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화상영어 회화 서비스 박기연 ‘캐스영어’ 공동대표
“해야 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것을 먼저 생각해요.”
아기 둘을 키우며 11년 넘게 화상영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박기연 대표는 자신만의 속도로 인생을 살아왔다. 20대에 창업의 길을 택했고, 지금까지 꾸준히 운영하며 ‘이상적인 일터’와 ‘자기답게 일하는 방식’을 실현해왔다. 유튜브 채널 ‘이상커플’을 통해 일과 삶의 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창업을 선택하며 가장 크게 마주했던 두려움은 무엇이었나요?
의외로 큰 두려움은 없었어요. 기질 검사(TCI)에서도 위험 회피 성향이 낮게 나왔고, 일이 잘되지 않더라도 영어 강사나 과외로 돌아갈 수 있다는 플랜 B가 있었거든요. 큰 자본을 투자하지 않았기에 실패해도 큰 손해는 아니었죠. 어떻게든 나 하나 먹고 살면 된다는 낮은 목표도 두려움이 없는 이유 중 하나였어요. 오히려 요즘엔 블로그나 유튜브에 콘텐츠를 올릴 때 느끼는 작은 저항감이 더 크게 다가와요. 예전에는 어려서 멋모르고 겁 없이 도전한 것도 있는 것 같은데, 돌아보면 그게 잘 했던 일이기도 하고요.
Q. “남 눈치 보느라 인생을 낭비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은 지금도 유효한가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해요.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제 인생이에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의 문제가 제 인생의 소중함보다 크진 않아요. 저에게는 제 인생이 소중하고, 저 사람에게는 저 사람의 인생이 소중한 거고요. 살아 있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니까요.
Q. 대표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일터’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보세요?
저는 ‘일찍이 MZ’였어요. 과도한 노동을 싫어했고, 회사와 맞지 않아 창업을 선택했죠. 이상적인 일터는 무리하지 않는 노동 강도와 적정한 근무 시간, 그리고 그로 인한 지속 가능성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의미와 배움까지 얻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죠.
Q. 캐스영어는 대표님의 학습자로서의 불편함에서 시작됐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경험이 현재 서비스 설계에 어떻게 반영됐나요?
처음엔 필리핀 화상영어를 이용했는데 1:1로 영어를 한다는 것은 즐거웠지만, 좀 아쉬움을 느꼈어요. 북미 원어민과의 수업을 찾기 시작했고, 직접 선생님을 찾아서 시작했는데 북미 원어민과의 수업이 즐겁고 흥미로웠죠. 영어는 단기간이 아니라 평생 해야 하기에 꾸준히 할 수 있도록 ‘가성비’를 고려했어요. 북미 원어민 수업이면서도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게 만들었어요. 또한 교재도 재미없는 뻔한 내용이나 단순한 문답식이 아닌, 자연스럽게 깊은 대화를 이끌 수 있는 질문들로 구성했어요.
Q. 북미 원어민 강사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접근 가능한 가격 정책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마진을 줄이는 대신 강사에게 더 높은 비율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어요. 영어실력을 키우는데 효과적인 방법에만 집중하고 부가적인 부분을 제했어요. 예를 들어, 매 수업마다 강사가 리포트를 써야 한다던가, 학생이 강사의 별점 평가를 하는 시스템이 없어요. 대부분의 화상영어에는 있는 시스템이지만, 영어실력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면서 강사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외에도, 마케팅과 개발을 대표들이 직접 하고 있어서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점도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Q. 브랜드를 10년 이상 운영하면서 깨달은, 지속 가능한 브랜드의 본질은 무엇인가요?
욕심을 크게 부리지 않는 거예요. 빠르게 성장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큰 수익을 바라고 고객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했어요. 북미 원어민, 고정 스케줄, 흥미로운 교재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면서 특정 타깃층에게 유일한 선택지가 되고자 했어요. 화상영어라는 서비스 자체는 우리 회사가 유일하진 않지만, 북미화상영어 중에서는 몇 개 없고, 그 중에서도 저렴한 가격대는 거의 없거든요. 선택지를 이렇게 좁히다 보면 우리만의 강점이 분명해져요.
Q. 부부 공동창업자로서 역할 분담과 갈등 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각자 잘하는 게 분명해서 나뉘었어요. 남편은 개발, 저는 마케팅을 담당해요. 서로의 영역을 인정해주고요. 갈등을 줄이기 위해 집에서는 일부러 일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일 하는 시간에만 일 얘기 하려고 노력합니다.
