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수생 동물도 병들고 아파, 수산질병관리사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어류에 약을 어떻게, 얼마나, 언제, 어떤 방식으로 써야 하는가?”
“수생 동물 약리 전문가 희소해, 연구와 인력양성의 필요성 느껴”
지독한 폭염에 밥상 물가가 심상치 않자, 정부가 농수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 나섰다. 수박값이 치솟아 여름에 수박 한 조각 먹기 힘들고, 서민들의 주요 횟거리였던 광어와 우럭도 가격 오름이 심상치 않다. 우리가 생선회 하면 주로 떠올리는 광어 즉 넙치와 우럭은 대표적인 산업 동물로 양식생산이 많은데, 건강하게 키워 우리 식탁에 오르려면 이 수산 동물들에게도 때론 약과 주사가 필요하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가축인 닭, 돼지, 소 등도 꾸준히 관리받으며 건강하게 우리 식탁에 오르는데, 수산 동물도 그런 관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지만 수산 동물은 관련 전문가가 희박하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수산 동물의 건강을 다루는 신진연구자인 이지훈 교수는 어류는 어류답게 연구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속 어류와 대화하며 연구를 할 것 같은, 소설 같은 연구를 이어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류, 파충류 등 특수동물을 사랑한 소년
-수의사가 아닌, 수산질병관리사로 동물 사랑 이어가
어렸을 때 꿈이 특수동물병원 수의사였다는 이지훈 교수는 어류, 도마뱀, 뱀 등 특수동물을 직접 키우며 꿈을 키웠다고 했다. “다른 동물에는 없는 생선의 아가미가 굉장히 흥미롭더라고요”라고 말하는 그를 보며, 그의 연구 스토리가 재밌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수의대에 진학하지 못했는데, 이는 그의 인생의 변곡점이 돼, 불행이 인생 역전 찬스가 됐다. 우연히 접한 수산생명의학과 정보를 보고 진학한 군산대, 당시 국내 5곳밖에 없었던 희소한 학과였다. 박사학위까지 받으며 그는 수산질병관리사이자 수산 동물 전문 과학자가 됐다. 그의 전문 분야는 어류 약리학이다. 즉, 수산 동물에 필요한 약물을 만드는 연구다. 물고기들도 병들고 아픈데, 그걸 눈치채기 힘들기에 사람의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고, 더군다나 물을 매개로 사는 동물들이기에 더 물리적인 제약이 따른다. 그래서 다루기 힘든 동물이 수산 동물이다. 그리고 우리 식탁에 오르는 수산 동물이기에 까다롭게 건강을 체크하고 약물을 투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 건강과 밀접한데도, 전문가가 별로 없다는 것을 이지훈 교수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는 “연구에 본격적으로 눈을 뜨게 된 계기는 학부 3학년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수산용 의약품 관련 실험을 진행하며, 육상동물 기준을 어류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의 비과학성과 부적절함을 실감하게 되었고, ‘어류는 어류답게 연구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의식이 지금까지의 연구를 이끌어온 핵심 동력이 되었습니다”라며 석박사과정 시절 어류 약리학을 전공하며 수산용 항생제 및 구충제의 약동학(PK) 및 잔류 특성 분석, LC-MS/MS 분석법 개발 연구 등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학위 후 그는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에서 수산용 의약품의 인허가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검토, 잔류기준(MRL) 설정, 휴약기간 산정 등의 전주기 평가 과정을 수행했다.
비 인체 분야 최초 질병관리청장 표창
당시 그는 비 인체 분야 최초 질병관리청장 표창을 받았는데, 그 원동력은 바로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 연구와 정책에 반영하려는 태도였다. 흔히 공무원들은 탁상공론의 딜레마에 빠지기 쉬운데, 그는 현장성 있는 정책 실현을 모토로, 어민들의 고충을 듣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그가 주목한 현장 문제는 넙치의 항생제 주사 자국이었다. 넙치를 등 근육에 주사를 놓고 적절한 휴약기간이 지난 후에 출하를 하더라도 등 근육에 주사 멍이 든 채로 출하되며 먹거리에 부적절하다는 미디어의 지적이 있었고, 그 후로 생업이 힘들다는 넙치 양식 어민들의 고충을 그는 지나치지 않았다. 이지훈 교수는 주사를 놓는 부위를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활어로써 식용이 힘든 뺨 및 가슴지느러미 근육을 제안했고 실험 결과 훨씬 우수한 항균 효과를 나타내며 수산 농가에 웃음을 되찾아줬다. 그리고 비 인체 분야 최초 질병관리청장 표창이라는 성과도 자연스레 따라왔다.
