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마존 베이조스와 회동…머스크와 결별 속 관심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정치적 우군이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결별하면서, 그 틈을 라이벌인 베이조스 의장이 파고드는 모양새다. 이번 비공개 회담에선 우주 산업 관련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22일(현지시간) CNBC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베이조스가 지난주 백악관에서 약 1시간 넘게 만남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회동의 정확한 시간은 확인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이사회 의장(사진=AFP)

유명 인사들의 전용기를 추적하는 프로그래머 잭 스위니에 따르면 베이조스의 전용기로 추정되는 걸프스트림 G700이 지난 14일 워싱턴 인근 덜레스 공항에 착륙했다가 다음 날 이륙한 사실이 포착됐다.

이번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과 베이조스 의장의 관계가 상당히 개선된 것을 보여준다. 첫 번째 임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조스 의장을 눈엣가시처럼 여긴 바 있다. 베이조스 의장이 소유한 워싱턴포스트를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이어가자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존이 세금 회피를 한다”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두 번째 임기 들어 관계 개선이 이뤄졌고, 베이조스는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해 100만 달러(약 14억원)를 기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이조스가 워싱턴포스트 사설 방향을 ‘개인 자유와 자유 시장’ 중심으로 조정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아마존이 자사 웹사이트에 관세 관련 부가 요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한 점을 언급하며 베이조스 의장을 ‘훌륭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베이조스 의장이 머스크 CEO와 트럼프 대통령 간 갈등을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베이조스 의장은 민간 우주 기업인 블루 오리진과 저궤도 위성 인터넷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쿠이퍼’를 통해 머스크 CEO의 스페이스X와 경쟁하고 있다.

머스크 CEO는 트럼프 대통령 재선 지원에 2억5000만 달러(약 3450억원) 이상을 썼고,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정부 효율성 부처(DOGE)’ 총괄을 맡으며 정치적 동맹을 이뤘지만 최근 사이가 멀어졌다. 전기차 보조금 폐지, 감세법, 엡스타인 논란 등 각종 현안을 놓고 갈등이 격화되는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이조스가 트럼프 대통령과 수차례 통화했으며, 블루오리진의 데이브 림프 CEO도 최근 백악관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정부 발주 계약과 관련된 논의가 핵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차세대 미사일 방어망 ‘골든돔’을 추진하고 있다. 골든돔은 중국과 러시아 등 잠재적인 적대국의 공격으로부터 미국 전역을 방어하기 위해 400~1000기의 관측·추적용 인공위성과 200기의 공격용 인공위성을 띄우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