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보좌관, 전직 여가부장관 등 각종 '갑질' 논란에 휩싸인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빗발치는 사퇴여론에 결국 자진사퇴했다.
강 후보자는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후 인사청문 단계에서 낙마한 첫번째 현역 의원이 됐다. 이로써 현역 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하지 않는다는 '현역 불패' 기록도 깨졌다.
당초 이재명 대통령이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지난 22일 국회에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24일까지 보내달라고 요청하면서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집권 이후 수직상승하던 이 대통령 지지도까지 추락시키고 분노한 민심에 여론이 갈수록 악화하며 정권까지 흔들자, 여당 내에서도 강 후보자 사퇴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자진 사퇴로 결론이 났다.
강선우 "국민께 사죄…대통령께도 죄송"
대통령실 "인사 검증 절차에 엄정함 갖추겠다"
강선우 후보자는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장관 후보자 사퇴 의사를 밝혔다.
강 후보자는 "그동안 저로 인해 마음 아프셨을 국민께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저를 믿어주시고 기회를 주셨던 이재명 대통령님께도 한없이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적었다.
이어 "많이 부족하지만, 모든 것을 쏟아부어 잘 해 보고 싶었다"면서도 "그러나, 여기까지였던 것 같다. 큰 채찍 감사히 받아들여 성찰하며 살아가겠다.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함께 비를 맞아주었던 사랑하는 우리 민주당에게도 제가 큰 부담을 지어드렸다"며 "지금 이 순간까지도 진심 한 켠 내어 응원해 주시고 아껴주시는 모든 분들의 마음 마음, 귀하게 간직하겠다"고 했다.
앞서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강 후보자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는 지명 철회했으나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오는 24일까지 보내달라고 국회에 요청하면서 임명 강행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되고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사퇴 요구가 쏟아지자 강 후보자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강 후보자의 낙마에 대해 "인사 검증 절차에 조속함과 함께 엄정함을 조금 더 갖추겠다"고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강 후보자가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직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대통령실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조속히 찾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실 인사 검증 시스템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인사 검증 절차를 꼼꼼히, 엄밀히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조금 더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후보를 찾기 위해 조금 더 철저한 노력을 해야하지 않나 살펴볼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후보 사퇴와 관련해 소통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저도 자진사퇴 의사에 대해선 잘 몰랐고 정무수석도 특별히 원내와 상의한 사항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며 "강 비서실장이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때 대통령은 별 말씀이 없으셨다고 한다"고 답했다.
與 박찬대 "결단 감사" 정청래 "결단 존중"
민주당은 강 후보자 사퇴에 대해 "결단을 존중한다"며 "민심을 무겁게 받들겠다" 고 밝혔다.
박상혁 수석대변인 겸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강 후보자의 결단을 존중한다"며 "그 마음들을 다 존중하고 그 마음들이 결단이 된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권 주자인 박찬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결단을 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했고, 정청래 의원도 "안타깝다. 강 후보자의 결단을 존중한다. 앞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텐데 잘 헤쳐나가길 바란다"고 적었다.
박지원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안타깝지만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의정 활동에 전념하며 국민과 강서구민을 위해 더 큰 일을 하시길 기도한다. 힘내시라 우리가 있다"고 했다.
강득구 의원은 "강선우 의원의 결단을 존중한다. 더 성숙한 모습의 강 의원을 기다리겠다"며 "민심을 더욱 무겁게 받들겠다. 더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썼다.
국민의힘 "만시지탄…인사 검증 시스템 바로잡아야"
국민의힘은 강 후보자의 자진사퇴에 대해 "만시지탄"이라고 밝혔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늦었지만 자진사퇴한 점을 인정한다. 인사청문회에 나올 자격조차 없는 후보였다"며 "앞으로 이재명 정권에서 인사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인사청문회 준비 검증 시스템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강 후보자는 애당초 국민 눈높이에도, 공직 기준에도 턱없이 부족한 인사였다. 만시지탄"이라며 "버티기로 일관하다 지도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마지못해 물러난 형국이다. 진정성에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인 이인선 의원은 페이스북에 "후보자는 자신이 일으킨 논란의 본질을 끝내 외면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는 사과했지만, 정작 피해자인 보좌진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조차 없었다. 진정성 없는 면피성 사과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자진사퇴에) 이르기까지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됐고, 그 과정에서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피해 보좌진들과 자괴감을 느꼈을 모든 보좌진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퇴의 순간까지도 보좌진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는 끝내 없었다. '이재명 정부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만 남았다"며 "논란의 당사자가 가장 먼저 언급한 대상이 피해자가 아닌 대통령이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조은희 비상대책위원은 페이스북에 "(강 후보자가) 여야 보좌진들과 시민사회가 제기한 무거운 문제 앞에서도 끝내 버티기로 일관한 태도는 깊은 아쉬움을 남긴다"며 "이번 사태를 통해 용기 내 목소리를 낸 보좌진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불이익이나 2차 피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민심 이길 수 있는 권력' 없다"고 적었다.
