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미국과 일본이 체결한 관세 무역 합의가 하루 만에 해석 차이를 드러내며 불안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정부의 협상 환경도 한층 까다로워졌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이 한국에 ‘더 큰 선물’을 요구하면서, 관세 유예 시한(8월 1일)을 앞둔 한국 정부는 협상 전략의 전면 재조정에 착수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FT(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은 일본의 5500억달러(약 759조원) 규모 대미 투자를 신규 투자로 간주하고 있으며, 수익의 90%를 미국 납세자에게 귀속시킨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해당 금액이 "정부계 금융기관의 보증 및 대출 한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미국과 일본은 이번 관세 협상과 관련해 수익 배분 방식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일본이 선지급한 5500억 달러 투자에서 미국 납세자가 90%의 수익을 가져간다"고 주장했으나, 일본 정부는 "기여도와 위험 부담에 따라 수익이 배분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견은 쌀 수입 확대 등 세부 항목에서도 노출됐다. 백악관은 일본의 즉시 수입량 증대를 강조했지만, 일본은 “향후 검토할 사항”이라며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FT(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합의가 자민당의 참의원 선거 패배 직후 불과 70분 만에 마련된 급조된 결과물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향후 이행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일본 내각부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서면 합의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일본의 전방위적 ‘선물 공세’에도 불구하고 협상 타결 후 미국과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협상안을 준비한 한국은 열세에 몰리는 모양새다. 당초 한국은 한미 2+2 협상에서 상당한 금액의 미국 내 투자 계획을 제안할 예정이었지만, 미국은 일방적으로 회담 취소를 통보했다. 미국 측은 "긴급한 일정"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업계는 일본 대비 불충분한 제안 규모를 원인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이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출국 직전 공항에서 귀환했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역시 성과 없이 귀국했다.
미국과 일본의 이번 합의는 향후 미국과의 무역 질서 재편 과정에서 ‘기준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본은 이번 협상에서 자동차 부품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으며, 전략산업(반도체·조선·핵심광물 등)에 대한 미국 내 투자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도 이뤄냈다.
반면 한국은 쌀·소고기 등 민감 품목에 대한 개방을 협상 카드에서 배제하면서 선택지가 한정됐다는 평가다. 산업부는 "조선·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제조업 분야 협력을 근거로 자동차 관세 완화를 강하게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미국 측의 반응은 신중하다.
브루킹스연구소, 유라시아그룹 등 주요 싱크탱크들은 "일본은 대규모 투자 공세로 협상을 이끌었고, 한국은 이와 유사하거나 더 강한 패키지가 없으면 동일한 수준의 관세 인하를 얻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한국 정부가 투자 규모 확대 및 일부 민감 품목 개방을 카드로 재조정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통제권을 강하게 유지하고 있는 만큼, 국익과 시장 대응 간 균형점을 찾는 고도의 전략이 요구된다.
정부는 오는 8월 1일 관세 유예 시한 전까지 추가 협상 일정을 조율 중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경쟁국 대비 불리한 조건을 방치하지 않겠다”며 “국익 극대화를 위한 실질적 성과 도출에 전력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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