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대책 긴급점검] ① 극한호우 되풀이…"예방·대비 중심 패러다임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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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대책 긴급점검] ① 극한호우 되풀이…"예방·대비 중심 패러다임 전환"

연합뉴스 2025-07-24 07:01:03 신고

3줄요약

서산 시간당 141.5㎜ 기록적 폭우…빈도 잦고, 거세지고, 앞으로 더 빈번 전망

기후변화 못 따라가는 재난 대응…李대통령도 한계 지적·종합대책 주문

"예방·대비 중심 예산수립…피해 우려지역 취약성 고려한 촘촘한 예보" 주문

[※ 편집자주 = 지난 16∼20일 쏟아진 '극한호우'로 전국에서 28명에 달하는 사망·실종자가 나오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연합뉴스는 이번에 우리나라 중·남부를 강타한 폭우의 피해가 유독 컸던 이유 등을 짚어보고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인지 조명하는 기획기사 3건을 일괄 송고합니다.]

폭우에 잠긴 승용차 폭우에 잠긴 승용차

(광주=연합뉴스) 광주 전역에 극한 호우가 쏟아진 17일 오후 광주 북구 신용동 일대 도로가 침수돼 차량들이 물에 잠겨 있다. 2025.7.17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reum@yna.co.kr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이재영 차민지 오진송 기자 = 예상을 뛰어넘는 '극한호우'가 인명 참사를 불러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극한호우는 해를 거듭할수록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는 한층 거세지며 삶의 터전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중·남부를 강타한 폭우는 극한호우의 전형을 보여줬다. 충남 서산에는 시간당 114.9㎜의 폭우가 쏟아지며 인명과 재산에 타격을 가했다. 불과 3년 전인 2022년에는 1시간 동안 141.5㎜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서울 동작구에 쏟아지기도 했다.

극한호우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이유는 '괴물 폭우'의 예측 불가능성에 있다. 언제 어디에 얼마나 많은 비를 뿌릴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 기습 폭우가 쏟아지다 보니 피해 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극한호우에 인력·장비를 총동원해 대응해 왔지만, 기존 풍수해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극한 호우에 특화된, 재난 대응의 일대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괴물같은 '극한호우' 반복되는데…현장 특화 매뉴얼 '부재'

극한 호우는 '1시간 강우량이 50㎜ 이상이면서 3시간 강우량이 90㎜ 이상'인 경우 또는 '1시간 강우량이 72㎜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집중 호우는 시간당 강수량이 30㎜ 이상인 상황으로, 극한호우는 비가 마치 물대포처럼 쏟아지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로 볼 수 있다.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된 1973년 이후 강수량 통계를 보면 연강수량은 매년 들쑥날쑥하고 증가세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1시간 강수량이 80㎜를 넘는 상황은 증가세가 확연하다.

전국 56개 기상관측 지점에서 6∼8월 중 하루 1시간 강수량 최고치가 80㎜ 이상이었던 횟수는 작년이 1998년과 함께 6차례로 가장 많았고 2010년 5차례, 2001·2002년 4차례 등 1998년을 제외하면 상위 5위 안이 모두 2000년 이후였다.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설치 지점을 포함한 전체 관측지점을 기준으로 1시간에 100㎜ 이상 비가 쏟아진 폭우는 지난해 16차례 관측됐다.

올해는 이달에만 3차례 내렸다.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시간당 100㎜ 이상 폭우가 연평균 1.1회만 나타났다는 점에서 최근 2년간엔 너무 빈번히 나타난 것이다.

기후변화로 극한호우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는 큰 이견이 없다.

바다가 뜨거워져 바다에서 대기로 공급되는 수증기량이 증가하고 대기도 뜨거워 대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량도 늘어날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구조보트로 노인요양원 환자 구조 구조보트로 노인요양원 환자 구조

(밀양=연합뉴스) 17일 집중호우가 쏟아진 경남 밀양시 무안면 한 노인요양원에서 밀양소방서 구조대원들이 환자와 직원들을 구조하고 있다. 2025.7.17 [경남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빈번해진 극한호우에 인명피해도 늘어나는 추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0∼2023년 여름철인 6∼8월 호우에 따른 인명피해 현황을 보면 2020년 44명에서 2021년 3명, 2022년 19명으로 감소했다가 2023년 52명으로 급증했다. 2023년 인명피해가 다시 커진 원인으로는 전국을 돌며 쏟아진 '순환형 폭우'가 지목됐다.

