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및 블록체인 기술 생태계가 새로운 전환점에 들어섰다. 국내 IP 블록체인 플랫폼 ‘스토리(Story)’가 사내 프로젝트 ‘포세이돈(Poseidon)’을 통해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 중 하나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의 ‘a16z 크립토(a16z crypto)’로부터 시드 투자 1,500만 달러(한화 약 208억 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는 AI 개발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이터 병목현상’을 해소할 새로운 대안으로 포세이돈이 주목받고 있음을 방증한다.
포세이돈은 AI 훈련을 위한 풀스택 탈중앙화 데이터 레이어다. 특히, 법적 소유권이 명확한(IP-cleared)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국어 음성, 1인칭 시점의 로봇 훈련용 영상 등 일반적으로 확보가 어려운 롱테일 데이터셋을 수집·가공해 제공한다. 최근 생성형 AI 대중화에 따라 공개된 오픈소스 모델과 GPU 활용의 상용화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이제 모델이 아닌 훈련 데이터 자체의 품질과 다양성이 AI 성능의 핵심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그에 대한 합법적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구조는 아직까지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해결되지 못한 난제다. 특히, 기존 대형 언어모델의 학습 데이터가 저작권 침해 문제로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AI 기업들은 데이터 수급과 활용 과정에서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스토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데이터의 출처와 소유권, 수익 배분을 명시적으로 기록하는 구조를 고안했다. 포세이돈은 이를 통해 데이터 기여자와 개발자 간 투명한 계약과 보상을 가능하게 하며, AI 산업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저작권 분쟁의 리스크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포세이돈은 스토리가 자체 구축한 IP 라이선싱 인프라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데이터 기여자는 명시적인 동의 절차를 거쳐 콘텐츠를 제공하고, 해당 데이터는 스토리 블록체인에 등록된 후 상업적 활용이 가능한 라이선스를 부여받는다. 개발자는 이 데이터셋을 활용해 법적 위험 없이 AI 모델을 훈련시킬 수 있다.
스토리는 올 여름부터 사전 공개를 진행하며, 기여자 모듈,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 통합 라이선싱 도구 등을 포함한 전체 인프라 스택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또 DePIN(탈중앙화 물리 인프라 네트워크) 프로젝트들과의 협력을 통해 센서 기반의 물리 데이터를 확보하고, 리믹스·재활용·로열티 공유 등 2차 활용까지 가능한 구조로 확장할 방침이다.
이번 투자를 주도한 크리스 딕슨(Chris Dixon) a16z 크립토 창립자 겸 매니징 파트너는 “AI 모델들이 이미 쉽게 확보 가능한 훈련 데이터를 소진한 상태에서, 포세이돈은 창작자와 기여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며 새로운 데이터 인프라 표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제 AI 개발자들이 블록체인 기반의 데이터 구매 및 활용 구조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지, 또 탈중앙화된 IP 관리 방식이 글로벌 데이터 규제 환경과 호환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아직 유보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한 국내 AI 스타트업 CTO는 익명을 전제로 “포세이돈의 구조는 개념적으로 매우 매력적이지만, 실무 단계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정제하고, 블록체인 위에서 어떻게 조회·라이선싱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기술 스펙이 더 공개되어야 실효성이 입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세이돈 프로젝트는 기술적 배경도 눈길을 끈다. 프로젝트 수석 과학자이자 스토리의 최고 AI 책임자인 샌딥 친찰리(Sandeep Chinchali)는 스탠퍼드 AI 연구원을 거쳐, 과거 VM웨어에 인수된 AI 스타트업 ‘우하나(Uhana)’에서 수석 데이터 과학자를 역임한 바 있다. 공동 리더로 참여하는 사릭 샤(Sarick Shah)는 금융, 통신,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AI 제품 확장을 주도해 온 머신러닝 엔지니어다.
프로젝트의 전략적 사업 개발을 총괄하는 이승윤 스토리 대표는 이번 투자 건에 대해 “포세이돈은 ‘IP와 데이터가 AI 경제의 핵심’이라는 스토리의 비전을 실현하는 핵심 사례”라며 “모든 데이터셋은 위변조가 불가능한 IP 레지스트리에 기반하며,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겪고 있는 AI 개발의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세이돈은 단순히 새로운 데이터 제공 플랫폼이 아니라,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다만 실제로 글로벌 AI 개발 현장에서 포세이돈의 기술과 데이터 구조가 얼마나 빠르게 채택될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이 필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번 a16z의 투자는 분명 업계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하지만, 데이터의 질과 실효성, 그리고 블록체인 기반 데이터 유통 시스템의 실용성은 향후 시장 반응을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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