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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스위스 식품 대기업 네슬레가 킷캣 초콜릿과 네스프레소 커피 캡슐의 가격을 올해 하반기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관세 인상이 커피와 코코아 등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더해지며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로랑 프레익스 네슬레 최고경영자(CEO)는 24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상반기 가격 인상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면서도 “조금 더 인상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대부분의 가격 인상은 완료됐으며, 앞으로 몇 개 분기에 걸쳐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슬레는 올해 상반기 유기적 매출 성장률이 2.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2.8%를 소폭 상회한 수치다. 같은 기간 가격 인상률은 2.7%로, 애널리스트 예상치인 2.5%보다 높았다.
프레익스 CEO는 “현재 커피와 코코아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이라며 “업계 리더로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3년 초 이후 아라비카 커피 가격은 2배 이상, 코코아 가격은 3배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네슬레의 총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한 442억 스위스프랑(약 55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446억 스위스프랑에 미치지 못한 수치다. 기초 영업이익률(UTOP)은 전년보다 0.9%포인트 하락한 16.5%를 기록했다.
안나 만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스위스프랑 강세와 미국 관세의 초기 영향이 상반기 실적에 부담을 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반기에는 이런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만츠 CFO는 “하반기 영업이익률은 상반기보다 상당히 낮을 것”이라며 “가격 인상 효과는 원자재비, 관세, 환율 상승분에 의해 상쇄될 것”이라고 밝혔다.
네슬레는 다만 2025년까지 유기적 매출 성장률이 2024년보다 개선되고, 영업이익률도 16% 이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기존 목표는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취임한 프레익스 CEO는 “전임 경영진이 추진한 잇단 인수합병이 네슬레의 정체성을 약화시켰다”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기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여섯 가지 핵심 제품군, 이른바 ‘빅 베팅(Big Bets)’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라며 “적지만 크고, 더 나은 제품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네슬레의 ‘빅 베팅’ 제품군은 △영유아용 조제분유 △네스카페 에스프레소 콘센트레이트 △매기 에어프라이어용 식품 △초코베이커리 △퓨리나 피라미드형 고양이 사료 △네스카페 돌체구스토 네오 등이다.
또한 네슬레는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일부 비타민 브랜드(네이처스 바운티, 오스테오 바이플렉스 등)에 대해 전략적 검토를 진행 중이며, 매각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레익스는 “그룹 전체에 걸친 단순화와 집중 전략의 일환”이라며 “미래 성장을 위한 발판을 지금부터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위스 주식시장에서 이날 네슬레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64% 하락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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