어류 약리학 전파하기 위해 독립연구자와 교육자로 새 발걸음
2024년 10월, 모교인 국립군산대학교에 부임한 그는 “학생 시절, 연구실 벽에 붙어 있던 논문들을 보며 막연히 동경만 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논문을 직접 쓰고 지도하는 입장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제 모습이 학생들에게도 하나의 ‘가능성’으로 비치길 희망합니다”라며 어느 연구그룹보다 뛰어난 연구환경을 갖춘 어류 약리학 연구실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물과 어류를 다뤄야 한다는 물리적 제약이 큰 어류 약리학 실험을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수조와 분석기 등을 갖추려고 노력했다며, 현재의 연구환경은 국내 최고를 자부한다고 조심스레 소개했다. 정부 연구기관 재직 시에도 논문을 손에서 놓지 않으며 그는 교수로 부임 될 수 있었는데, 그 원동력에 대해 그는 “수산용 의약품의 흡수·대사·분포·잔류 특성을 정량화하여, 과학적으로 타당한 휴약기간을 설정하는 약동학 기반 모델을 수립한 것입니다. 특히, 수온과 투여경로에 따라 달라지는 체내 약물 동태를 실험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규제기관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국내 맞춤형 휴약기간 산정 근거자료’를 구축한 점은 제게도 매우 의미 있는 성과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조피볼락의 신규 구충제 개발 및 넙치에서 주사용 항생제의 접종법 개선 연구의 성공적 결실 또한 양식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현장 맞춤형 성과였습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저의 정책연구는 다양한 어종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거나, 외국 기준을 그대로 도입하던 기존의 접근이 과학적, 생리학적으로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됐습니다. 그 의문을 실험으로 검증하고, 데이터로 증명해 최종적으로 정책 개선으로 이어지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류 약리학이라는 학문적 기반이 더 정립돼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꼈고, 결국 대학에 부임해 후학과 함께 이 연구를 더 넓고 깊게 확장해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 결심이 이뤄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아 모교에 부임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어류는 변온동물이자 저온 동물인데 약물 흡수, 분포, 대사, 배설 특성이 육상 가축과 본질적으로 다름에도 그 데이터를 어류에 사용하는 상황에 의문을 가진 그는 이를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교육’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독립투사들이 독립의 힘을 모으기 위해 무지한 국민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교육했던 그 마음이 그에게 투영됐을까? 독립투사에 비유돼 너무 거창할지도 모르지만, 그에게는 그만큼 절박한 당시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도 어류의 연구적인 독립을 위한 독립투사처럼, 독립연구자로서 그리고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자로서 발걸음을 내디뎠다.
기초, 응용, 과학적 규제 마련해 정책 연계까지, 전 주기적 연구역량 갖춰
정부 연구기관에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검토, 잔류기준(MRL) 설정, 휴약기간 산정 등의 전주기 평가 과정을 직접 수행한 실무 경험은 이후 그의 연구 방향에 결정적인 기반이 됐다. 이지훈 교수는 현재 어류 약리학 연구실(Fish Pharmacology Lab(FPL))을 운영하며 기초실험에서 임상 적용, 과학적 규제 기준 마련으로 정책으로까지 연계되는 연구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이는 전 주기적 연구역량을 갖춘 그의 연구력이자 자랑이기도 하다. 그는 “어류에 약을 어떻게, 얼마나, 언제, 어떤 방식으로 써야 하는가?”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실험으로 마련하는 연구실입니다”라고 실험실을 소개하며 우리나라가 양식 수산 동물을 다루는데 특히 어려운 점은 다품종소량생산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해서 데이터화 해야 할 것들이 많다 보니, 더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환경과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저는 어류를 대상으로 한 약동력학(PK)과 잔류 분석, 약효 지속형 제형을 포함한 신약 개발을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온·어종·투여경로별로 변화하는 약물의 체내 흡수·분포·대사·배설 특성을 정량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약물의 효과와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 기술로는 LC-MS/MS 기반의 고감도 정량 분석법 구축, 휴약기간 산정을 위한 약동학 모델링 등이 있습니다” 이 교수는 최근 5년간 어류약리분야에 주저자 SCIE 논문을 총 20편 게재하는 등 눈에 띄는 연구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양식으로 하는 산업 동물과 함께 관상용 어류도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이를 위해 외과수술 연구를 진행한다는 것도 새로웠다. 