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SK하이닉스는 2025년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9조2,1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5% 증가했다고 24일 밝혔다. 매출은 22조2,320억원으로 35.4% 늘었고 순이익도 6조9,962억원으로 전년 대비 69.8%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매출 19조7,670억원·영업익 8조828억원) 기록을 뛰어넘는 성과다.
눈에 띄는 점은 HBM3E 12단 판매 확대로 고부가가치 AI 메모리 중심의 제품 믹스가 확실히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D램과 낸드 수요 증가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영업이익률이 41%를 기록해 1분기 42%에 이어 높은 수익성을 이어갔다. 사측은 AI용 HBM3E 12단과 D램·낸드 출하가 기대 이상으로 늘었으며 세트바이어들의 메모리 구매 확대가 전체 재고 정상화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2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7조원으로 전 분기보다 2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차입금 비율은 25%로 순차입금 비율은 6% 수준까지 떨어졌다. 특히 순차입금은 1분기 말 대비 무려 4조1,000억원 감소하며 재무 체력이 더욱 튼튼해진 모습이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9월 HBM3E 12단 양산에 들어간 이후 올해 들어 본격 공급을 확대했다. 2분기 실적 발표 컨콜에서도 "HBM3E 출하량이 전체 HBM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드러났다.
SK하이닉스의 HBM3E 12단 제품은 기술적인 진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 제품은 3GB 용량의 D램 단품 칩 12개를 수직으로 적층해 총 36GB의 고용량 메모리를 구현하면서도 기존 8단 제품과 동일한 두께를 유지해 설계 유연성과 시스템 호환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로 인해 메모리 용량은 이전 대비 약 50% 증가했으며 AI 연산 성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제조 공정에서는 TSV(Through-Silicon Via) 기술을 활용해 초미세 전극 간의 정밀한 연결을 구현했고 패키징 단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자체 개발한 MR-MUF(Molded Underfill) 공법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발열 억제 성능이 기존 대비 약 10% 향상됐으며 고적층 구조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패키지 휨 현상도 효과적으로 제어했다는 설명이다.
성능 면에서도 HBM3E 12단은 현존 최고 수준인 9.6Gbps의 동작 속도를 자랑한다. 이는 최신 대규모 언어모델(LLM)인 메타의 '라마 3 70B' 기준, 초당 약 35회에 달하는 파라미터 접근이 가능한 속도로 초고속 데이터 접근을 요구하는 AI 추론과 학습 환경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초로 HBM1부터 HBM3E 5세대까지 전 세대 메모리를 개발·양산한 유일한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에 비해 거리를 벌렸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HBM 시장에서 점유율 53%를 기록, 삼성(38%)·마이크론(9%)를 압도 중이다. 또 올해 3분기부터 엔비디아에 HBM3E 12단을 본격 공급하기 시작했고 4분기부터는 정규 출하 물량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까지 HBM3E 12단 출하량이 8단 제품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면서 HBM4 6세대 제품도 고객 요구에 맞춰 적기 공급을 준비 중이다. 또한 기존 16Gb 기반 GDDR7 패키지를 24Gb로 확장해 AI GPU용 고용량 메모리를 추가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서버용 LPDDR 모듈 공급을 연내 시작하며 낸드 분야는 수익성 중심 운영과 함께 시장 상황에 맞춘 개발을 지속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을 통해 AI 메모리 시장에서 기술적 리더십을 확고히 했으며 엔비디아 '블랙웰' 시리즈 등 주요 AI 칩에 자사 메모리가 채택돼 하반기 실적 모멘텀이 커질 전망이다.
풍부한 현금성 자산과 단기 부채 감소는 SK하이닉스가 R&D 투자를 지속하고 차세대 AI 메모리, HBM4·GDDR7 등 핵심 분야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AI 주권 강화 및 글로벌 데이터센터 확장 추세는 고성능 메모리 수요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 SK가 강조해온 "수익성 중심 경영"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2분기에 AI 메모리 수요 상승, HBM3E 12단 양산 및 글로벌 공급 확대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다시 한번 경신했다. 재무 안정성 확보와 기술 리더십을 기반으로 AI 시대의 메모리 강자로서 입지를 더욱 견고히 하고 있다. 향후 HBM4·차세대 AI 메모리 시장에서도 선도 기업으로 역할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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