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임기 3주년을 맞는 2025년까지 경기교육은 ‘학교 자율운영 강화’와 ‘배움의 확장’이라는 혁신적 변화의 시간이었다. 학교 현장 중심의 자율성 확대, 역량기반 교육, 디지털 학습 환경의 고도화가 실제로 학교와 학생의 변화를 어떻게 이끌었는지 자세히 짚어본다. 편집자주
■ 자율적인 교실과 교무실... 학교가 바뀌었다
2025년 여름, 경기도의 한 중학교.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획일적인 강의식 수업을 받던 학생들이 지금은 생활 속에서 발굴한 주제로 자신들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학교자율시간 과목의 프로그램으로 하천 탐사활동을 다녀온 한 학생이 생태탐사 결과와 학교 텃밭에서 재배한 토마토의 생장 관찰 결과를 하이러닝의 모둠별 발표를 통해 반 친구들과 공유하고 있다. 또 다른 공간에서는 교내 사이버폭력 문제에 대해 교직원과 학생 자치회 학생들이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갖고 있다.
이 학교는 지난해 말 대토론회를 통해 ‘폭력 없는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를 2025년 학교자율과제로 정해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과 교육활동을 반영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수업은 살아 있고 학교는 교육 주체 간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그야말로 자율이 교실과 교무실 등 학교의 일상을 바꿨다.
학교 구성원들은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을 ‘공문 대신 수업, 지침과 지시 대신 자율’로 꼽는다. 학교의 자율과 책임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 제도가 뒷받침되면서 교사의 인식부터 학생의 행동까지 변화가 시작됐다.
임태희 교육감은 2022년 임기 시작과 함께 ‘9시 등교제 자율화’를 1호 정책으로 발표했다. 학교에 따라 등교시간은 자율로 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 2023년 도입돼 현재 경기도내 모든 공립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에서 운영되는 학교자율과제도 학교 자율 운영의 기초가 되고 학교문화를 만들어나가는 토대가 되고 있다. 학교자율과제에 대한 교원들의 인식도는 2023년 5.3점(7점 만점)에서 2024년 5.6점으로 높아졌다.
경기교육은 학교자율과제 확대와 함께 학교의 예산에도 자율성을 부여했다. 목적사업비를 축소하는 대신 예산 총액 교부를 확대해 예산 활용의 학교 자율성과 책무성을 높였다. 학생의 급식 선택권 확대를 위한 ‘자율선택급식 운영 학교’ 또한 2022년 10개교, 2023년 70개교, 2024년 250개교를 거쳐 2025년 564개교로 확대됐다. 2024년 자율선택급식 운영 250개교에서 발생한 음식물쓰레기의 양은 2023년 대비 6.8% 감소했다. 자율선택급식은 단지 급식 양과 메뉴의 선택권 확대를 넘어 학생의 건강한 식습관 형성과 공동체성 및 인성 함양을 위한 또 하나의 교육이 되고 있다.
■ 역량 기반 교육 강화... IB교육·하이러닝 확산
경기교육은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역량 기반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2023년 경기도교육과정을 개발해 학교의 자율적 교육과정 설계·운영을 지원하고 질문과 탐구 중심의 깊이있는 수업 확산에 힘쓰고 있다. 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학습으로의 평가를 확대하고 학생 맞춤형 피드백을 강화하고자 2025년 7월 전국에서 최초로 AI 기반 서·논술형 평가 시스템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IB(국제 바칼로레아) 교육의 확산도 주목할 만하다. 2022년 30곳에 불과했던 IB 운영 학교는 올해 297개교까지 증가했다. IB 월드스쿨 인증학교도 9개 교가 됐다. IB교육을 경험한 학생과 교사들은 IB교육이 학생의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라고 평가한다. 이런 변화는 학교별 수업 만족도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2024년 조사에서 교사들 10명 중 8명(82.6%)이 만족감을 드러냈고 IB학교의 학생 85%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아직은 전체 학교 수 대비 많지 않지만 IB학교에서 시도하는 수업과 평가의 혁신은 일반학교의 변화를 추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AI 맞춤형 교수학습 플랫폼인 하이러닝의 확산은 경기도 교육, 나아가 대한민국 교육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교사는 하이러닝 시스템에서 교육과정에 최적화된 자신의 수업 자료를 업로드해 수업에 활용하고 학생들은 AI를 통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진단받는다. 2023년 4천700여명이던 교사 가입자는 2024년 4만5천명을 넘었다. 학생 가입자 역시 2023년 3만명 남짓에서 2024년 54만여명에 이른다. 하이러닝의 교육적 지원 기능과 더불어 지난 2024년 경기도내 모든 학생들은 1인 1스마트 기기를 보급받아 하이러닝을 수업에 활용하는 교사도 증가하고 평균 이용 시간도 늘어가고 있다. 하이러닝은 교사 개인별 사용을 넘어 하이러닝을 먼저 사용한 교사들이 가진 콘텐츠를 교과 연구회와 하이러닝 시스템에 공유해 보다 많은 교사들을 하이러닝 플랫폼으로 이끌고 있다. 올해 6~7월에는 경기도교육청 정책구매제 공모제안을 통해 보다 많은 하이러닝 콘텐츠의 탑재와 공유가 이뤄지고 있다.
■ 경기공유학교·경기온라인학교... 경계 넘어 ‘배움의 확장’
학교 바깥, 경계를 넘어선 배움의 확장 역시 인상적이다.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학생 맞춤교육과 다양한 학습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학교 밖 학습 플랫폼인 ‘경기공유학교’ 프로그램은 2023년 22개에서 2년 새 150배 넘게 늘었다. 2024년 3천200여개가 운영됐고 참여 학생도 6만명에 이른다.
‘경기온라인학교’는 고교학점제와 농어촌, 소규모 학교 등 교육 사각지대의 학생들이 시간과 장소의 장벽 없이 배움에 참여하는 실질적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2025년 개교한 경기이음온학교는 1학기 11개 과목에 대해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으며 2학기에는 ‘인공지능을 위한 선형대수학’ 등 26개 과목을 개설할 예정이다. 실제 만족도 조사에서 학생 95%가 경기공유학교 프로그램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의 2024년 연구에 따르면 프로그램 참여 후 진로설계역량(3.9→4.2점)과 진로준비역량(4.0→4.3점)이 각각 0.3점(5점 만점) 향상됐다고 한다. 지난 2년간의 양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지역맞춤형, 학생기획형, 수업위탁형, 대학연계형, 학점인정형, 공헌형 프로그램 등으로 질적인 성장을 꾀하고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경기교육은 디지털 창의역량과 시민역량 교육을 통해 디지털 리터러시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2023·2024년 조사에서 15.9점에서 16.9점(26점 만점)으로 향상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평균 대비 0.3점 높은 수치이다.
경기도교육청의 3대 정책 기조인 ‘자율, 균형, 미래’ 중 첫째인 ‘자율’은 더 이상 상투적인 수식어가 아니다. 학교는 자율성을 가지고 수 천개의 색깔로 운영되고 학교와 지역, 온라인에서 학생의 꿈을 실현하도록 지원하는 구조가 단단해졌다. 이것이 경기교육 3년의 교실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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