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4주 연속 둔화하며 부동산 시장의 관망 기류가 짙어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시장 심리가 한층 위축된 모습이다.
2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7월 셋째 주 기준)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6% 상승해 전주(0.19%)보다 상승폭이 줄었으며, 6월 셋째 주 0.43%를 기록한 이후 4주 연속 상승폭이 둔화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송파구, 서초구 등 주요 단지·지역 중심으로 상승세는 보였으나 전반적으로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강세 지역도 국지적인 오름세에 그쳤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와 대단지 등 선호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체결됐지만 매수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서울 전체의 상승폭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대책 시행 후 수도권 아파트의 거래 가격대와 면적도 모두 축소되는 모습이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책 발표 이후 지난 15일까지 수도권 아파트의 중위 거래가격은 대책 전 6억6000만원보다 약 1억6000만원 하락한 5억원, 전용면적은 84㎡에서 9㎡ 줄어든 75㎡로 작아졌다. 거래량도 2만474건에서 5529건으로 73% 감소했다.
특히 서울은 대책 전 7150건이었던 거래량이 1361건으로 줄었고, 중위 거래가격은 10억9000만원에서 8억7000만원으로 약 2억2000만원 낮아졌다. 거래된 전용면적도 84㎡에서 78㎡로 줄면서 더 작은 면적대 아파트의 거래가 늘었다.
그 중 고가 단지가 밀집한 강남권에선 강남구 중위 거래가격이 29억원에서 26억원으로 3억원가량 낮아졌고, 서초구는 23억7500만원에서 19억6500만원으로 낮아졌다. 송파구는 16억5000만원에서 16억200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소폭 하락했다.
한강벨트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포구의 중위가격은 15억2750만원에서 12억2000만원으로 낮아졌다. 용산구는 18억500만원에서 15억4000만원으로, 성동구는 15억8000만원에서 14억600만원으로 낮아졌다.
직방 관계자는 "심리적 위축보다 자금 여건과 대출 가능 범위에 따른 선택 구조의 재편이라고 볼 수 있다"며 "다만 현재 조정 흐름이 일시적인지 구조적 전환인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관찰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 금리·대출 규제 변화와 추가 정책 방향성에 따라 수요자 선택 기준과 거래 흐름이 다시 조정될 여지가 있어 제도 변화에 대한 적응과 관망이 병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가격 전망 심리도 한풀 꺾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09로, 전월(120) 대비 11포인트(p) 급락했다. 이는 2022년 7월(기준금리 빅스텝 인상 직후) 이후 최대 하락폭으로, 가격 상승 기대가 크게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주담대 6억원 상한 조치로 이주비 대출이나 추가 대출이 필요한 조합원의 부담이 커졌다"며 "재건축·재개발 등 일부 정비사업의 지연 가능성이 커진 만큼 시장 회복 속도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도권 핵심지역 거래 지속과 일부 지역 회복 가능성을 언급하며 단기 조정이 장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출 규제는 ‘거래량 감소에 따른 일시적 가격 정체 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으나, 이는 수요가 소멸된 것이 아니라 지연된 것일 뿐, 시장 균형 회복과는 별개의 현상으로 봐야 하며, 실제로 실수요층은 여전히 주택 구매에 대한 의사를 갖고 있고, 규제가 풀리는 시점을 기다리는 관망 수요로 전환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중장기적으로 실효성 있는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 억제 정책에 더해 공급 확대를 병행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방 수요 전이 효과와 관련해서는 "지방 부동산시장은 기본적인 실수요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단순히 수도권 대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지방으로의 수요 전이가 본격화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 하나금융연구소는 이달 초 발간한 '하반기 경제·금융시장전망'에서 "수도권 및 규제 지역의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가 규제되며 매매는 위축되지만, 수도권 핵심지역 중심의 거래는 지속될 것"이라며 "가격 하방 압력이 우세한 지방 매물은 소진이 장기화하나 공급이 부족한 일부 지역은 회복하며 전국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분간 매수심리 회복세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고 변화된 시장 환경에 거래량은 감소 및 매매가격 상승폭도 축소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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