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산업단지 들어선 이후 가끔 보여…시 "산성 토양 많은 특성 탓"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전에는 저 물로 쌀을 씻을 정도로 깨끗했는데 지금은 허연 거품과 탁한 물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삽니까."
23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죽천리에서 만난 주민 A(87)씨는 하천에서 발생한 하얀 거품에 관해 묻자 목소리를 키웠다.
바로 옆에 있던 또 다른 주민 B(85)씨는 "오전에 바닷물에 들어가려고 나갔다가 기겁하고 바로 나왔다"며 "저런 물에 어떻게 몸을 담그겠느냐"고 성토했다.
죽천리에는 영일만산업단지 방향에서 마을을 거쳐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소규모 하천이 있다.
이날 찾은 이 하천에서는 하얀색 거품이 가득했고 노란색 침전물이 흘렀다.
영일만으로 흘러 들어간 거품과 침전물은 바닷물과 만나 희석됐음에도 여전히 많이 보였다.
주민들은 "영일만산업단지 내 각종 화학업종 공장이 들어선 이후 물이 변했다"며 폐수나 방류수에 의한 오염을 의심하고 있다.
2021년 10월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하는 등 죽천리 일대에서는 하얀 거품과 침전물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포항시는 하얀 거품이나 침전물은 포항지역 토양 특성 때문에 빚어진 일로 오염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포항 일대에 많이 분포된 이암은 '잠재성 특이산성토양'으로 강한 산성을 띤다.
지하수나 빗물 등이 이암을 지나고 하천수나 생활하수와 같은 알칼리성 물과 중화반응하면서 자연적으로 하얀 거품이나 침전물이 생긴다고 시 관계자는 전했다.
다만 거품이나 침전물이 오염처럼 보여 불쾌감을 주는 만큼 시는 수년 전부터 거품제거(소포)시설을 하천 하구에 설치했다.
그러나 거품제거시설이 고장 났고 최근 많은 비가 내리면서 하얀 거품이 그대로 방류되고 있다.
한창화 경북도의원은 "공장 폐수 때문이라고 하기보다는 지질이나 지형적인 특징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데 혹시 공장 방류수나 다른 원인 때문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확인이 필요하다"며 "경북도와 포항시가 조사를 거쳐 주민에게 설명해야 하고 거품이 유출되지 않도록 적극 행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비눗물처럼 시민들 눈에 거슬리는 물이 내려가고 있지만 이 물이 오염되지는 않았고 인체에 악영향을 주지도 않는다"며 "다만 주민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만큼 소포시설을 빨리 고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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