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282억원 영업이익 감소 효과…고수익 차종 선전에 타격 줄여
'15% 관세율' 일본보다 불리 우려…25% 유지 시 총부담액 10.5조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국내 완성차 1위 업체인 현대차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고율 관세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량이 늘었지만, 미국이 지난 4월부터 자동차에 부과한 25%의 품목 관세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2분기 수익성이 감소한 것이다.
올해 하반기 현대차 실적은 한국과 미국 정부가 진행 중인 통상협상에서 결정될 자동차 관세율에 지대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최근 미국이 일본의 자동차 품목 관세를 12.5%(기존 관세 2.5% 포함하면 15%)로 낮춘 상황에서 한국이 이에 상응하는 관세율울 적용받지 못할 경우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의 입지가 흔들리며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관세가 10% 넘게 끌어내린 영업익…고수익車 판매 증가로 선방
현대차는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8조2천867억원, 3조6천1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4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 늘어 역대 분기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기존의 최대 기록은 지난해 4분기 46조6천237억원이었다.
반대로 영업이익은 15.8%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7.5%로 집계돼 지난해 2분기 9.5%에서 2%포인트 하락했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미국이 부과한 자동차 품목별 관세 영향 탓이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관세 여파로 8천282억원의 영업이익 감소 효과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2분기에 비해 줄어든 영업이익 약 6천700억원이 대부분 관세 여파인 셈이다.
다만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차 등 판매량이 적어도 큰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고수익 차종이 선전하면서 실적 감소 폭을 줄였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올해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를 총 26만2천126대 팔았다. 작년 2분기 대비 36.4% 증가한 수치다.
이중 하이브리드차는 38.5% 늘어난 16만8천703대가 팔렸다. 전기차는 33.9% 증가한 7만8천802대가 판매됐다.
그 결과 전체 판매량에서 하이브리드차 비중은 역대 최고인 15.8%까지 뛰어올랐고, 전기차 판매 비중도 7.4%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북미와 유럽, 국내 등 주요 시장에서 호조세를 이어갔다. 특히 미국에서는 관세 부과에도 가격 인상을 자제한 점과 하이브리드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판매가 성장했다.
지역별 판매량(도매기준)을 보면 미국 시장은 지난해 2분기 25만4천대에서 올해 2분기 26만2천대로 3.3% 늘었다. 유럽 시장은 15만7천대에서 16만1천대로 2.6%, 국내 시장은 18만6천대에서 18만9천대로 1.5% 증가했다.
중남미(7만9천대→8만5천대, 6.6%↑), 아프리카·중동(7만6천대→8만4천대, 10.2%↑) 등 시장에서도 선전했다. 반면 인도 판매량은 14만9천대에서 13만2천대로 11.5%, 중국 판매량은 3만5천대에서 3만1천대로 12.6% 감소했다.
◇ 하반기 가장 큰 리스크는 관세…"일본 이하 수준으로 낮춰야"
현대차는 미국이 부과 중인 25%의 자동차 관세 여파가 올해 하반기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8월부터 적용될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방향성을 기반으로 전략 고도화를 통해 대응책을 적극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23일 미국과 일본이 무역 합의를 이뤄 자동차 관세율을 15%로 인하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최대 라이벌은 주력 모델의 차급이나 가격대가 비슷한 일본의 도요타·혼다 등 브랜드로 꼽히는데, 한국이 빠르게 관세 협상을 타결하지 못한다면 현대차가 이들 브랜드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밀리게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도요타 등 일본 브랜드는 미국에서의 현지 생산 비율이 50%대로, 40%대인 현대차그룹보다 높아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데, 적용받는 관세율마저 더 낮아질 경우 현대차 등 한국 브랜드는 더욱 불리한 입지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최대한 미뤄 왔던 미국 판매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와 같이 25%의 수입차 관세가 부과된다면 한국 완성차는 대당 6천 달러(약 825만원)의 비용을 부담하게 되며 멕시코산을 포함할 경우 총액은 9조1천억원에 이르게 된다"며 "(관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최악 시나리오에서 현대차·기아의 총 관세 부담액은 10조5천억원으로 기존 영업이익 추정치 28조원의 37%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한국 정부가 관세율 협상을 타결하지 못한다면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동급의 일본 차량보다 10%가량 더 비싼 가격이 책정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국의 자동차 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는 한편 인센티브 지급 등을 통해 자동차 업계의 경쟁력 유지를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정부는 일본보다 더 낮은 수준의 관세율을 위해 노력하되, 업계가 감당할 수 있는 최저 8∼9%까지 낮추기 위해 협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점을 강조하는 한편 조선 업계 협력, 농산물 시장 일부 개방 등을 내건 '패키지 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업계는 한 번 생태계가 무너지면 회복이 어렵기에 관세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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