이처럼 극한호우는 여름철 '기후 공포'가 됐으나, 정부 대응방식은 극한의 기후변화 양상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재난 당국에는 극한 호우 대응을 위한 마땅한 현장 매뉴얼이 없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은 재난유형별로 매뉴얼을 작성해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으나 극한호우 상황을 가정한 구체적인 매뉴얼은 마련되지 않았다. 보통의 풍수해 호우 상황을 가정해 극한호우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재난안전 주무 부처인 행안부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인해 100년, 200년 강도의 극한호우와 폭우가 잦아질 수 있는 만큼 이를 반영해 방재 인프라를 확충하고, 선제적인 주민대피를 포함한 재난대응체계를 재점검해 세밀하게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설령 극한호우에 특화한 매뉴얼이 있다 하더라도 이번처럼 예측불허로 찾아온 괴물폭우를 막아서기란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한 관계자는 "이번에 경남 산청과 합천의 경우 수백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빈도로 많은 비가 내렸다. 아무리 돈을 많이 들여(우수저류시설을 갖췄더라)도 막아내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교 교수도 "피해가 많은 중·남부지역의 경우 예상했던 비의 양이나 여러 가지 인프라, 사람들이 그간 대비한 수준을 훨씬 넘어서 굉장히 짧은 시간에 비가 집중적으로 왔다"고 짚었다.

이어 "강우 강도가 예상 범위보다 훨씬 더 강했다는 게 근본 원인"이라며 "여기에 침수, 범람, 산사태 등 다양한 유형의 피해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인명피해도 그만큼 더 많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 "재난 대응·복구→예방·대비로"…산·하천 계측데이터 'AI 예측' 주문도

극한호우에 특화된 매뉴얼 정비도 시급한 과제지만, 재난 대응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폭우를 보며 기존 방식의 대책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포함해 자연재해 종합 대응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하고, 교량이나 댐 등 인프라 정비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재명 대통령, 산청 호우 피해 현장 점검 이재명 대통령, 산청 호우 피해 현장 점검

(산청=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에서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2025.7.21 xyz@yna.co.kr

과거 어느 정부나 재난 상황이 벌어지고서야 뒤늦게 대응에 나서거나 사후 복구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다 보니 선제적인 예방과 대비에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기후 변동성이 커진 만큼 우리도 수시로 매뉴얼을 업데이트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직전 5년 치의 데이터를 가지고 매뉴얼을 만들던 시대는 지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난 예방과 대비에 방점을 두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재난 체계가 대응과 복구 중심"이라며 "안전 예산 확보부터 예방, 대비 중심으로 과감히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피해 예방과 대비에 중점을 둔 대응방식으로는 사전 통제와 대피가 강조된다.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특정 지역에 일정 수준에서 극한호우가 예측된다면 피해 우려지역에 더는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해당 지역에 머무는 주민은 서둘러 몸을 피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우정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방재연구실장은 "극한호우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으로 구조적, 비구조적 방법이 있다"고 소개하며 "우수저류시설을 많이 만들어 확보하는 것이 구조적인 방법이라면 비구조적 방법은 바로 '대피'"라고 설명했다.

최 실장은 "비가 어디서 얼마나 많이 온다고 예측하는 게 참 어려운 상황이지만, 침수로 인한 피해 등을 막으려면 대피체계를 갖추는 게 필요하고, 호우 시 행동요령을 익히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일상 회복은 언제 일상 회복은 언제

(가평=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23일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수해 지역에서 편의점 건물이 무너져 있다. 2025.7.23 andphotodo@yna.co.kr

단순히 비가 어느 지역에 얼마나 많이 내릴지를 예보하는 것을 넘어 호우 대상지역의 취약한 부분을 사전에 파악해 비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될지 '영향'을 고려한 예보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기후변화로 (산청 사태와 같은)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 하루 이틀 전에 하는 일반적인 예보는 이런 돌발적이고 국지적인 현상을 정확하게 포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향 기반의 예측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 단순히 '비가 몇 ㎜ 올 것인가'처럼 기상 현상 자체를 예보하는 것을 넘어 'A 동 저지대 30cm 침수 가능성 높음'처럼 지역 취약성을 고려해 예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하천이나 산, 비탈길 등에서 계측한 데이터를 활용해 산사태, 하천 범람 등의 예측 정확도를 높여 재난 대비에 나설 필요성도 제기된다.

재난안전연구원의 최태성 기후영향분석팀장은 "전문가들이 비가 온다면 산사태가 날 수 있다고 하지만 도대체 어디에서 산사태가 나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이는 강우 예측만으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계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산사태 등의 예측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면서 "돈이 많이 들어가는 시설 보강보다는 현실적으로 쉽게 잘 할 수 있는 건 계측을 통한 예측"이라고 강조했다.

eddie@yna.co.kr, jylee24@yna.co.kr, chacha@yna.co.kr,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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