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아인트라흐트프랑크푸르트가 독일 최고의 거상으로 떠올랐다. 자신들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생존 전략을 구축한 덕이다.
위고 에키티케가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리버풀로 갔다. 24일(한국시간) 리버풀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에키티케를 영입했다. 메디컬테스트를 통과했고 개인 계약도 체결했다. 홍콩 프리시즌 투어에 참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지 매체에서 밝힌 총 이적료는 7,900만 파운드로, 유로로 환산하면 9,100만 유로(약 1,464억 원)에 달한다.
프랑크푸르트의 판매 수완이 다시금 빛을 발했다. 에키티케는 2023-2024시즌 임대료 포함 3,500만 유로(약 563억 원)에 프랑크푸르트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구단 역대 최고 지출이기는 했지만, 파리생제르맹(PSG) 같은 빅클럽에서 선수를 데려온 걸 감안해야 한다. 또한 구단 역대 2위 판매액으로 나갔으니 프랑크푸르트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였다.
프랑크푸르트는 세 시즌 연속 ‘대형 이적’을 성사시키며 활짝 웃었다. 2023-2024시즌에는 랑달 콜로 무아니를 PSG로 넘기며 9,500만 유로(약 1,528억 원)를 벌어들였다. 2024-2025시즌에는 여름에 윌리안 파초를 4,000만 유로(약 643억 원)에 PSG로 이적시킨 데 이어 겨울에는 당시 핵심이었던 오마르 마르무시를 7,500만 유로(약 1,206억 원)에 맨체스터시티에 판매했다. 이번에 에키티케까지 네 선수의 이적료 총액은 3억 100만 유로(약 4,842억 원)다.
올 시즌 에키티케를 마르무시보다 비싼 금액에 내보낼 수 있었던 건 두 선수의 나이 차이도 있지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획득해 재정적으로 풍요로워졌기 때문이다. 이미 독일 분데스리가 수위급 공격수인 요나탄 부르카르트를 2,100만 유로(약 338억 원)에 영입하는 수완도 발휘했다. 에키티케를 지키려면 지킬 수 있었기에 비교적 유리한 위치에서 이적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다.
프랑크푸르트는 올여름까지 7년 동안 선수 판매로만 3억 4,500만 유로(약 5,555억 원) 이익을 남겼다. 콜로 무아니와 마르무시는 아예 자유계약으로 영입해 에키티케보다 더 많은 이문을 벌었다. 2019-2020시즌 팀을 떠난 루카 요비치, 세바스티앵 알레도 4,000만 유로 안팎의 이적료 수익이 발생했다. 역대 이적료 상위 10위권 중 손해를 보고 판매한 경우는 2023-2024시즌 세비야로 떠난 지브릴 소우뿐이었고, 그나마도 손실은 400만 유로(약 64억 원)에 불과했다.
또한 프랑크푸르트는 7시즌 중 이적료로 손실을 본 시즌이 2022-2023시즌 단 한 번뿐이었고, 그 손해도 690만 유로(약 111억 원)였다. 해당 시즌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해 투자가 불가피했다. 같은 기간 가장 낮은 수익이 700만 유로였음을 감안하면 저 정도를 손실이라 부르기도 어렵다.
프랑크푸르트는 최근 7시즌 내 팀에서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선수를 모두 내보내는 진기록을 세웠다. 2018-2019시즌 요비치(17골)와 알레(15골), 2019-2020시즌 12골과 2020-2021시즌 28골을 넣은 안드레 실바, 2022-2023시즌 콜로 무아니(15골), 2023-2024시즌 12골과 2024-2025시즌 전반기까지 15골을 넣은 마르무시, 2024-2025시즌 15골로 동률을 이룬 에키티케까지 모두가 현재는 프랑크푸르트 소속이 아니다.
프랑크푸르트가 유럽 최고의 팀이 되는 걸 목표로 삼았다면 지금과 같은 이적시장 전략이 실현되지 않았을 거다. 그들은 대신 유럽 빅클럽으로 가는 ‘중간 다리’ 역할을 자처했다. 프랑크푸르트 최고경영자(CEO) 악셀 헬만은 지난 5월 ‘디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유망한 선수들을 영입하고 그들을 성장시키는 훈련 방식으로 유명해졌다”라며 자신들이 제공할 수 있는 건 명성이 아닌 빅클럽으로 가기 위한 자질 향상임을 분명히 했다.
프랑크푸르트 단장 마르쿠스 크뢰셰 또한 지난해 영국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나는 빅클럽을 ‘종착지(end club)’라고 부른다. 우리는 ‘중간 다리(club in between)’다. 선수들을 종착지에 판매하는 팀”이라며 “우리는 선수들에게 ‘구단의 성장보다 가파르게 기량을 발전시킨다면, 우리는 기대한 금액을 받고 당신을 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는 잠재력을 어떻게 개발시켜야 하는지 안다. 젊은 재능들이 우리 팀으로 몰리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 말대로 프랑크푸르트는 아직 재능이 만개하지 않은 25세 미만 선수를 주로 영입하며, 이적시장보다 구단 인프라에 더 세심하고 과감한 투자를 했다. 젊은 선수들을 위한 심리 전문가와 영양사는 물론 아예 젊은 선수들만을 위한 코칭스태프가 따로 마련돼있다.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 유망주를 우량주로 길러내 빅클럽에 판매해 수익을 거두는 것이다.
유럽 빅리그에는 꾸준히 ‘거상’으로 군림하는 구단들이 있었다. 포르투갈 프리메이라 리가나 네덜란드 에레디비시보다는 그 수가 적지만, 일정 수준에서 검증된 재능이라는 매력이 작용했다. 2010년대에는 스페인 라리가의 세비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의 사우샘프턴이 대표적인 중간 다리였다. 최근에는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이 그 의지를 이어받았다.
독일에서 굳이 프랑크푸르트와 비슷한 역할을 한 구단을 찾자면 2010년 전후의 보루시아도르트문트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도르트문트가 저평가된 선수를 영입했던 건 판매 목적보다도 말 그대로 생존 전략이었다. 도르트문트는 지금도 기대주를 적극적으로 발굴하지만, 동시에 마음만 먹으면 거액의 이적료를 지출할 수 있는 재정을 갖췄다. 그런 의미에서 RB라이프치히도 많은 유망주를 길러내고 판매하지만, 그건 라이프치히가 가진 이적시장 기조라기보다 우승컵 등 근본을 완벽히 쌓지 못했기 때문인 영향도 분명 있다. 프랑크푸르트와 같은 전략이라 할 만한 독일 구단은 현재로서는 없다.
프랑크푸르트는 2020년대를 전후해 중간 다리 역할을 자처해 신흥 거상으로 떠올랐다. 그들은 다른 클럽들처럼 스카우팅 시스템을 정비하는 건 물론 구단의 모든 인프라를 재능을 육성하는 데 집중했다. 그 사이 2021-2022시즌 UEFA 유로파리그 우승 등 분명한 성과도 냈다. 프랑크푸르트의 전략은 신선하지는 않지만, 유럽 5대 리그 내에서 중간 다리로 살아남는 건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그에 맞는 계획 수립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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