Q. 캐스영어의 조직문화는 ‘35시간 근무, 재택, 루틴 존중’이 특징입니다. 이런 구조가 가능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제가 원하는 조건을 회사에 구현한 거예요. 5시 퇴근과 재택근무가 운영에 무리가 없었고, 직원들이 만족하면 퍼포먼스도 좋아진다고 믿었어요. 우리나라는 9 to 6인데 북미는 9 to 5에요. 예전부터 6시 퇴근이 좀 늦다고 생각했어요. 저녁을 집에서 해먹기엔 말이죠. 북미 시장처럼 ‘9 to 5’ 문화에 맞춰 워라밸이 있는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Q. 팀원들의 루틴과 삶을 존중하기 위한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무엇인가요?
전체 업무 중 70~80%는 정해진 루틴 기반이에요. 그래서 재택도 가능하고요. 자율성을 존중하되, 맡은 일을 책임지면 된다는 원칙이 있어요. 직원들이 이 일터를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이 퍼포먼스를 만들어요.
Q. 결혼식 대신 여행을 택하셨다고요. 대표님에게 삶에서 중요한 우선순위는 무엇인가요?
하고 싶지 않은 일에 시간과 돈을 쓰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느꼈어요. 당시 가진 예산 안에서 여행을 택한 건 제게 더 큰 가치였어요. 제한된 자원 안에서 가장 원하는 걸 선택하는 것이 삶의 중심 기준이에요.
Q. ’자유롭게 산다’는 삶은 대표님에게 어떤 모습인가요?
일정에 여백을 두는 삶이에요. 스케줄을 꽉 채우지 않고, 선택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해요. 그게 진짜 자유라고 생각해요.
Q. 창업 초기의 실패 중, 지금 돌이켜봤을 때 꼭 필요했던 경험이 있다면요?
큰 실패보단 작은 시행착오가 엄청 많았어요. 유튜브도 처음엔 서툴렀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나아졌어요. 유튜브 시작하는 분들 중에 저처럼 못 만들었던 사람 없을걸요? 부족하더라도, 고객 앞에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배우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작은 실패들을 하고, 고객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성장해요.
Q. 책에서 작게 시작하라는 메시지가 있었는데요. 작게 시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는 모든 걸 작게 시작했어요. 크게 생각하고 오랫동안 준비만 하다 보면 실제 고객을 만나지 못해요. 당장 소액을 지불할 고객이라도 만나야 진짜 배움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만 원짜리, 3만원짜리부터 팔아보는 걸 추천 드려요. 크게 시작하는 건 두려워서 못 해요.
Q. 경쟁을 거부하라는 메시지를 전하셨어요.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경쟁 중심입니다. 자기 속도로 걷는 삶을 유지하기 위한 대표님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경쟁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멈춰야 할 타이밍을 알아야 해요. 저도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의 한 가운데 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경쟁회사들이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우리 만의 경쟁력을 찾아가야 하죠. 현실적으로 경쟁상황을 파악하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끝없이 1등을 바라보며 달리는 건 행복하지 않죠. 그렇게 하다 보면 저는 지쳐 떨어져 나갈걸요? 지쳐서 그만두는 것보다는 오래 지속 가능한 게 더 좋잖아요. 나만의 속도로 정원을 가꾼다고 생각하곤 해요.
Q. 대표님이 쓰신 책 『내가 꿈꾸는 회사가 지구에 없다면』과 『덜 일하고 더 행복하게 사는 법』, 각각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나요?
“정해진 길 말고, 내 스타일대로 가도 된다.” “현실에서 지금 당장 적용 가능한 방법을 찾아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Q. 청년들에게 당장 권하고 싶은 하나의 실천이 있다면요?
더 중요한 것을 위해 포기를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상한 이야기긴 한데요. 포기는 나쁜 게 아니에요. 내가 진짜 원하는 걸 위해 다른 걸 포기하는 건 오히려 멋진 선택이에요. 모든 걸 다 이룰 수는 없지만, 중심을 명확히 하면 선택은 쉬워져요. 저는 그러한 방식으로 살아왔어요. 안정적인 직업을 포기하고, 사업을 선택했고요. 도전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대학교 졸업장을 포기했거든요. 그러다 보면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만큼은 지킬 수 있지 않을까요.
Q. 대표님에게 ’일’이란 무엇인가요?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지만, 그 안에 의미와 배움이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나도 돕는 게 일이죠.
Q. 지금 창업을 준비 중인 2030 청년에게 단 한 문장으로 조언하신다면요?
창업을 도전한다는 건 점점 어려운 일이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창업에 대한 마음이 있다면 1~2년이라는 데드라인을 정해 도전해보세요. 그 정도로는 인생이 무너지지 않아요. 언제나 돌아갈 곳은 생각해두고요. 경험해보고 나면 자신에게 무엇이 더 잘 맞는지 알게 될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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