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7년 만에 다시 손을 맞잡은 남자 복식 서승재-김원호 조가 예사롭지 않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안세영의 강렬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지만, 이들이 걸어가는 길 역시 눈이 부실 정도다.
서승재-김원호 조는 세계 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중국오픈 첫 경기에서 강한 존재감을 뽐냈다.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인 이들은 23일 중국 창저우에서 열린 대회 32강전에서 홈팀 중국의 시에하오난-정웨이한(랭킹 16위) 조를 34분 만에 2-0(21-14, 21-14)으로 완파했다.
두 사람은 2018년까지 한솥밥을 먹은 파트너였다. 이후 각자의 길을 걷다가 올해 초 다시 손을 맞잡았고, 공백을 무색하게 만드는 '환상의 호흡'으로 각종 대회 금메달을 수집하고 있다.
1월 말레이시아오픈 우승으로 포문을 연 이들은 3월 전통의 전영오픈도 제패했다. 한국 남자 복식조가 전영오픈 정상에 오른 것은 2012년 정재성-이용대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6월 인도네시아오픈, 그리고 지난주 일본오픈까지 연이어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세계 최강 복식조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서승재-김원호 조는 22일 발표된 BWF 세계랭킹에서 마침내 1위에 등극했다. 한국 남자 복식조가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건 2015년 이용대-유연성 조 이후 9년 만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시즌 초 이들의 복식 집중을 요청한 결과가 기대 이상으로 빛을 보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두 선수에게 남자복식에만 집중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 선수가 수용해 대회에 나서기 시작했다. 또한 박주봉 감독의 지도 아래 더 안정감을 찾고 있다. 서승재-김원호 조가 호흡을 맞춘 시기는 배드민턴 대표팀 코치진 구성이 완료되기 전이었다. 이후 ‘복식의 달인’ 박주봉 감독이 4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두 선수는 그의 노하우를 흡수하며 한층 더 강해졌다는 평가다.
두 선수의 성과는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새롭게 구성된 조합이라 상대 팀의 분석이 충분하지 않았던 점도 있지만, ‘슈퍼 1000’ 시리즈는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무대다. 그런 대회에서 연이어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더한다. 안세영이 워낙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는 건 자연스럽지만, 서승재-김원호 조 역시 이에 뒤지지 않는 인상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두 선수는 올해 말레이시아오픈, 전영오픈, 인도네시아오픈 등 슈퍼 1000 시리즈 3개 대회를 휩쓸며 안세영과 나란히 ‘절대 강자’의 반열에 올랐다. 여기에 이번 중국오픈까지 제패한다면, 단일 시즌 슈퍼 1000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슈퍼 슬램’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쓰게 된다. 사상 첫 슈퍼 슬램의 주인공은 안세영뿐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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