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속에서 촉수를 펼친 채 바위에 붙어 있는 말미잘은 수족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몸통 중앙엔 입처럼 생긴 구멍이 있고, 그 주변을 여러 갈래 촉수가 감싸고 있다. 생김새는 해파리나 산호를 떠올리게 하지만, 한 자리에 고정된 채 살아간다. 촉수에는 작은 생물을 마비시키는 독이 있어 먹잇감이 닿으면 마취시켜 잡아먹는다.
겉모습은 꽃 같지만, 말미잘은 살아 있는 동물이다. 강장동물로 분류되며, 뼈나 껍질 없이 말랑한 몸을 가졌다. 입은 있으나 항문은 없고, 한 방향으로만 소화하는 단순한 구조다. 바위, 조개껍데기, 진흙 등 다양한 환경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간다. 세계적으로 약 1,000종 이상이 알려져 있으며, 일부는 특정 지역에서 식재료로 쓰인다.
풍선처럼 부풀고 진흙 위에 산다… 말미잘 중에서도 조금 다른 존재
그중 '풍선말미잘'은 다른 말미잘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이름처럼 둥글고 부풀어 있는 몸체가 특징이다. 일반적인 말미잘이 바위에 붙어 사는 반면, 풍선말미잘은 진흙 바닥이나 조가비 같은 곳에서도 발견된다. 때때로 조류에 떠밀려 움직이기도 한다.
군체를 이루지 않고 혼자 생활하며, 몸길이는 보통 5~10cm 정도다. 촉수는 유연하게 휘어지거나 오므라들 수 있다. 관상용으로 착각할 만큼 생김새가 특이하지만, 일부 해안 지역에서는 식재료로 쓰인다. 촉수에 독소를 가진 생물이지만, 조리 과정에서 무해하게 손질돼 고유의 맛이 살아난다.
보기와 달리 식감은 전복, 맛은 게장… 아는 사람만 찾는 해산물
풍선말미잘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 먹어보면 식감이 쫄깃하고 고소하다. 전복이나 아귀살처럼 오독오독한 질감이 인상적이라는 평이 많다. 손질 과정에서 내장이 드러나는데, 점성이 강하고 색이 진하다. 이 부위는 탕이나 숙회에 깊은 맛을 더한다. 데치면 탱탱하던 몸이 쪼그라들며 감칠맛이 응축된다.
촉수는 안으로 말리면서 식감이 더 단단해지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퍼진다. 풍선말미잘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은 거의 없어 담백한 요리에 잘 어울린다. 일반적인 해산물보다 깔끔한 뒷맛이 특징이다.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생소하지만, 한 번 맛본 이들은 독특한 풍미에 반해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 기장에서 처음 요리된 이후 일부 식당에서만 판매되고 있어 쉽게 접하긴 어렵지만, 찾는 이들은 꾸준하다.
원래는 버려지던 생물… 기장에서 새로운 별미로
풍선말미잘이 식탁에 오르게 된 건 우연 시도에서 비롯됐다. 1980년대, 부산 기장의 한 해산물 식당에선 매일 어획 중 말미잘이 함께 잡혔다. 쓸모없다 여겨지던 이 생물은 매번 대량으로 그물에 걸려 들어왔고, 처음엔 골칫거리로 취급됐다.
그러던 어느 날, 가게 주인은 이 생물을 음식에 넣어보면 어떨까 고민하게 된다. 직접 손질해 된장국에 넣고 단골들에게 내어주자 반응이 예상 밖이었다. 원래 팔던 생선보다 말미잘을 넣은 국물이 더 잘 팔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풍선말미잘은 기장 지역의 새로운 해산물로 알려졌고, 숙회나 탕, 무침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됐다. 처음엔 낯설어하던 지역 주민들도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구이부터 숙회까지… 말미잘 요리법은 의외로 다양하다
풍선말미잘을 요리하려면 먼저 점액질을 제거해야 한다. 문어처럼 굵은 소금을 이용해 표면을 문질러 씻어내면 점액이 사라진다. 한입 크기로 자르면 내장이 함께 드러나고, 주변 점액도 제거하기 쉬워진다. 손질이 끝나면 데쳐서 조리하면 된다.
가장 간단한 요리는 숙회다. 살짝 데쳐 초고추장이나 간장에 찍어 먹으면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구이로도 먹을 수 있다.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구워내거나 꼬치에 끼워 직화로 익히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하다.
된장과 마늘, 고추 등을 넣고 끓이면 국물 맛이 깊어진다. 말미잘 자체에서 감칠맛이 우러나와 다른 재료 없이도 제맛이 난다. 일부는 젓갈로도 만든다. 발효가 필요하고 냄새가 강해 대량 생산은 어렵지만, 기장에서는 소규모로 담그는 곳도 있다.
풍선말미잘 손질 주의사항 총정리
1. 표면의 점액은 굵은소금으로 문질러 말끔히 없앤다.
2. 내장은 터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떼어내고 흐르는 물로 헹군다.
3. 촉수와 몸통은 한입 크기로 자른 뒤 데쳐야 식감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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