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달걀 이어 이번엔 ‘소고기’ 인플레이션···전문가 “이번엔 가격 안정 더 어려울 것”

▲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마운트 프로스펙트의 한 식료품점에 소고기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미국에서 달걀값 폭등 사태가 어느정도 소강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이번에는 소고기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새로운 인플레이션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소고기 가격 안정화는 달걀과 달리 훨씬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 집계 기준 소고기 소매가격이 올해 1월 이후 약 9% 뛴 파운드당 9.2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도 스테이크는 작년 동월 대비 12.4%, 다진 소고기는 10.3% 각각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2~3월 달걀값 폭등 사태와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실제로 당시 12개들이 A등급 대란의 평균 소매가격이 6달러 안팎으로 치솟아 1년 전보다 거의 두 배 뛰면서 ‘에그플래이션’(eggflation·달걀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공포가 확산됐으나 올 4월 들어 조류인플루엔자 사태가 진정되고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달걀값은 하락세로 돌아선 바 있다.

다만, 소고기 가격 급등은 약 10년에 걸쳐 진행된 복합적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농업인연맹(AFBF)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소 사육두수는 7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많은 목장주가 소 사육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는 사료비 부담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번트 넬슨 AFBF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지금 같은 기록적인 가격에서도 비용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한 까닭에 농가 이윤은 거의 없다시피(razor thin) 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대형식품업체들의 어려움도 커지는 상황이다.

도니 킹 타이슨푸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콘퍼런스콜에서 “지금의 소고기 시장은 우리가 경험한 것 중 가장 어려운 상황(the most challenging market conditions)”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수입산 소고기 의존도 증가도 시장 구조 변화를 가속화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마이클 스완슨 웰스파고 농업담당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아르헨티나·호주·브라질 등 3개국에서 수입된 소고기가 미국 내 소고기 소비의 약 8%를 차지한 반면, 미국산 소고기 수출은 5월 기준 지난해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스완슨 애널리스트는 “몇 년 전만 해도 미국은 수출과 수입이 거의 균형을 이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소고기를 사주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기꺼이 공급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지만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소고기 수요가 여전한 만큼, 향후 전망도 소비자 심리와 가계 상황에 달려있다는 고무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넬슨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소고기 수요는 가계 사정이 나아질수록 늘고, 소득이 줄어들수록 감소했다”며 “지금처럼 소비자 심리가 하락하고 가계 재정 상황이 불확실하면 가격이 치솟은 상태에서 소고기 수요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