 되고 맥락을 짚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 음악의 의미를 찾게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출간된 ‘우리는 늘 어떤 노래와 함께였다’(종이와나무刊) 역시 단순한 책이 아니라 그가 지속해온 작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묻어나는 증표와도 같다. 언론에 ‘장유정의 음악 정류장’이라는 이름으로 4년여 연재했던 131편의 글이 다듬어져 수록됐다.
그의 꿈과 사명은 1880년대 초창기 대중가요의 태동 시기부터 현재 전 세계인을 사로잡은 케이팝에 이르기까지 한국 대중음악의 계보를 정리해 알리는 작업이다.
장 교수는 “한때 우리 대중음악사를 풍미했던 신민요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듯 한국적인 요소라는 게 고정돼 있거나 단정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늘 환경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해 왔다”며 “지금 유행하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골든’이나 걸그룹의 노래 등에서도 기본적으로 팝의 특성을 찾아낼 수 있지만 동시에 또 여러 가지 한국적인 요소도 공존한다. 앞으로 이런 지점을 더 발굴하고 파헤쳐 대중과 연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장 교수는 “대중음악 역사를 연구하는 이유는 과거를 공부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기 때문”이라며 “내가 좋아하고 내가 사랑하는 음악을 어떻게 동시대 대중과 연결지을지 고민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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