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 여파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본격적인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한 자동차·부품 수입품에 대한 25% 고율 관세가 기업 실적에 반영되면서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GM은 22일(현지시간) 발표한 2025년 2분기 실적 보고서를 통해 해당 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5.4% 감소한 18억9,500만 달러(약 2조6,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0억3,800만 달러(1조4,000억원)가 줄어든 수치다.
조정 기준 영업이익도 30억 달러로 전년의 44억 달러에서 크게 하락했다. GM은 이 가운데 약 11억 달러가 관세 부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3%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주당순이익은 2.53달러로 시장 예상치(2.44달러)를 상회했다. 실적이 예상만큼 나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관세 부담은 하반기부터 더 크게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GM 측도 올해 관세로 인한 추가 비용이 총 40억~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대응 조치를 통해 이 중 약 30%가량을 상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율 관세의 직격탄을 맞은 GM은 북미 중심의 생산 전략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한국, 중국, 멕시코 등 해외 공장에서 부품과 완성차를 수입해왔던 GM은 최근 들어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GM은 미시간, 캔자스, 테네시주에 총 4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시설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해당 투자로 생산능력을 본국으로 집중시키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이는 고율 관세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이고, 고용창출을 통해 정치적 환경에도 대응하려는 다층적 전략으로 풀이된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주주 서한을 통해 "무역 및 세제 정책의 급격한 변화, 기술 혁신 등 격변하는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조직 개편과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GM뿐만이 아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Stellantis) 역시 관세 여파로 심각한 손실을 기록했다. 스텔란티스는 올해 상반기 동안 약 2억3,000만 유로(약 2,7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북미 판매량 급감과 함께 멕시코·캐나다산 차량의 미국 수출 제한에 따른 생산 차질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특히 스텔란티스는 관세 부과에 대비해 약 3억 유로(약 3,500억원)의 충당금을 별도로 설정했으며 전체 구조조정 비용까지 포함하면 약 2조원 이상을 손실로 계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차종의 생산이 일시 중단되고 전기차 프로젝트의 일정도 재조정에 들어가는 등 장기적인 영향도 불가피해 보인다.
시장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GM의 실적 발표 이후 뉴욕 증시 개장 전 주가는 3~7%가량 하락했고 스텔란티스 역시 유사한 하락폭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했다.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자동차 산업이 정치적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향후 무역정책 변화에 따라 수익성 회복 여부가 좌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GM은 이에 대해 단기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생산 확대 및 비용 효율화 조치를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기차, 자율주행 등 미래차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강화할 계획이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