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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미국과 관세 협상에 전격 합의하면서 한국의 협상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지역 산업별 현장에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내달부터 일본에 우리나라와 같은 차등관세 15% 부과를 계획했으나 5%로 낮췄다. 이로써 일본은 전 세계에 부과된 기본관세 10%에 차등관세 5%를 얹은 15%의 상호관세를 부담하게 됐다. 5500억 달러(약 760조원)의 대미 투자를 확약한 덕분이다. 지금까지 협상을 완료한 국가는 일본을 포함해 영국(10%), 베트남(20%), 인도네시아(19%), 필리핀(19%) 등 5개국이다. 충남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미·일 협상 타결로 인해 우리 대기업과 지역 업체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관세 환경에 놓일 수 있다”면서도 “일본처럼 일정 수준의 양보가 이뤄진다면 한국도 협상을 통해 관세 부담을 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기대했다.
일본은 쌀을 내어줬다. 1995년 WTO 출범 당시 연간 소비량의 약 8.5% 수준인 77만톤을 의무수입물량으로 배정받았는데 이 총량은 그대로 하되 현재 30~40만톤인 미국산 쌀을 추가 수입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우리 정부는 미국이 요구해온 쌀·소고기를 협상 카드로 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혀 난항이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산 쌀 13만 2304톤(32.4%)을 부담하며 5% 저율할당관세율을 매기고 있다. 충남의 한 쌀조합 관계자는 “소비량이 급격히 줄어 정부가 의무수입물량을 줄이는 재협상에 나서려고 했는데 반대로 의무수입물량을 늘릴 위기와 맞닥뜨렸다”고 우려했다. 충청권은 국내 쌀 생산량 중 25%를 담당하고 있다. 지역 한우협회 관계자도 “광우병 사태 때 국민 반발이 커 30개월령 이상 소고기는 수입을 금지했다. 이를 열어주면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28~30개월령으로 분포한 고급육 시장을 무너뜨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충청권 한우사육두수는 전국 19.7%에 달한다.
일본은 일부 품목관세 인하도 이뤄냈다. 지난 4월부터 부과된 자동차·부품 25% 관세를 절반인 12.5%로 떨어뜨리고 종전 기본관세 2.5%를 더해 15%를 부과받기로 했다. 한국 자동차 25% 대비 10%p나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대전의 한 전장부품업체 대표는 “올해 6월까지 대미 수출만 159억 달러(16.5%)나 빠져나갔다”며 “우리는 기존 기본관세가 없기 때문에 자동차 관세를 절반만 내려줘도 일본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일본은 현재 부과 중인 철강·알루미늄 50%, 8종류 가전제품 50%(철강관세), 내달 1일부터 발효되는 구리(50%)에 대해서는 양보받지 못했다. 그래도 1년 6개월 후 부과될 의약품(최대 200%), 향후 포함될 반도체(미정)에 대해서는 타국보다 불리하게 대우받지 않도록 확약을 받았다. 이와 함께 조선·중요광물·인공지능(AI) 등의 공급망을 미국에 제공하기로 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쌀·소고기 대신에 연료용 농산물 수입 확대를 제시할 방침이다. 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등 대규모 투자 카드도 검토 중이다. 25일 한미 통상협의에서 협상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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