소수·진보정당 "환영·다행"…인사개선 주문
원내 소수정당과 진보 정당들은 "당사자의 결단을 환영하고 존중한다"는 입장을 냈다.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에서 "후보자의 결자해지를 높게 평가한다. 깊은 고뇌와 결심이 국민주권정부 개혁 추진의 동력이 되길 희망한다"며 "이번 일로 국회의원실의 관행과 불편함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회 여성가족위원인 같은 당 정춘생 의원은 페이스북에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 이제라도 결단을 내려 다행"이라며 "다음 장관 후보자는 전문성과 실행력을 갖추고, 도덕성과 자질을 겸비한 인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당 홍성규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위해, 사회 대개혁의 요구에 여가부가 제대로 부응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며 "주권자의 높은 기대에 맞게 대통령실은 인사시스템을 더 책임 있게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권영국 대표는 페이스북에 "더 늦기 전에 사퇴해 다행"이라며 "다음 후보자는 도덕성을 갖추는 것은 물론, 폐지 위기까지 내몰렸던 여가부를 힘있게 재건해 성평등 의제들을 적극 추진할 수 있는 인사가 내정되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부적합" 60.2%, 여론 악화…당내 반발 이어져
박찬대 "스스로 결정 내려야" 김상욱 "국민 수용성 과락"
강 후보자가 자진사퇴 결정을 내린 데는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와 당내 사퇴 요구가 이어진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19~21일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무선 100%, ARS, 95% 신뢰수준에 ±2.2%p)에 따르면 강 후보자에 대한 적합도 조사에서 '적합'은 32.2%, '부적합'은 60.2%로 집계됐다.
같은 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이 60.7%인 것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 지지층의 절반이 강 후보자에 대해 '부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민주당 내 친명계도 강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표적인 친명계로 꼽히는 박찬대 당대표 후보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료의원이자 내란의 밤 사선을 함께 넘었던 동지로서 아프지만 누군가는 말해야 하기에 나선다"면서 "스스로 (거취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민심을 담아 한 발자국 더 나아가야 한다"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렵고 힘들지만 결정해야 한다"고 적었다.
김상욱 의원도 같은 날 YTN 라디오에서 강 후보자에 대해 "국민 수용성 부분에 있어서는 과락(科落) 점수"라며 "합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민들이 못 받아들인다면 국무위원 자격에서는 하자가 생기는 것"이라며 "특히 여성가족부 장관은 업무 특성상 유관 기관을 다뤄야 되기 때문에 수용성 등이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청렴도, 능력 부분이 다 검증된다 치더라도 절대 다수의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재고해야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우리 당이 포용성을 갖추고 또 열린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을 갖춰 나갈지 또는 강성 지지층 위주로 폐쇄적인 모습으로 나아갈지 기로에 놓여 있는 시험대 같다"며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후보자께서 좀 직접 나서주셨으면 하는 생각이다. 기자회견을 자청하시든 해서 의혹들에 대해 직접 소명하시고 또 진심 어린 반성도 국민들께 보이면서 (해주셨으면 한다)"이라고 했다.
국힘 "강선우 임명 강행, 이재명 정권 몰락 서막" 으름장
국민의힘도 이 대통령이 임명 강행 의지를 보이자 "이재명 정권 몰락의 서막이 될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23일 논평에서 "국민은 부적격 판정을 내렸지만,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며 "강 후보자가 임명도 되기 전에 이미 여가부의 공식 업무보고를 받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국민과 국회가 아직 동의하지 않았는데 이미 장관 행세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후보자는 그간 제기된 갑질만으로도 정치인의 자격은 물론,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조차 무너졌음을 보여줬다"며 "여기에 직업윤리까지 결여된 인사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선우 임명 강행은 이재명 정권 1기 내각의 결정적 오점이자, 이재명 정권 몰락의 서막이 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지명 철회를 하라"고 촉구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루 더 실시하자고 제안하기 까지 했다.
중앙일보·경향신문·한겨레 "이 대통령, 강선우 임명 철회하라"
이날 중앙일보와 한겨레, 경향신문 등 진보·보수 언론도 일제히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며 "임명을 재고하라"라고 한목소리로 조언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강 후보자는 보좌관뿐 아니라 장관을 상대로 보복성 갑질을 한 사례까지 드러나 만신창이가 된 상태"라며 "이 대통령이 이런 강 후보자를 기어코 장관에 앉히겠다는 것은 민심보다 자기 식구 챙기기가 더욱 중요하다는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후보자 임명을 밀어붙이는 건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며, 결국 장기적으로 큰 정치적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보수 진영은 물론 민주노총·참여연대조차 강 후보자 비판 성명을 내는 마당에 임명을 강행하면 이재명 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뭐가 다르냐는 불만이 안 터져나올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강 후보자는 보좌진 갑질 의혹을 거짓 해명으로 덮으려다 '왜 이런 인사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과 인권 감수성이 요구되는 여가부 장관에 앉히려 하느냐'는 의문과 공직자의 기본 요건인 정직성에 대한 의구심을 자초했다. 이에 더해 차별금지법과 생활동반자법, 비동의 강간죄 등 정책 현안에서도 퇴행적 관점을 드러냈다"고 했다.
이어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민주개혁 진영의 연대에 균열을 내고 정권 전반에 대한 국민 불신을 초래하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 설사 장관이 된다 해도 정상적 부처 운영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국정 전반에 닥칠 온갖 위험을 다 감수하면서까지 왜 이렇게 강 후보자 한 명을 구하기 위해 애를 쓰는가"라고 물은 뒤 "지금이라도 강 후보자 임명을 재고하기 바란다"라고 주문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찬바람이 불어야 잣나무의 푸름을 알 듯 어려울수록 국정 원칙을 바로세우고 읍참마속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인들 민심은 한순간에 회초리가 되어 돌아온다. 이 대통령은 강 후보자 임명 방침을 철회하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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