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조선시대 디저트라고 하면 약과, 다식, 정과 같은 전통 한과를 떠올린다. 사극 드라마 속 왕의 식탁도 약과 몇 개, 전병 몇 장이 전부다. 하지만 고종의 식탁은 조금 달랐다. 궁궐 안으로 들어온 낯선 서양 디저트, ‘와플’이 그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최근에야 먹기 시작한 음식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와플은 오랜 세월 사랑받아 온 디저트다. 지금부터 고종이 즐겼던 와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고종이 즐겨 먹은 와플
고종은 커피 애호가로 널리 알려진 왕이었다. 외국 사절단을 만날 때마다 직접 커피를 대접했고, 그때 함께 곁들였던 메뉴가 바로 와플이었다. 국립고궁박물관에는 고종이 실제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두꺼운 쇠 와플 틀이 전시돼 있는데, 벌집 모양 무늬가 선명히 남아 오늘날 와플 메이커와 닮았다.
고종이 와플을 즐겼다는 사실은 국립고궁박물관과 궁내부 기록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러시아 공사관에 머물던 시절, 고종은 서양식 다과 문화를 처음 접했고, 커피와 와플에 매료됐다. 이후 궁궐로 돌아와 은제 접시와 커피잔, 와플 틀을 들여와 외국 사절이나 황실 연회 때 대접했다고 전해진다.
와플의 뿌리는 중세 수도원
와플의 역사는 14세기 벨기에 수도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도사들은 십자군 전쟁에 참여하는 순례자들에게 영양가 있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음식을 주기 위해 달군 철판에 반죽을 눌러 구웠다. 이것이 와플의 시작이었다.
와플의 상징인 격자무늬에도 사연이 있다. 초기 와플 틀에는 십자가 무늬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를 찍어 구운 빵이 지금의 격자무늬 와플로 이어졌다. 그래서 와플은 한때 ‘하나님의 축복이 담긴 성스러운 빵’으로 불리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며 와플은 귀족들이 즐기는 디저트로 발전했다. 18세기에는 리에주 와플, 19세기에는 브뤼셀 와플이 생겨 벨기에 두 도시가 서로 자존심을 건 ‘와플 경쟁’을 벌였다. 그리고 1964년 뉴욕 세계박람회에서 ‘벨기에산 와플’이 소개되면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디저트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 와플은 이렇게 변했다
와플은 근대화 바람을 타고 한국에도 들어왔다. 고종이 즐긴 것이 가장 오래된 기록이라면, 이후 1960~70년대 다방에서는 ‘다방 와플’이 등장했다. 바싹하게 구운 와플 위에 생크림과 설탕, 통조림 과일을 얹은 이 메뉴는 손님들의 입맛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이른바 ‘홍대 와플’ 열풍이 불었다. 대학가 카페를 중심으로 유행한 스타일로, 벨기에식 브뤼셀 와플에 딸기, 바나나, 생크림, 아이스크림을 듬뿍 올린 디저트가 대표적이다. 보기에도 화려하고 달콤한 맛 덕분에 SNS 인증사진과 함께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지금은 ‘와플대학’ 같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생겨났고, 각종 카페에서는 과일 와플, 아이스크림 와플, 인절미 와플 등 다양한 스타일의 메뉴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와플은 이제 특별한 간식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일상 속 디저트가 됐다.
집에서 와플을 굽는 법
요즘은 와플을 먹기 위해 꼭 카페를 찾을 필요가 없다. 집에 있는 재료만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기본 반죽은 밀가루 1컵, 우유 반 컵, 달걀 1개, 설탕 1스푼, 녹인 버터 조금만 있으면 된다. 재료를 모두 섞어 걸쭉한 반죽을 만든 뒤, 이제 굽는 방법만 선택하면 된다.
기계가 없다면 프라이팬을 활용하면 된다. 팬에 버터를 살짝 두른 뒤 반죽을 얇게 펴서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내면 된다. 이렇게 만들면 팬케이크처럼 부드럽지만, 더 쫀득한 ‘팬 와플’이 완성된다.
와플 메이커가 있다면 기계를 먼저 예열한 뒤 반죽을 붓고 3~4분 정도만 구우면 된다. 이렇게 하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카페 스타일 와플을 집에서도 손쉽게 즐길 수 있다.
제철 과일과 같이 먹으면 더 맛있다
와플 토핑의 기본은 단순하다. 슈가 파우더를 살짝 뿌리고, 따뜻한 와플 위에 버터 한 조각을 올려 녹이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맛있다. 여기에 생크림, 초콜릿 소스, 꿀, 메이플시럽을 곁들이면 카페에서 먹는 와플 부럽지 않은 풍미가 완성된다.
여름에는 복숭아, 체리, 블루베리, 자두 같은 제철 과일을 곁들이면 좋다. 달콤한 와플에 상큼한 과일이 더해져 한입만 먹어도 시원하고 가벼운 여름 디저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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