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선택적 화학반응이 가능할까?
“정밀 제어 가능한 혁신적인 촉매 시스템 연구 중”
신약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대
유기화학은 탄소 화합물을 중심으로 하는 유기 분자들의 합성, 구조 및 반응성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우리가 화학 하면 바로 떠올리는 실험 중심의 연구 분야다. 고대문명에서도 금속 가공이나 염색 등의 화학 기술 흔적이 발견됐고, 중세 시대에는 연금술을 탄생시킨 마법 같은 학문이기도 하다. 화학의 역사 스토리는 이렇게 재미있는데, 현재도 화학은 여전히 마법과 같은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에 없던 신약 개발에도 쓰이고, 새로운 에너지 연구에도 쓰인다. 그리고 탄소 중립 기술 개발에 핵심적인 학문이기도 하다. 새로운 화학반응은 발견일까? 발명일까? 그 모호한 구분 속에, 한양대 이정효 교수는 발견을 강조하며, 항상 화학적 레이다를 켜놓는다고 밝혔다. 페니실린이 우연히 발견됐듯, 그는 우연한 단서 속에 세상을 바꿀 혁신이 나올 수 있다며 기존 촉매 시스템에 혁신을 가져올 새로운 촉매반응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유기화학 기반의 선택적 촉매 반응 연구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대학에 입학한 이정효 교수는 고교 시절부터 깊은 관심을 뒀던 화학과에 진학했다고 밝혔다. 성인이 된 후 미국 유학이라는 도전을 선택한 그는 학업에 전념하여 수석으로 졸업했고 대학원에 진학해 연구자로서의 꿈을 키웠다. “화학을 활용해 인류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는 분야를 고민하던 중 신약 개발에 관심을 두고 유기합성 연구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박사과정 동안 키랄 유기촉매 시스템을 활용하여 탄수화물을 선택적으로 기능화하는 반응을 연구했고, 유기 금속 촉매 관련 연구에 심도를 더하고자 카이스트 장석복 교수님 연구실에서 포스트닥으로 연구 활동을 지속했습니다”라며 그는 “포스트닥 과정을 통해 코발트 촉매를 이용한 저비용, 고효율의 반응 시스템을 개발하며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합성하는 새로운 반응 패러다임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포스트닥 과정이 자신 연구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며, 자신의 화학관을 확장해 준 지도교수님께 감사를 표했다. 그는 포스트닥 과정 동안 코발트 촉매를 활용한 C-H 아민화 반응 개발 연구 성과로 파급력이 큰 여러 편의 논문을 출판했고 이를 원동력으로 한양대 화학과에 부임할 수 있었다.
촉매의 정밀한 작용 제어로 특정 위치 선택적 촉매반응 유도
2023년 3월에 부임해 ‘유기화학 촉매반응 연구실’을 연 이정효 교수는 “우리 연구실의 핵심 목표는 효율적인 선택적 화학반응을 가능하게 하는 촉매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입니다”라고 연구실을 소개했다. 덧붙여 그는 “하나의 분자 내에 여러 개의 작용기가 존재할 때, 촉매의 정밀한 작용 제어로 특정한 위치의 작용기만을 변화시키는 것이 선택적 촉매반응입니다. 이러한 반응은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빠르고 정밀하게 합성할 수 있으며, 수많은 확장성을 가집니다. 이를 통해 의약품, 기능성 소재, 생리활성 화합물 등의 개발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폴리올(polyol) 분자의 선택적 기능화 관련 주제로 2024년 우수신진연구 과제에 선정돼 현재 관련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폴리올은 한 분자 내에 여러 개의 하이드록시기(-OH)를 가지는 구조를 말하는데 이런 구조는 자연계에서 매우 흔하고 다양한 천연물과 의약품에서도 중요한 골격으로 작용한다. 그는 이 흔한 구조에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선택적 촉매반응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각오다. 여러 개의 -OH 작용기 중 특정 위치의 -OH만을 선택적으로 반응시키기 위해선 굉장히 정밀한 촉매시스템 개발 및 메커니즘 연구가 필요한데, 그는 이를 위해 파이 상호작용, 수소 결합, 이온 페어 등 비공유적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촉매반응 원리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실험을 통해 꽤 흥미로운 데이터를 확보하게 되어 조만간 관련 결과를 출판할 계획입니다. 이 연구는 고난도의 선택성을 구현하는 동시에 자연물 기반 의약품의 구조 다양화와 신약 후보 물질 도출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모든 분야에 응용되는 핵심기반인 유기합성, 반응 과정 이해하면 재미있어”
이정효 교수는 유기합성이 모든 과학기술 분야에 활용되는 필수적인 기반 학문이라며, 학생들이 관심을 두는 의약품, 화장품, 배터리 소재, 반도체용 유기 소재 개발 등도 유기합성의 이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유기화학의 중요성이 점점 더 두드러지는데요, 그 반응이 왜 일어나는지를 전자의 이동 관점에서 분석하다 보면 화학의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그런 훈련 과정이 쌓이면 어느 순간 유기화학이 ‘그림처럼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는 화학식이 걸작처럼 보이는 체험을 했을 것이다. 그 순간 그만큼 아름다운 그림은 없을 거라는, 과학이 예술이 되는 그런 경험 말이다. “저는 발명이 아닌 발견에 집중하자고 생각합니다. 실험 중 마주치는 작은 이상 반응이나 예외적인 결과 속에 오히려 중요한 힌트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단서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탄탄한 기초가 기반이 돼야 합니다. 그리고 응용성과 확장성을 고려해 연구를 설계하고 진행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습관은 장기적으로 더 의미 있고 지속가능한 연구로 이어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인만큼 이정효 교수도 AI와 자동화 기술을 융합한 유기합성 연구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유기합성과 데이터과학이 결합 된 융합연구는 유기화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생각하기에 그 흐름을 놓치지 않고 연구를 계속 확장하려고 합니다”
화학에 살고 화학에 죽는, 화생화사(化生化死)의 마음가짐으로 화학 연구에 매진하는 신진연구자 이정효 교수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좋은 인터뷰 시간이었다. 지금은 독립연구자로서 발을 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선택적 촉매반응이라는 정밀한 유기합성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향후 그 분야를 대표하는 연구자로 그리고 교육자로 성장할 그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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