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 트럼프 행정부 요구로 7차례 신속절차 결정
미국 연방대법관들(워싱턴DC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2022년 10월 7일 미국 연방대법원 청사에서 촬영된 연방대법관 9명 전원의 사진. 앞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차례로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존 로버츠 대법원장, 새뮤얼 얼리토 주니어 대법관,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이며, 뒷줄에 서 있는 사람들은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차례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닐 고서치 대법관, 브렛 캐버노 대법관,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이다. (REUTERS/Evelyn Hockstein/File Photo) 2025.7.25.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미국 연방대법원이 결정 이유조차 밝히지 않고 긴급 사건 신속 처리 요구에 자주 응해주는 데 대해 대법원 내 진보 성향 소수파인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이 24일(현지시간) 일침을 가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케이건 대법관은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에서 열린 연방법원 제9구역 법관들과 법조인들의 모임의 연례회의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
케이건 대법관은 "우리가 긴급사건 목록에 오른 사건을 많이 처리하면 할수록, (결정 이유를) 잘 설명하는 것이 점점 더 진정한 책임이 되어가고 있다"며 이렇게 될 것이라고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왜 그렇게 하고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며 결정 이유조차 밝히지 않는 가처분 인용 혹은 기각 등 결정이 대법원에서 너무 자주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방대법원이 이런 방식의 결정문을 남발한 탓에 연방항소법원·연방지방법원 등 하급심 법원들이 법을 어떻게 적용하라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인지 알지 못하고 일반인들도 결정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연방대법원이 "기본적 쟁점은 이것이고, 우리가 보는 기본 문제점은 이것이다. 가서 고쳐라"라는 식으로 결정 이유를 두세 쪽으로 설명하기만 해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정식 사건 심리를 받으려면 변호인이 면밀히 작성한 항소이유서를 제출한 후에 전원합의체 앞에서 구두변론을 해야 하며, 사건 처리에도 몇 년이 걸린다.
그러나 긴급 처리가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긴급사건 목록'(emergency docket) 또는 '비실체심리 사건 목록'(shadow docket)으로 접수된 가처분신청 등 사건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이런 절차가 대폭 생략돼 빠른 처리가 가능하며 결정 이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달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런 신속 절차 신청이 실제로 받아들여지는 사건은 드물며, 대법원의 재량에 따라 매우 선별적으로 이뤄진다.
긴급사건 목록으로 접수되는 사건들 중에는 하급심 판사가 내린 임시조치에 대한 이의제기 등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대법원은 올해 1월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긴급사건 방식 처리를 요구한 사건들 중 7건에 대해 행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건 대법관은 "내 생각엔 우리는 긴급사건 목록으로 접수된 사건들을 (통상적 절차보다 훨씬 신속하게) 처리하는 데 대해 신중해야 한다"며 "어떤 때는 그래야만 할 때도 있지만, 내 생각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케이건 대법관은 지난 14일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교육부 직원 대량해고 결정을 실행해도 된다는 취지로 내린 결정을 예로 들었다.
대법원은 당시 결정 이유를 설시하지 않았고, 심지어 결정문에 관여한 대법관들의 이름도 넣지 않았다.
반대 의견을 냈던 케이건, 소니아 소토마요르, 커탄지 브라운 잭슨 등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은 19쪽짜리 설명을 달았으나, 정작 법적 효력을 지닌 결정문에는 결정을 뒷받침하는 논리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케이건 대법관은 또 법관에 대한 협박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독립적 사법부에 대한 공격에 독립적 사법부가 맞서는 길은 법관들이 행동해야 하는 바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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