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 한국 야구의 대표적인 선발 투수 류현진(38·한화 이글스)과 김광현(37·SSG 랜더스)이 마침내 정규시즌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친다.
두 선수는 오는 26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한화와 SSG의 맞대결에서 각각 선발투수로 등판한다. 김경문 한화 감독, 이숭용 SSG 감독 모두 로테이션을 변경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면서 사상 첫 정규시즌 선발 맞대결이 확정됐다.
류현진과 김광현의 맞대결은 수년간 한국 야구팬들이 고대해 온 장면이다. 각각 2006년과 2007년 프로에 데뷔한 두 선수는 프로야구에서 약 20년을 활약했지만, 정규시즌이나 포스트시즌에서 단 한 번도 선발로 맞붙은 적이 없다.
두 선수가 한 경기에서 공을 던진 것은 2010년 올스타전과 2011년 시범경기뿐이었다. 특히 2010년 5월 23일 대전에서 예정됐던 한화-SK 와이번스(현 SSG)전에서 두 선수 모두 선발 예고됐다. 하지만 비로 경기가 취소돼 아쉬움을 남겼다. 당시 두 선수는 비 내리는 운동장에서 악수만 나눈 채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그 후 류현진은 2013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로 진출해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에서 활약했다. 김광현 역시 2020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유니폼을 입으며 MLB 무대를 밟았다. 미국 무대에서도 맞대결 기회는 없었고, 김광현은 2022년, 류현진은 지난해 한국 무대로 복귀했다. 이제 두 선수는 KBO리그의 최고참급 투수로 자리 잡았다. 그런 만큼 전성기 시절처럼 강속구를 앞세우기보다 다양한 변화구와 완급조절로 타자를 요리하는 ‘노련미’를 무기로 삼고 있다. 평균 투구 수도 줄어들며 한 경기 100구 이상도 보기 드문 시대다
팬들도 변했다. 과거 류현진과 김광현을 응원하던 학생 팬들은 어느덧 가정을 꾸린 세대가 됐다. 현재의 야구 주 소비층은 두 선수의 전성기를 직접 보지 못한 MZ세대다. 투구 패턴도, 팬층도 달라졌지만 류현진과 김광현의 이름값은 여전히 특별하다.
김경문 감독은 26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류)현진이도, (김)광현이도 그 나이대에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다는 게 몸 관리를 얼마나 철저히 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오늘은 현진이를 위해 우리 선수들이 더 분발해서 승리를 안겨줬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김경문 감독은 두 선수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함께한 따낸 바 있다. 그는 “그때 금메달을 딴 건 두 친구 덕분이고, 지금까지 감독 생활을 할 수 있었던 큰 원동력이 됐다”며 “잊지 못할 좋은 기억”이라고 회상했다.
이숭용 감독 역시 두 선수의 맞대결을 반겼다. 이숭용 감독은 “진작 붙였어야 했나”며 웃은 뒤 “광현이가 오래 던질수록 좋다. 지난 경기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팀 승리가 우선이다. 광현이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음을 보냈다. 이숭용 감독은 이번 경기의 승부처로 수비를 꼽았다. 그는 “우리 팀의 타격이 침체된 상황이다. 선취점을 올린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다. 좋은 투수들이 던지는 만큼 초반 싸움이 팽팽할 것”이라며 “수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올 시즌 성적은 류현진이 16경기에서 6승 4패 평균자책점 3.07, 김광현이 5승 7패 평균자책점 4.01을 기록 중이다. 류현진은 SSG 상대로 1승 2패 평균자책점 4.73, 김광현은 한화전 2패 평균자책점 4.91로 다소 고전했다.
두 선수가 1987년 해태 선동열과 롯데 최동원이 맞붙은 ‘15회 232구 대 209구 무승부’의 전설을 재현하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첫 정규시즌 맞대결은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