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손흥민의 로스앤젤레스FC(LAFC) 이적설은 시대를 타고 팽창하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최근 LAFC가 손흥민 측과 대화를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5일(한국시간)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기자 파브리치오 로마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로스앤젤레스FC(LAFC)는 이미 손흥민 측에 초기 제안을 보냈다. 그들은 손흥민을 팀 프로젝트의 새로운 스타로 여긴다”라며 “손흥민은 토마스 프랑크 감독에게 자신의 결정을 전할 것이며 빠른 시일 내에 그의 미래를 명확히 할 것이다. 토트넘홋스퍼는 손흥민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비록 구단 측에 공식 제안이 갈 정도로 협상이 구체화되거나 진전이 있던 건 아니지만, 오래 전부터 손흥민과 연결되던 LAFC가 서서히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손흥민의 MLS 이적설을 가벼이 여길 수만은 없다.
MLS는 오래전부터 은퇴를 고려하는 축구 스타들이 황혼기에 가는 리그로 인식돼왔다. 1975년 축구 황제 펠레가 뉴욕코스모스에 입단해 말년을 보낸 이래 이 공식은 축구계 불문율처럼 내려왔다.
펠레가 은퇴한 이후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지 못해 당대 미국 사커 리그가 결국 사라졌기 때문에, 현재 MLS은 재정적인 팽창보다 리그 안정성을 우선으로 도모하는 정책을 여럿 세웠다. 지정 선수(designated player) 외에 엄격하게 제한된 샐러리캡, 철저하게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는 리그, 여전히 남아있는 드래프트와 자유계약 영입 위주 운영, 우선지명권(discovery right) 등에서 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MLS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리오넬 메시의 등장이다. 메시는 2023년 파리생제르맹을 떠나 인터마이애미로 입단했다. 황혼기에 접어든 선수인 건 변함없었지만,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우승하며 스타성은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태였다. 메시는 곧장 MLS에 재정적 풍요를 가져왔다. 십수 년 전 MLS에 새 바람을 몰고 왔던 인터마이애미 구단주 데이비드 베컴처럼, 메시는 MLS 각 구단의 입장권 가격과 애플TV 구독자를 폭등시키며 2023년에만 2억 6,500만 달러(약 3,663억 원) 수익을 창출했다.
다른 하나는 내년에 열리는 월드컵이다. 미국은 2026 북중미 월드컵 개최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미 2024 코파 아메리카, 2025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 골드컵, 2025 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 등 여러 대회를 개최하며 모의실험을 마쳤다. 여전히 흥행몰이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월드컵 개최를 통한 축구 열풍을 MLS로 몰고 온다면 MLS의 파이를 영구적으로 늘리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다.
최근 달라진 이적시장 흐름은 MLS가 은퇴 선수들의 리그를 넘어 유럽과 견주어도 경쟁력 있는 리그로 발돋움하려는 초석처럼 느껴진다. 대표적으로 MLS에 최고 이적료 지출 상위 10명을 살펴보면 이 중 5명이 2025년 겨울 이적한 선수들이다. 즉 MLS가 본격적으로 이적시장에 투자를 시작한 게 올해 두드러지게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적생들 면면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최근 2,125만 유로(약 344억 원)에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미들즈브러를 떠나 애틀란타유나이티드로 이적한 에마뉘엘 라테라트는 26세로 막 전성기에 접어드는 선수다. 1,200만 유로(약 195억 원)에 PSV에인트호번에서 샌디에고로 이적한 이르빙 로사노, 1,150만 유로(약 187억 원)에 아탈란타에서 애틀란타로 팀을 옮긴 알렉세이 미란추크 등은 여전히 유럽 5대리그 준주전급으로 봐도 손색이 없는 선수들이다. 2025년에 이적료 상위 10위 안에 든 5명 모두 20대라는 점도 이채롭다.
최근 MLS가 주목받는 건 로드리고 데폴이 메시와 호흡을 위해 인터마이애미로 이적했기 때문도 있다. MLS의 팽창 사례로 언급하기보다는 흥미로운 특이사항으로 짚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럼에도 데폴의 사례 역시 MLS가 단순히 황혼기를 보내기 위해 들르는 리그 이상의 무언가를 제공해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손흥민이 LAFC에 가져다 줄 이익은 명확하다. LAFC의 연고지인 LA는 전통적으로 한인타운이 잘 형성돼있어 한국인들의 힘이 미국 다른 지역보다 세다. 또한 대도시로서 이미 LA갤럭시도 있을 만큼 흥행 여력도 있다. 여기에 한국인 최고의 축구 스타인 손흥민이 당도한다면 LA갤럭시보다 뒤늦게 창단된 LAFC가 순식간에 LA갤럭시와 맞먹는 혹은 뛰어넘는 인기를 구가할 수 있다.
MLS 입장에서도 손흥민을 통해 메시가 가져다준 효과가 재현되기를 기대해볼 수 있다. 당연히 메시보다 파급효과는 적을 것이다. 그러나 MLS가 상대적으로 미진했던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데 손흥민 만한 카드가 없다. 손흥민 영입은 단순히 LAFC의 성장뿐 아니라 팽창하는 MLS에 날개를 달아주는 이적이 된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만큼 손흥민이 실제로 LAFC로 갈지는 아시아 투어가 끝나는 8월 3일 이후에나 결정될 전망이다. 손흥민이 토트넘에 잔류하더라도 이번 이적설은 MLS의 야망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손흥민이 정말 LAFC로 이적한다면 팽창하는 MLS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으로 남을 것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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