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전례없는 6번의 우승을 달성한 NBA의 마이클 조던의 선수시절 이야기를 담은 <더 라스트 댄스>를 늦게 보았습니다. 그동안 <대전환기, 한국의 미래를 바꾸는 세가지 힘>이라는 벽돌책을 쓰는 시기라 다큐를 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몇년 전 공개되었을 때부터 다큐의 완성도가 매우 높다고 알려졌는데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더 라스트 댄스>는 마이클 조던이 시카고 불스에서 뛰고 있던 1997-08 시즌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미 3년 연속 우승을 달성한 그는 당시 초절정의 인기를 누리며 또 다른 우승을 노리고 있었는데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습니다.
<더 라스트 댄스>가 빛나는 이유는 시카고 왕국을 건설한 마이클 조던의 활약상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우승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있었던 모든 어려움과 갈등을 숨김없이 그대로 보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전면적인 리빌딩을 하려는 단장과의 불화, 핵심선수들과 프런트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던 97-98시즌은 시카고 불스 왕조가 무너질 것처럼 보였습니다. 강력한 조력자가 되어준 피펜, 로드맨 같은 동료들, 필 잭슨 감독의 리더십까지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포뮬러 레이싱 게임도 있는데 왜 나는 최초 다큐가 농구이야기였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성균관대학교의 김정구 교수의 경험담이 깊은 영향을 미쳤더군요. 김교수가 마이클 조던을 처음 본 것은 1980년대 중반 시카고 유학시절이었습니다. 당시 시카고는 전미 농구대회를 휩쓰는 조던의 파괴력 있는 플레이에 열광하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유학생이던 김교수 역시 소문난 농구 애호가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명 ‘조던표 덩크슛' (에어점프 후 몸을 비틀어 쏘는 덩크슛)에 감동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가난한 나라의 유학생인 그가 맞닥뜨린 어려움은 한둘이 아니었을 겁니다. 언어 문제는 물론이고 학교생활도 쉽지 않았을 그에게 농구가 후련한 돌파구가 된 것입니다. 당시 시카고는 농구의 수도였으니까요.
‘동일한 점수인데 조던은 왜 위험도가 높은 슛을 감행할까?’
같은 점수를 얻는 슛인데도 불구하고, 관중에게 최선의 모습을 보이려는 조던의 프로 근성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던 그는,
‘나 역시 가능한 최선을 다해 최고의 모습을 보이리라!’
이렇게 다짐을 한 것이지요.
그는 이렇게 결심하고 심지어 전공 과목인 경제학의 정의부터 부정하기 시작합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다는 경제의 정의는 바뀌어야 합니다. 이 정의로 인해 질 낮은 원료와 적당한 노력으로 큰 이익을 보려는 욕심이 생겨난 것입니다. 음식점에서 국적을 알 수 없는 저가의 재료를 쓰고 돈만 벌면 경제적인가요? 아닙니다. 최선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야 합니다. 이것이 마이클 조던을 보고 제가 바꾼 경제의 정의입니다.”
그런데 마이클 조던은 얼마나 훈련했기에 저렇게 멋진 모습을 경기에서 보여 주었을까요?
그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에게 조언했던 말은 "남들이 아무리 널 칭찬하더라도 매일 훈련해라"였습니다. 이를 보면 그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덧없는 인기에 취해 하루 이틀 연습을 안 하다 보면 어느새 실력은 떨어지고 성적이 나오지 않습니다.
바로 엊그제 7월 21일 영국 북아일랜드의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에서 열린 '디 오픈'의 우승자는 스코티 셰플러(29)입니다. 그는 우승 다음날에도 연습장을 찾아가는 선수로 유명합니다. 타고난 재능에 노력까지 겸비한 세계 최고의 선수인 그는 현재 세계 1위로 PGA 통산 17승째이자 메이저 통산 4승째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승의 기쁨은 고작 2분 밖에 안 간다. 곧바로 다음 할 일을 생각해야 한다."
"나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매일 노력한다,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승리자가 되기 위한 자세를 갖춘 다음, 꾸준한 노력으로 세계 최고 선수가 된 것입니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운동선수든 음악가든 톱 클래스일수록 연습벌레들입니다. 설마 저 정도까지,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 일반인들이 질려버릴 정도로 매일 연습을 하고 술, 탄산음료 등을 멀리하며 컨디션 관리에도 많은 공을 들입니다.
이 세상에는 재미있고 향락에 빠지기 쉬운 게 얼마나 많습니까. 이 유혹을 이겨내는 힘은 우리의 내면에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것은 능력보다 태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매일 무언가를 쌓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일매일 잃어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쫙 갈라지게 됩니다. 먼 훗날 생은 조용히 묻겠지요,
"그동안 당신은 뭘 했습니까?"
농구는 마지막 1분을 남기고도 역전이 가능한 인생과 가장 닮은 스포츠입니다. 앞서가던 팀이 안전한 플레이로 시간 끌기만 하다가 역전패 당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안전한 플레이는 가장 안전하지 못한 플레이입니다. 관중은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포트라이트도 당신을 기다립니다. 자, 잠시 후 버저 비터가 울릴 것입니다. 드리블로 시간을 끄시겠습니까? 혼신의 힘을 다해 슛을 쏘시겠습니까? 당신의 선택만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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