특수동물 수의사가 되고 싶었던 소년인데, 수산질병관리사이자 과학자로서 이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류의 메커니즘 연구는 기본이며, 이를 현장에 응용하고, 사람의 식탁에 오를 수 있는 정책적 관여까지. 어쩌면 그는 더 큰 꿈을 이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류 약리학 연구실은 어류 대상 수산용 의약품의 흡수·분포·대사·잔류 특성 분석과 그에 따른 법적 안전사용기준 확립을 목표로 크게 2가지 해양수산부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하나는 국내외 잔류허용기준의 과학적 재설정, 다른 하나는 기허가 의약품에 대한 사용 가능 어종확대 연구와 민간 제약회사와 협력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고수온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약효를 유지할 수 있는 지속형 주사제 개발 연구다. “이 모든 연구는 단순한 실험을 넘어, 어류 약물 사용의 과학적 기준을 확립하고, 국민 식탁의 안전성과 산업 현장의 실효성을 동시에 높이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 기관, 민간 제약회사, 현장 양식업계와의 공동 연구도 적극적으로 병행하고 있습니다”
넙치 스쿠티카충 감염의 전신 치료를 위한 구충제 개발
이지훈 교수는 박사과정 시절부터 수행해온 넙치 스쿠티카충 감염의 전신 치료를 위한 구충제 개발을 연구자로서 최대의 과제로 손꼽았다. 스쿠티카충은 아직 이렇다 할 치료제나 방법이 없는 수산 농가의 오래된 고민이다. “스쿠티카충은 넙치의 뇌 조직까지 침투하는 기생충으로, 치료가 매우 어렵고 치사율도 높은 질병입니다. 문제는 어류를 포함한 뇌 조직이 약물이 잘 이행되지 않는 장기라는 점입니다. 저는 박사과정 당시, 한때 인체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2상까지 진행되었다가 개발이 중단된 약물을 응용해 이 기생충을 박멸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관찰한 바 있습니다. 이제는 박사 시절의 실험 결과를 넘어, 실제 양식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구충제 개발로 이어가는 것이 제 책임이라 생각합니다”라며 “이 주제는 제게 단순한 과제가 아니라, 연구자로서 반드시 마무리하고 싶은 숙제이자 실질적으로 산업에 이바지하고 싶은 목표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연이어 연구철학을 묻는 말에 그는 주저함이 없었다. “저의 연구철학은 한마디로 말하면, “정확한 과학이 곧 공공의 신뢰를 만든다”입니다. 수산용 의약품은 단순히 어류 치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국민의 식탁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연구 결과가 논문 한 편으로 끝나선 안 되고, 현장에서 통용되고, 정책으로 반영되며,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기준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눈물 버튼, 스승님께”
대다수 연구자가 자기 스승을 학문의 아버지라 칭하며 존중하는데 이지훈 교수는 이에 더해 지도교수님은 자신의 눈물 버튼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잠시 망설였는데, 그때 그의 뭉클한 마음이 기자에게 전해지는 것 같았다. “저는 지금, 바로 박관하 교수님께서 계시던 연구실과 강의실, 그 자리에 부임하여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후임이 아니라, 지도교수님의 삶을 곁에서 지켜보며 ‘교수란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가’를 온몸으로 배워왔기에, 이 자리의 무게와 책임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낍니다. 박 교수님은 제게 단순한 학문적 스승을 넘어서, 삶의 기준과 태도를 가르쳐주신 인생의 큰 어른이셨습니다. 이제는 제가 받은 가르침을 다시 다음 세대에게 돌려주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저를 통해 박관하 교수님의 정신을 간접적으로라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참된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다고 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꿈이었던 수의사가 되지 못해 방황하던 20대 청춘이었던 그에게 새로운 꿈과 희망을 품게 해 준 지도교수님의 존재를 기자도 어렴풋이 느껴본다.
인터뷰 시작에 느꼈던 그의 연구스토리가 재미있을 것이라는 기자의 예감은 딱 맞아떨어졌다. 이제 시작인 신진연구자의 스토리가 이렇게 재미있는데 앞으로는 더 얼마나 재미있을까 기대가 된다. 아, 참, 그에게 못 물어본 질문이 내내 머릿속을 맴돈다. “교수님이 연구하신 과학적 데이터에 인공지능은 어떻게 활용하실 계획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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