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의정 갈등으로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복귀 수순에 들어가면서 그동안 이들의 공백을 메워온 진료지원(PA) 간호사들 사이에 업무 분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달 말부터 수련병원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되면서 미복귀 전공의들도 수련 재개 논의에 본격 나서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관에서는 의협과 대한수련병원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간담회를 열고 전공의 복귀 및 수련환경 개선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정부는 의사 인력 수급을 위해 이 같은 흐름에 호응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의료계와의 갈등 해소를 주요 과제로 설정했으며 전공의 단체가 요구한 3대 요구안(△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재검토를 위한 전문가 중심 협의체 구성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수련 연속성 보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 완화를 위한 논의기구 설치)에 대해서도 협의 의사를 밝혔다.
문제는 전공의 복귀 이후 현장의 역할 조정을 두고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PA 간호사와 전공의 간의 업무 분장을 의료기관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일선 의료진과 환자 단체들은 “혼란과 갈등을 키울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전공의들의 대규모 사직 이후 발생한 의료 공백은 PA 간호사들이 채워왔다. 그러나 전공의들이 다시 복귀할 경우 이들의 고용 안정성과 업무 조정 문제가 부상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병원별 상황이 달라 일률적인 기준 마련은 어렵다는 입장이며 오는 8월 중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진료지원업무 수행규칙’을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보건의료노조 곽경선 사무처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복귀 이후에도 피해 간호사들이 계속 전공의 업무를 떠맡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명확한 업무 분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서로 떠넘기기가 생기고 협업도 어려워진다”며 “복지부가 구체적인 방향 없이 병원에 운영을 맡기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호법 역시 지난달부터 시행됐지만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며 “침습적 의료행위는 빠지고 진료지원 업무도 명확한 교육 체계와 기준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환자 당사자 단체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한국중증환자연합회 김성주 회장은 본보에 의료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가능성을 지적하며 “지금도 의료사고 입증이 어려운 상황인데 기준 없이 병원 자율에 맡기면 의료진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간호사, 전공의, 병원 모두가 책임을 회피하게 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치료 행위 자체의 역할 분담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의료 공백과 질 낮은 서비스로 인해 환자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직무별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는 지침을 제시해야 병원도 혼란 없이 환자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공의와 유급 의대생의 복귀를 두고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 전자청원 게시판에는 ‘의대생·전공의에 대한 복귀 특혜 부여 반대에 관한 청원’이 올라와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5만6272명의 동의를 얻었으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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